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의심을 방치하면 확신이 된다 2
[덕암칼럼] 의심을 방치하면 확신이 된다 2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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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앞서 의심을 방치하면 확신이 된다 1편에서 서론이 길었던 것은 2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2편의 핵심 주제인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국내 여론은 각양각색이고 언론은 우물쭈물이다.

어느 학술단체나 언론, 전문기관에서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이렇다 할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당연한 것은 그 내용이 방사능이나 해양오염을 배경으로 정설을 내놓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국제사회의 외교가 충돌 할 수도 있고 쓰나미로 인해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사고가 벌어진 지 12년이나 지난 시점에 누가 감히 정확한 오염여부를 내놓을 수 있을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2만 명이 사망했고 17만명이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40년 정도 더 있어야 해당 원전이 완전 폐로까지 갈 수 있다. 당시 해저 24km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인데 진앙지였던 센다이시 앞바다의 남북 500km 동서 200km 이상의 권역이 흔들린 것이다.

정작 한국에서는 지진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고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 국제사회에서도 구호물자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뜸했기에 일본의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당시 여론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그 와중에 일본인들은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정부를 탓하지도 않았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국민도 없었다. 정부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으로 난국의 위기를 모면했는데 이런 점은 우리도 배울 일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는 아닐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랬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발생한 오염수 132만톤을 야금야금 30년 동안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것인데 이미 2021년 4월에 이를 발표했으며 2023년 올해 여름부터 방류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개학날이 다가오니 과제물 베끼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것이나 진배없다. 급하게 서두르며 난리법석을 떨어본들 안 그래도 의심이 가득했던 국민들이 생선을 외면하면 그 다음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동안 뭐했을까.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관련부처는 윗선부터 모두 정리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 내지 무능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소문이란 법적 효력은 없지만 한번 불붙으면 요동치는 용광로의 굴뚝처럼 식을 줄 모른다.

내용이 어떻든 생선 먹으면 방사능에 오염되어 기형아가 나오네 마네 하는 근거없는 구설수를 어찌 막을 것인가. 무조건 막겠다는 어민들과 표심을 잃을까 눈치보다 뒤늦게 부하뇌동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의 쇼맨십은 참으로 가관이다.

현재 벌어진 오염수 방류문제는 시간 싸움이다. 어영부영 늦추다가는 의심이 확신이 되어 겉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한·미·일 간의 외교나 국방의 협력도 두 번째다.

이럴 때 정부의 자세는 오직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국민이 바다를 불신하면 어업 뿐만 아니라 유통업, 생선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 4차 산업까지 치명적인 붕괴현상이 이어진다.

물론 무너진 기반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몇 배의 예산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모든 재원은 국민들 주머니를 더 털어야 가능한 것이다. 약 35년 전 이야기다. 시흥과 안산 대부도를 연결하는 시화방조제가 착공했고 2년 뒤 필자도 해당공사 현장에서 1년간살벌한 노동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다.

물막이 끝 무렵에는 수 십 미터 막아놓은 둑이 조수간만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뚝뚝 잘려 나갔고 어제까지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던 동료가 덤프트럭 째로 잘린 둑에 휘말려 실종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렇게 7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11.2km 시화방조제로 인해 기존의 바다였던 공단지역이 호수로 변했고 밤이나 우천 시기에 거침없이 쏟아지던 공단폐수들이 시화호로 무단 방류되어 기름찌꺼기나 중금속 물질들이 모여 검은 호수를 만들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인공위성 사진까지 1면에 실어 인류가 낳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막힌 방조제, 천적이 사라진 호수안의 어류들은 일부 어민들의 불법조업으로 인해 물반 고기반의 손쉬운 소득원이 되었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횟집으로 운반되어 국민들 먹거리로 제공됐다.

횟감들은 기름 냄새가 역했지만 원래 그러려니 하며 별일 없이 소모되었고 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폐광산에서 방류된 오염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피해사례를 찾아 비교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일명 이따이이따이병으로 알려진 오염수 피해를 근거로 시화호 중금속을 치어가 먹고 이를 더 큰 어류가 먹이사슬 구조에 따라 먹게 되면 최종적으로 인간이 이를 섭취하여 공해병이 극심해 진다는 논리였다.

당시 보도로 인해 일부 어민이나 활어 운반차로부터 협박과 뇌물이 동시에 병행되었지만 이를 거부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같은 시기 경비행기를 체험장으로 운영하던 지인의 협력으로 시화호 상공에서 바라본 인근 해역은 검은 점이 점점 커져 둥근 원을 만들었고 이 같은 검은 원의 원인은 오염된 기름찌꺼기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대충 걸러진 오염수가 관로를 통해 인근 바다로 버려지는 환경파괴였다. 그후 정부는 바닷물과 검은 호숫물을 뒤섞는 갑문을 설치해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했으며 2004년 착공, 2011년 8월 완공된 조력발전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오염수와 바닷물을 뒤섞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시화호의 오염된 폐수들이 조력발전소를 짓기 전에 침전물을 준설한 후 시작되어야 할 일이었다. 2011년 3월 일본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되고 난 5개월 후 한국의 시화호에서도 본격적인 바다오염을 시작했다.

바다가 무슨 죄가 있을까. 일본 바다가 인공에너지를 얻으려다 자연재해를 맞이했다면 한국 바다는 준설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 많은 중금속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 것이다.

안방에서 싼 똥은 화장실을 통해 인분차가 처리해야 맞는 것이지 동네 온천지에 뿌려놓고 이렇게 말한다. “철새가 돌아오는 시화호, 맑은 호수, 살아난 생태계”라고.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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