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십년지대계 우리강산 푸르게
[덕암칼럼] 십년지대계 우리강산 푸르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0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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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일년 농사는 봄에 씨를 부리기 나름이고 십년 앞을 내다보는 일은 나무를 심는 일이며, 백년 앞은 교육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제78회 식목일’이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을까.

일년 중 오늘 하루 한 그루만이라도 나무를 심어봄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만약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심는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다 자란 나무 아래 돗자리라도 깔고 그 나무 그늘 아래 과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리 힘든 일도 아니지만 바쁜 일상속에 휴대전화 들고 유튜브 볼 시간에 비하면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나무 심기는 수종에 따라 5만 원 정도면 될 일이다. 진정한 가정교육이란 자연에 대한 동행을 알려주는 작은 시도부터가 중요하다.

만약 온국민이 같은 생각이라면 적어도 1천만 그루의 나무가 식재될 것이고 광고 문구 그대로 우리강산이 푸르게 푸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나무뿐만 아니라 산에서 발생되는 모든 임업과 수목관리 등 세부적인 정책을 세우기 위해 산림청을 두고 있으며 2023년 총지출 예산도 2조7842억 원이나 편성됐다.

산림청은 산불, 산사태, 산림병충해 등 3대 산림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순환경영에 대한 업무를 추진한다. 이중 산림복지 및 산촌활성화 2817억 원과 임업 경쟁력 강화에 2321억 원, 특별히 임업인 자금난 해소와 경영 활성화를 위해 238억 원 규모의 융자금도 지원한다.

일반 국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세부적인 재원을 어필하는 것이다. 올해 산림청 예산 증액이 임업인, 산림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의 열악한 환경개선에 도움일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시간이 나면 산림청 홈페이지를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가장 첫 화면에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원형 그래프를 볼 수 있고 온실가스 흡수 저장에 75.6조원을 비롯해 산림경관, 토사유출방지, 산림 휴양 등 총 221조원의 가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볼 수 있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숲이 이렇듯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임산물 생산액도 2021년 기준 7조1982억 원이나 된다. 이 밖에 산림에서의 휴양활동은 도시적 시설과 문명의 이기를 떠나 자연속에서 이뤄지는 산림휴양림도 있고 울창한 숲,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통나무집, 호젓한 숲속, 산책로가 있는 자연휴양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둘레길이나 100대 명산 찾기를 살펴보면 무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연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2020년부터 2021년 발생한 산불은 총 482건에 1840ha나 소실됐다.

2019년 화재 653건에 3255ha가 잿더미로 변했다. 그렇다면 산불이 나무만 태웠을까. 숲은 단순한 식물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은신처이자 무한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나 마찬가지다.

자연생태계는 한번 파괴될 경우 다시 원형 그대로 복구되기까지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작은 곤충부터 온갖 희귀식물까지 인간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귀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숲은 빗물과 시냇물을 먹고사는 생태계의 근본이다. 한국의 산은 춘하추동이 있어 나무마다 나이테가 형성되고 사계절 다른 모습에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경관을 선물하기도 한다. 여명과 석양이 조명이 되고 연초록빛 싹이 돋는가하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다가도 다시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도 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한껏 우아한 노랑, 빨강 단풍을 자랑하다 사람이 늙어서 노인이 되듯 낙엽을 한 잎 두 잎 떨어뜨리고 나면 조용히 겨울나무가 되어 동면으로 들어간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산에서 인생을 배우고 겸손해지며 건강을 지키는 친구로 여긴다.

작년에 가도 올해 가도 같은 자리에서 비바람 맞으며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킨다. 사람은 좋을 때 왔다가 시간이 금세 가버리곤 하지만 나무는 언제가도 같은 자세로 기다려준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나무의 격려와 위로는 그 어디에도 견줄 바 없다.

“왔는가. 와 줘서 고맙네, 살만한가, 힘들어 보이네, 자네 얼굴에 주름이 깊은 만큼 나도 나이테가 늘었다네, 그래, 자넨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나도 자네처럼 괜찮은 나무가 될 걸세.” 하지만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온갖 고생해서 명문대 보내놓고 자식 커가는 보람에 기뻐했던 부모는 정작 자식 얼굴 한번 못보지만 가르치지 못하고 물려준 재산 없던 자식은 노년에 병들어도 곁을 지켜준다. 심은 사람은 잠들어도 나무는 꾸준히 자라준다.

세월이 지나 남는 것은 사진도 한몫 하겠지만 심어 놓은 나무가 증목이 되어준다. 우연일까, 오늘은 식목일이자 절기상 청명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의 24절기 중 5번째이자 춘분과 곡우사이에 있다.

바위 꼭대기 일송정은 아니더라도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천연 항균물질로 모든 식물은 잎, 줄기, 몸통, 뿌리 등 모든 부위에서 이 성분을 분비한다.

잎사귀를 찢거나 나뭇가지를 부러뜨렸을 때 분비되는 진액의 강한 향기는 식물들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피톤치드를 더욱 강하게 분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림욕을 할 때 몸속이 깨끗해지는 것과 같은 상쾌한 느낌을 받게 해주고 긴장과 피로를 풀어준다.

이쯤 되면 숲 속의 병원이다. 약 45년 전 필자가 살던 강원도 태백의 장성초등학교는 학교 담장 주변이 모두 아카시아 나무들로 울창했다. 특유의 꽃향기는 지금 눈을 감고 맡아봐도 당시의 장면들이 영화 필름처럼 떠오른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한반도에 없던 나무였으나 일본인들이 개항때부터 의도적으로 들여와 심은 나무로 베어도 뿌리에서 또다시 자라 끈질기게 살아남는 골칫거리 나무였으며 다른 나무조차 심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시대가 조선인에게 심어준 나무라는 설도 있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 50대가 넘으면서 식목일마다 장소를 옮겨가며 나무심기 행사를 벌였다. 잠을 자도 나무는 자란다. 마치 커가는 자식들을 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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