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천 베가스 전투의 영웅 레클리스
[특별기고]연천 베가스 전투의 영웅 레클리스
  • 박상재(아동문학사조 발행인)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5.11 1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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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대 영웅에 뽑힌 신설동 경주마 '아침해'

오는 5월 13일은 아주 특별한 말 레클리스가 숨을 거둔지 55주기 되는 날이다. 그녀는 미국 영웅 100명에 뽑혔으며, 6.25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용맹을 떨친 미해병대 하사관이었다. 1968년 레클리스가 고령과 전쟁 부상 후유증으로 타계하자, 미해병대는 성대하게 장례식을 거행하고 캘리포니아 해병 1사단 본부 내에 그의 장지를 마련했다.
  
1997년 라이프지는 세계 100대 영웅을 발표했다. 라이프(LIFE)지는 미국의 시사 잡지로, 사진을 중심으로 하여 포토 저널리즘을 개척했다고 평가된다. 원래는 1883년부터 발행된 유머 잡지명이었으나, 1936년 헨리 루스가 사들이면서 사진 잡지가 되었다. ‘잡지왕’으로 불리운 헨리 루스는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주간지 '타임(Time)'도 창간했다. 라이프지는 2007년에 폐간되어 지금은 웹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100대 영웅에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라함 링컨, 마더 테레사, 존웨인 등과 함께 특이하게도 동물인 군마(軍馬)가 포함되어 화제가 되었다. 

레클리스(Reckless)로 불린 이 말은 한국전쟁 때 큰 공(功)을 세운 공로로 미군 상이용사에게 수여하는 퍼플 하트(Purple Heart) 훈장을 비롯, 선행장, 미국대통령 표창, 유엔 군종기장, 미국방부 군종기장 등 각종 훈장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미 켄터키주 렉싱턴 호스파크에 있는 레클리스 동상

레클리스는 원래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뛰던 경주마 “아침해”였다. 1949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그녀는 신장 142cm, 체중 410kg의 암말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경주마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아침해도 우여곡절 끝에 1952년 10월 미해병 1사단 5연대 에릭 피터슨 중위에게 250달러에 팔리게 되었다. 아침해는 곧 미해병대의 일원이 되어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함께 전장을 누비던 미 해병대원들은 레클리스의 활약을 목격하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으로 그 이름을 붙여주었다.

1953년 3월 26일 경기도 연천지역에서 미 해병 1사단 5연대가 중공군 120사단과 벌인 '베가스 고지 전투(Battle for outout Vegas)'에서 레클리스는 전쟁 영웅이 되었다. 퍼붓는 포격과 1분 동안에 500발이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총 56km에 이르는 가파른 산길을 51회나 오르내리며 한 번에 4~8개의 무반동포 포탄 386개를 실어 날랐다. 그 와중에 포탄 파편에 왼쪽 눈위를 다쳤고, 왼쪽 옆구리도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레클리스의 헌신적 공로로 미해병은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레클리스는 미국에 입양돼 미 해병대 1사단 5연대의 팬들턴(Pendleton) 기지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팬들턴 기지에서 레클리스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1954년 4월 미 해병대 1사단장 랜돌프 페이트(Randolph M. Pate) 장군은 레클리스를 상병(corporal)에서 병장(sergeant)으로 진급시켰다. 그리고 1959년 8월 31일 레클리스는 하사(staff sergeant)로 진급했다. 이날 캠프 펜틀턴에서 열린 레클리스 하사 진급 행사에는 1,700여 명의 전우들이 참석했고, 19발의 예포가 울렸다.
  
레클리스가 사망한 후 45년이 지난 2013년 7월 18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서 미국 버지니아 해병대 박물관 야외공원인 트라이앵글의 셈퍼 피델리스 기념공원에서는 레클리스 동상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그리고 1주일 후에는 미국방부 주관하에 레클리스의 동상과 기념관 헌정식이 있었다. 1960년 11월 10일 레클리스는 팬들턴 기지에서 은퇴했다. 이후 레클리스는 네 마리의 후세를 남기고 1968년 5월 13일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이러한 영웅 레클리스의 감동은 2014년에 동화책 <달려라 아침해>(봄봄 출판)로 필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은 이듬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고, 과천 시민의날 경마축제 공연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6월을 맞아 새롭게 표지를 바꾸어 <영웅 레클리스>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을 내며 레클리스의 영웅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한국의 경주마 아침해, 미해병대 영웅 레클리스는 이명동마(異名同馬)이다. 레클리스의 기일을 맞아 연천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있는 레클리스(아침해) 동상을 한번 찾아볼 일이다. <달려라 아침해> 책 한 권을 읽으며 그의 용맹함을 다시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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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숙 2023-05-12 09:05:33
위대한 레클리스가 박상재 작가님의 <달려라 아침해>에 의해 영원히 살아남게 되었군요.. 꼭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