[환경칼럼]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 패션으로
[환경칼럼]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 패션으로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12.29 09: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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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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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성해인 객원기자]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옷이 생산되고 있다. 또 그만큼 버려지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소요시간을 최소화하여 유행에 맞는 의류를 빠르게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는 계절에 따라 1년에 4번 기획 및 생산을 진행하는 반면,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1~2주마다 새로운 의류를 생산한다. 패스트 패션을 만드는 브랜드는 디자인, 기획, 생산, 유통, 판매 등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에 맞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를 SPA 브랜드라고 하며, 대표적인 SPA 브랜드는 GAP, 미쏘, 스파오, 유니클로, 자라, H&M 등이 있다.

패스트 패션과 SPA 브랜드의 의류 생산 및 소비양상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옷을 사는 절차가 간편해진 만큼, 버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하루 평균 259톤에서 2020년 880톤으로 급증하였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CBS방송 취재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류 구매량은 30년 동안 5배나 증가했지만, 제품별 착용 횟수는 평균 7회에 그쳤다. 

버려진 의류는 지구온난화,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한다. 태평양에 플라스틱 섬이 있다면, 가나에는 헌 옷 쓰레기 산이 있다. 가나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의 국가는 선진국으로부터 의류 폐기물을 수입하고 선별하여 재활용·재사용한다. 이때 선별되지 못한 옷들은 방치되어 쓰레기 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쓰레기 산에서는 악취는 물론 주변 수질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칠레에서도 사막의 헌 옷 쓰레기 더미 산이 존재하며 현지 주민과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폐기물이 된 의류는 지구에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나 폐기물이 되기 전에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패스트 패션의 추세를 맞추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의류를 끊임없이 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의류 원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터 및 합성섬유는 원재료를 석유로부터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동시에 탄소 배출량이 증폭된다. 유엔(UN)의 조사 결과, 2018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가 패션산업으로부터 기인하였다고 한다.

탄소발자국이 높아지면, 온실효과가 극대화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요즘은 누구나 알다시피, 지구온난화는 지구와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온도가 지금과 같이 계속 상승한다면,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이상기후 현상, 극심한 호우 및 가뭄, 종다양성 결핍, 생태계의 이상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그 피해는 가속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패스트 패션이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극단적인 환경파괴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류 속 합성소재는 세탁 시, 막대한 양의 폐수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한 벌의 청바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약 7,250L로, 사람이 10.5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과 유사하다. 덧붙여 후드티 한 장은 3,350L, 티셔츠 한 장은 1,500L, 양말 한 쌍은 375L가량의 물을 소비한다.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 국가에 해당되고, 지구 한편에서는 식수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이와 같은 수자원의 사용은 남용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패스트 패션의 경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패스트 패션의 반대 개념인, 슬로 패션(Slow Fashion)이 그 해답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슬로 패션은 친환경적인 의류 생산·소비를 추구하고, 자원 낭비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지양한다. 생산과정에서부터 천연재료 및 재활용 소재와 같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동물권, 공정거래 또한 무시하지 않는 것이 슬로 패션의 모토이다. 이를 통해 슬로 패션은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제시한다.

이제 개개인으로서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우리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소비패턴을 구축해야 한다. 먼저, 무분별한 새 옷 구매를 지양해야 한다. 슬로 패션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단순한 방법은 유행에 따른 무분별한 의류 소비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변화하는 트렌드마다 옷을 여러 벌 구매하고 버리는 것보다 오랫동안 잘 입을 수 있는 옷 한 벌을 구매하는 것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친환경적인 의류 소비를 추구해야 한다. 동일하게 보이는 옷일지라도,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했는지, 탄소발자국의 크기는 어떤지 대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적인 의류를 생산하는 브랜드를 조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만드는 지구 환경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지금 우리의 지구는 변화가 필요하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의류 소비양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 그리고 아주 쉽고 간단한 노력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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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9-15 10:03:07
이 뉴스 덕분에 과제를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ㅇㅇㅇ 2023-05-23 14:50:2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