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덕암칼럼]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3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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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인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성매매에 종사하는 동안 자신의 아이는 기아에 굶주리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친모의 방치를 원인으로 알았던 경찰은 추가적인 조사 끝에 친모를 성매매시키고 그 대금까지 가로채는 등 악질적인 범행 일체를 조장한 지인의 범행임이 드러났다.

여기서 ‘가스라이팅’이란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심리 지배라고도 하는데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가해자에게 점차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건을 되짚어 보면 4살 아이가 생당근과 감자, 어른이 먹다 남은 배달음식을 먹었다거나 몰래 음식을 먹은 사실을 들키면 크게 혼났다는 증언들을 통해 가해자인 친모와 이를 사전에 조정한 지인 부부가 함께 사법부의 심판대 앞에 선 것이다.

당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 배가 고프다고 울던 아이는 엄마에게 맞았고,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부산 4세 여아 학대·살해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시간동안 지인의 알선으로 성매매를 하며 그 대금까지 빼앗기는 내막이 드러났는데 문제는 친모의 지인이 알선한 성매매 내역이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최대 2,410회에 걸쳐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했고 총 1억2,450만원을 계좌로 입금하게 해 대부분 생활비로 썼다는 것이다. 계산상 매매대금에 횟수를 나누면 회당 51,659원이고 동일인이 없다면 2,410명의 매수남은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에 의하면 성매매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고 매수남 중에는 사회지도층이나 기타 실체가 드러나면 안 되는 인물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 이 같은 사건이 흐지부지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 11월 2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 성매매강요, 성매매약취, 중감금 및 치사,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망자의 동창생 A 모씨와 동거남 B씨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8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13개월 동안 친구인 C씨를 광명시 자신의 집 근처에 거주하게 하면서 2,145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킨 사건이다. 몸을 판 대가로 받은 돈 3억 원까지 가로챘다.

당사자인 C씨의 자의가 아니라 A씨와 B씨가 강요한 것이고 매출이 적으면 폭력으로 독촉하는 등 잔인하기 그지없는 과정도 드러났다. 장소 또한 집이나 근처 모텔로 옮겨가며 하루 평균 6차례 이상씩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인이 중복되게 성을 샀더라도 공범인 셈이다. 100% 전화연락이 되어야 매수가 가능한 점을 고려한다면 경찰은 충분히 매수자에 대한 검거가 가능했음에도 강요한 2명과 공범으로 법정 구속된 1명만 범죄자로 확정됐다.

매수남의 신원에 누가 포함되었으며 대충 어영부영 넘어간다면 이 또한 묵시적 침묵은 인정이라는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집이나 근처 모텔에서 13개월 동안 밝혀진 것만 2,145건의 성매매가 1명의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동안 관할 지역에 대한 순찰차나 이웃 등 망자를 구원해줄 손길은 없었을까.

13개월의 악몽같은 시간이 끝나고 지난 1월 19일 몸이 쇠약해진 여인이 온갖 고문을 당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서 악몽이 끝난 셈이다. 국민을 지키는 경찰,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막대한 예산과 온갖 요란을 떠는 복지시스템, 문재인정부가 침 튀기며 강조한 페미니즘의 현주소가 이런 것인가.

판결문 중에 피해자가 사망 전날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성매매를 강요 당했으며 부검에서는 몸 안에 음식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밥도 먹지 못했다는 대목은 그동안 C씨에게 현실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비슷한 사건은 또 있었다. 2021년 12월 경동대학교 유학생들의 성매매 사건. 아니 성폭행 사건은 한국 여중생에 대한 세간의 무관심으로 대충 유야무야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지금 그 사건은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상태다. 중학교 2학년 한국 여학생이 네팔과 방글라데시 외국인 유학생 69명에게 집단으로 강간당하고도 성매매로 치부되는 현실을 보면 한국 경찰들은 그 시간에 그 구역에 대해 순찰도 돌지 않았는지 아무 징계나 동선에 대한 언론보도가 전무했다.

성폭행한 69명의 명단은 확보되었을 것이고 외교관 아들이든 한국의 고위 관계자와 교환된 학생이든 성역 없는 특별수사가 진행되었어야 할 일이다. 어째 이 같은 사건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부산 아동학대 사건의 친모는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4~5시까지 성매매를 하는 과정이 정신·육체적으로 자녀 양육에 큰 악영향을 끼쳤고 성매매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B씨가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친모가 더부살이로 거주하는 입장에 기댈 곳이 없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자녀 사망의 탓을 지인에게 떠넘기고 지인은 다시 친모에게 아이 양육에 대해 권고도 하고 할 만큼 했다는 공방을 벌였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지난 13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4살 아이를 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B씨의 선고기일은 오는 30일이다. 사망한 4살짜리 아이는 제 어미의 성매매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적어도 태어난 세상은 지옥이었다. 위의 3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성매매가 수천 번이나 이뤄졌음에도 파는 여성에 대한 성토만 있을 뿐 수천 명에 이르는 매수자인 공범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뿐일까. 이런 현상은 남녀평등의 문제점이며 매수자가 그 누구라도 성역 없는 명단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성은 사랑하는 남녀가 육체적·정신적 행복을 누리라고 신이 쾌락을 준 것이지 이렇듯 돈 주고 사고팔거나 성을 악용하여 돈을 갈취하는 수단으로 삼으라고 귀한 몸을 내린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는 모두가 귀한 아들·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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