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오복 중 하나가 건치
[덕암칼럼] 오복 중 하나가 건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13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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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릴 적 누구나 겪었을 일이지만 영구치가 나기 전에 젖니가 빠지는데 때로는 영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로 매어 이마를 탁 쳐 빼내기도 한다. 빠진 치아는 지붕으로 던지며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고 해야 좋은 이가 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진짜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이렇게 쓰린(?) 경험이 있어야 나는 영구치, 사람 치아의 개수는 보통 영구치 28개이다. 얼핏 뼈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뼈와는 다른 조직이다. 뼈는 부러져도 내부에 혈관이 있어 피가 영양분을 공급해주면 다시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반면 이는 한번 부러지면 혈관이 법랑질까지 닿지 않기 때문에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구성 요소는 칼슘, 인 등의 무기질로 뼈와 상당히 유사하다. 필자가 어릴 적 살았던 광산촌은 딱히 이렇다 할 치과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명 ‘야매’로 통하는 무허가 치료가 성행했었는데 요즘처럼 마취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청결한 것도 아니어서 치료 과정에 감내 해야 할 통증이란 죽기를 각오해야 산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되새겨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인가 치아가 건치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많은 편이다. 인체는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그 첫 과정이 치아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씹는 과정만 아니라 미관상도 보기 흉하고 구치에 치통까지 별별 애로사항이 많아진다.

제대로 씹지 못하면 위장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에는 인체에 큰 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월이 좋아져서인지 이제 ‘수면 임플란트’라는 수술법이 생겨 그 지독한 통증에 시달리지 않고도 치아 건강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치과 의사나 원장의 평균수익이 얼마인지 공개할 수 없으나 치과에 다녀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이니 치아 건강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

지난 9일은 ‘구강건강의 날’이었다. 1946년 조선치과의사회(현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어금니가 나오는 시기인 6세의 ‘6’과 어금니의 ‘구’를 숫자 ‘9’로 바꾼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2015년 구강보건법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사자 성어 중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데 입술부터 구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치아 그리고 잇몸까지 구강에 포함되는데 입술하면 인체의 많은 부위 중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조직이자 외모를 판가름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를 차지한다.

입술과 얼굴 피부의 선이 명확하다면 정조 개념이 뚜렷한 것이고 입술이 얇으면 차가운 인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두꺼우면 정이 넘치는 인식을 갖게 되고 도톰하면 이성 간에 사랑을 부르는 매력이기도 하다.

다음 치아로 넘어가서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물 섭취와 발음에 문제가 오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교정도 하고 임플란트를 심어 대체해야 한다.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치과 치료 의자에 누워있다 보면 칙칙 거리는 석션 소리와 징징거리며 이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그래도 늦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덜 아픈 만큼 미룰 일도 아니다. 치아는 뼈와 달리 콜라겐이 없어서 다시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충치나 파손 등으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상어처럼 치아가 계속 생성될 수 있는 방면으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니 어쩌면 십수 년 이내 영구치가 두 번 세 번 생성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치아가 썩지 않게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루 세 번 식사후에 그리고 자기 직전에 올바른 칫솔질을 하는 게 맞는 것이고 칫솔질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는 것 외에 치석이라는 덩어리가 생겨 잇몸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염증물질이 많이 발생하면서 이것이 혈관을 통해 이동하면서 해를 끼치는데 양치질을 너무 세게, 오래해도 잇몸에 마모가 생겨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산성음식이나 탄산을 먹자마자 양치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리고 치아는 첫번째 소화기관이다. 음식물을 잘게 자르고, 으깨고, 부수어 목구멍으로 넘기기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의 표면적을 넓히고 타액과 잘 섞이게 하여 장 내에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

앞니는 가위처럼 음식물을 반으로 자르고 송곳니는 잘린 음식물을 찢는다. 작은 어금니는 망치처럼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큰 어금니는 맷돌처럼 부순 음식물을 더 작게 부순다. 한 마디로 컨베이어벨트처럼 각자의 역할이 다른 음식물 처리 공장이다. 기능과 형태에 따라 앞니, 송곳니, 작은 어금니, 큰 어금니로 나눌 수 있다.

의료용어는 또 다른 표현이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한 것인데 유치, 즉 젖니가 솟아나 있을 때 이미 잇몸 안에서는 영구치가 형성되고 있으며 유치와 영구치의 교환은 유치가 빠져서 그 빈자리를 영구치가 메우는 게 아니라 영구치가 유치를 밀어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치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어금니같이 주요한 치아가 아니더라도 없을 경우 주변에 치아가 빠진 방향으로 도미노처럼 쓰러지게 되고 그 상태에서 강한 힘을 받을 경우 부러져버릴 수 있다.

펄펄 끓는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얼음물을 마신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 등 온도차가 높은 음식을 번갈아가며 먹지 않아야 하며,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조금 기다렸다가 물을 마시거나 정 못 참겠으면 미지근한 물이라도 마시도록 하자.

혹시 독자들 중 현재 치아가 멀쩡하다면 미리 보험이라도 들어 두는 게 좋다. 건치 일때는 보험료도 저렴하고 치과라는 곳이 안 가보던 입장에서는 예상보다는 치료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구강내부에는 혀라는 장기가 존재하는데 혀는 오감중 하나인 미각을 느끼는 곳이자 작은 돌이나 생선뼈까지 섬세하게 걸러내어 위장을 보호하는 경비원 역할을 한다. 물론 혀를 잘못 놀려 패가망신하는가 하면 달콤한 키스나 이성간의 사랑을 시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렇듯 구강 내부에 건강은 인체를 지키는 관문이다. 아파서 힘들기보다 아프기 전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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