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섭취보다 배설이 중요한 이유
[덕암칼럼] 섭취보다 배설이 중요한 이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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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독자들이라면 그들의 습관을 알 수 있다. 개는 배설 후 뒷발질로 감추고 고양이도 모래밭에 묻는 본능적 행동을 보인다.

이 세상에 곤충은 물론 물고기, 들짐승, 날짐승까지 모든 생물들은 먹어야 살고 먹었으면 배설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유영하는 물고기나 날갯짓 하는 새들 또한 배설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얻은 에너지를 통해 본능적으로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으며 종족번식의 과정이 있기에 대를 이어가는 것이지 아니면 멸종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노라면 이들보다 못한 처지임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데 수컷은 주눅들고 암컷은 잉태를 거부하며 짝짓기를 거부하여 멸종의 종착역으로 달음질친다면 누가 감히 아니라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티슈나 비데도 없이 빳빳한 비료포대 종이나 신문지가 뒤처리의 전부였고 일일달력의 얇은 모조지는 최상의 화장지였던 시절이 불과 50년 전이었다. 벽에는 파리나 파리 이전의 과정들이 오글대며 배설의 혐오감을 더했고 남녀화장실의 구분이 따로 없어도 그러려니 하며 배설의 기쁨에 동참했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죽마고우가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화장실도 못가는 신세가 되었는데 먹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배설은 못 견딘다는 말을 듣고 예상치 못했던 하소연에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설마 했던 그 말은 이내 피하지 못할 현실이었고 남의 손에 뒤처리를 맡겨야 하는 당혹함이 얼마나 지독한 수치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가 남의 일일까. 필자 또한 부모를 모시며 겪은 일들 중 어느 날 식사를 거부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유를 알지 못한 시간이 며칠이나 지나고서야 간병인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식을 힘들지 않게 하려는 사랑임을 알고 통곡한 적이 있었다.

부모의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자식을 키우는 기쁨보다 부모를 모시는 기쁨이 백배나 더 큰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며, 수 천 년 전해 오는 군자의 주자 십회 중 왜 으뜸인지를 알게 됐다. 자식은 키우는 과정에 진자리·마른자리 골라 까는 게 당연한 것이고 마냥 주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부모는 그 반대다.

늘 주기만 하던 위치에 있기에 받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어쩌다 받게 되면 그리 고마워함이 넘치는지 주는 자로 하여금 새로운 행복을 더해 주는 것이다. 오늘은 먹은 만큼 배설하는 것이 생리현상이듯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공직사회의 안일함을 지적하고자 하는데 그에 앞서 공직사회를 쥐고 흔드는 자가 있으니 그를 일컬어 ‘정치인’이라한다. 같은 예산이라도 민간기업이나 전문가에게 맡기면 1억이면 될 일이고 성공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을 진대 듣도 보도 못한 무경험자들이 세운 정책들이 행정기관에 넘겨져 실행되니 100억을 들여도 불보듯 뻔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수요 예측도 못한 국책사업의 실패들이 그러하고 비현실적인 정책과 예산편성으로 밑 빠진 독에 부은 물들이 어디 한두 바가지인가. 만약 민간인이 맡았다면 모르고 한번은 실수해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일들이 매년 실패하고도 수 십 년째 수십 조 아니 수백 조를 퍼붓고도 누구 하나 책임질 인사가 없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저출산과 실업대책이 그러하고 국방부의 허점들과 방위산업체 비리가 잊혀질만 하면 터지니 그 또한 한몫 한다. 기상청의 오보에 대한 무책임함도 그러하고 통일부의 예산을 살펴보면 과연 통일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헛기침 한마디보다 비효율적인 통일정책이 최근 대한민국의 한미동맹 정책 변화를 비교하면 그동안 통일정책에 들어간 비용은 거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2년 6월 2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1년째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약된 후보자들의 공약이 과연 얼마나 진행 되었는지 돌아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사람은 먹은 만큼 배설 하듯 뱉은 말만큼 지켜야 하는 게 공인의 책임이자 언행일치로 인한 신뢰구축의 기반이 되는 것이지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욕심으로 감당 못할 말을 앞세우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것이고 그런 인물을 다시 선출해 주는 유권자들이야 말로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판단을 넘어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떠한 이슈가 공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 삭발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머리는 몇 달만 지나면 다시 자란다. 이를 마치 손가락 자르는 단지나 요즘 유행하는 타투보다 가벼운 일임에도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국민들 앞에 표를 구걸한다.

하려면 머리가죽이라도 벗길 자신이 없으면 그 쉬운 퍼포먼스는 중단해야 한다. 행위도 그러하거니와 목적을 보면 과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이 보시기에 얼마나 가증스럽고 사심이 담긴 행위인가.

오늘날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인 이유를 살펴보면 놀고 먹게 해준다는 정치인이나 그 말을 믿고 온갖 수당에 길들여져 은둔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이며, 사회적으로 모든 분야 곳곳에 외국인근로자들이 점점 기득권 행세를 하며 상전 노릇 하는 것이 그 증거다.

재임시절 온갖 통계와 치적을 홍보하는 과정에 최고의 지도자로 표현했다가 임기가 만료하거나 변수가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여 사정없이 마녀사냥의 재물감이 되는 정치인의 운명도 그러하거니와 살아남기 위해 감당 못할 공약으로 일단 판을 벌였다가 뒷책임을 지지 못해 어영부영 사라지는 정치인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헌법에 명시되었듯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문제는 그 가치를 지닌 국민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2년 마다 한번씩 교대로 돌아오는 일부 후보들의 거짓말 잔치에 놀아나는 아둔함이 국가발전의 적색신호등이 된다는 점이다.

대책 없이 공약하는 것이나 잔뜩 먹는 것이 같은 것이며 뱉은 말에 책임지고 실천하는 것이 먹은 만큼 책임지고 배설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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