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즈음하여
[덕암칼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즈음하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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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23년 6월 11일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공식 출범했다.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정부가 재정상 특별한 지원을 할 수 있고 시책사업을 하면 같은 지자체라도 강원특별자치도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 동안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라진 반쪽짜리 지역이었으며 대부분의 일반 도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미약한 편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특별자치도 출범은 이미 문재인 정부시절인 2021년 10월 19일 국민의힘 강원도당 산하 강원미래연구원에서 제안된 바 있다.

이어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고 2022년 5월 16일 의결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이 5월 26일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출범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

‘특별자치’라는 4글자에 담겨진 각종 정책적 장점과 중앙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도 그러하거니와 그 동안 강원도는 인구감소로 인해 소외되었던 열등감과 감자바위로 불려왔던 서러움이 제대로 사람 대접 받는 것 아니겠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뭐하다가 이제와서야 강원도가 대단한 보물인 것처럼 미화되는 것일까. 이 같은 배경에는 강원도 국회의원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과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철규 의원, 그리고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위치가 대외적으로 돋보이면서 강원시대를 예고했다.

도청 간판은 물론 일선 직원들의 명함까지 모두 바뀌게 되고 ‘특별자치’라는 명칭은 공공기관부터 일반 상가건물 간판까지 바꾸는 대변혁이 찾아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9일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말과 강원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가 그러하다.

이제 총선을 10달 앞둔 시점에 이번 발표는 여당은 호재지만 야당은 낭패 그 이상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략 153만 명의 강원특별자치 도민들이 거주하는 강원도는 그 동안 선거때마다 캐스팅보드 역할 정도에 그치는 불량감자였다.

어느 한쪽에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줄서다 꿩도 매도 아닌 변방의 북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렇듯 정권의 뒷받침이 지역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영남시대, 호남시대가 여실히 보여준 바 있고 이제 강원시대 또한 새로운 미래가 기대된다.

하지만 호재란 기회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물일수도 고물일수도 있다. 그 동안 국책사업이 용두사미로 끝난 적이 한두 번인가.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방치된 각종 장밋빛 사업들이 흉물로 남은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강원도 영월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태백에서 25년 간 모든 골목길을 돌아다녀본 태백사람이다. 태백이 1981년 7월 1일 시 승격을 맞아 중앙도로를 차단하고 시가행진을 할 때 24인조 브라스밴드 맨 앞에서 트럼본 주자로 태백시가를 연주하며 시 승격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1987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5만 명에 가까운 탄광의 광부들과 가족들이 경기도 안산, 시흥으로 민족 대이동을 할 때 휩쓸려 지금의 안산이 제2의 고향이 된 셈이다. 1993년부터 30년간 필자가 태백을 탄광에서 관광지로 발전시키려 애썼던 노력들은 아마 책으로 몇 권을 써도 모자랄 만큼 방대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한 원인은 거대한 바람이다. 이미 에너지변천으로 인해 탄광은 더 이상 거주가치의 발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고 정부가 아무리 지원책과 자금을 퍼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밖에서 보는 태백과 태백에서 보는 수도권은 견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동안 지켜본 태백의 폐광대책사업은 대부분 이론만 화려했지 현실은 제쳐 둔 미봉책에 불과했다. 나열하자면 민망할 정도로 막대한 돈이 줄줄 새나갔다.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도 불투명하고 이 같은 막장 드라마는 앞으로도 충분히 예상되는 혈세 낭비다. ‘줄탁동시’라 했던가. 내부적인 자립의지가 약해서 축 늘어져 있으면 밖에서 아무리 손을 잡고 당겨도 소용없는 것이다.

이를 강원특별자치도와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같은 경우다. 이번 출범식을 보며 과연 대기업들이 규제 개혁에 대한 틈새시장을 노리지 않을까. 막대한 예산투자가 어떤 먹이사슬을 구성하여 발빠른 누군가 한몫 챙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잔칫집에 초를 치자는 것이 아니라 훗날 발목 잡힐만한 일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며 문제를 제기할 때는 대안도 제시하는 것이 맞기에 강원사랑에 대한 다년간 경험자로서 잘되려는 염려에서 하는 말이다.

수도권이 복잡하고 숨 막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거대한 흐름이기에 특정 정책이나 소멸대책으로 막아질 일이 아니다. 스마트 혁신도시라는 멋진 구호가 과연 강원도에 어울릴까.

동해안은 산업성 항구이고 서해안은 인천, 군산 등 물류기지이며 남해의 부산은 일본과의 관문이다. 스마트산업 정책이 강원도에서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인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몇 가닥의 고속철로를 놓고 객차 대신 화물열차도 통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자해도 사람이 있어야 하며 왜 사람이 강원도를 떠나는지 주거 관련 인프라가 왜 열악해지는지 현실을 알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농사 한번 안 짓고 물고기 한번 안 잡아본 사람이 농림식품부 장관이나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된다.

행정복지센터로 등본 발행이나 시청 민원실 한번 안 가본 사람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원도를 피서철 해수욕장이나 다녀본 경험, 친척집이 있거나 과거 한때 잠시 거주해 봤다고 억지로 연관 지어 자신을 강원인으로 포장하는 것도 유치의 극치다.

독에 물을 채우려면 구멍이 났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새는 것보다 붓는 게 많으면 채워는 지겠지만 물값을 내던 국민들이 이해할 정도는 돼야 한다. 덧붙이자면 강릉, 양양지역은 잦은 풍수해나 산불재난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지역이다.

출범식에 앞서 이재민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되었는지, 근본적인 대안은 없는지 되살펴 봐가며 축하의 샴페인을 터트린다면 어떨까. 배려란 작은 데서 비롯되며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함께 꾸려가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일의 성사는 역지사지에서 성패가 좌우된다. 독자들이 강원도로 전입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려면 뭐가 필요할까. 돈, 학군, 교통, 의료, 아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명확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겉도는 정책에 현지에 사는 도민들조차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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