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드라이브스루,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다
[환경칼럼]드라이브스루,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다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6.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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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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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성해인 객원기자]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햄버거와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시스템은 이러한 발상으로부터 기인한 매장 운영 시스템이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는 차에 탄 채로 쇼핑을 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그 종류는 커피전문점, 패스트 푸드, 티켓 판매소, 진료소, 은행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성 이면에는 공회전으로 인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회전(Engine idling)이란 자동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주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엔진을 켜둔 상태로 서 있는 것을 말한다. 멈춰있는 상태임에도 자동차는 연료를 소모하게 되고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된다.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환경오염은 물론 인체에도 유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차장이나 일부 실내 공간에서는 ‘공회전 금지’ 경고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공회전을 지양하는 추세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스타벅스 드리이브스루 매장에서 차량 1대당 공회전 시간은 평균 11.9분으로 나타났다. 공회전으로 인해 배출되는 물질로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미세먼지 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11.9분 동안 이러한 대기오염물질들을 배출하는 셈이다. 만약 이때의 공간이 폐쇄된 공간이라면 오염물질들이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질소산화물의 경우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될 시 피부자극·눈자극·생식독성·흡입독성·폐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유해성을 인지하여, 몇 가지 가정을 통해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은 (1) 공회전으로 인한 질소산화물 배출량 산정 (2) 배출된 질소산화물에 의한 인체 위해성 평가 순서로 진행되었다. 평가를 위해 매장을 폐쇄된 공간이라 가정하였으며, 공회전 시 연료 소모량, 차량의 종류 등의 변수들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질소산화물의 유해지수가 독성 참고치를 초과하는 수준이 나타났다(단, 위해성 평가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을 통해 이루어짐). 따라서 드라이브스루를 통한 공회전이 대기오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잠재적인 위해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향후 대안에 관한 것이다. 운전자 관점에서 가장 쉬운 해결책은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기 중에는 시동을 끄거나 공회전 제한 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혹은 차에서 내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드라이브스루 대신 주차 공간이 마련된 곳에 주차하고 상품을 주문, 픽업하는 것도 새로운 방안이 될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는 근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에어커튼을 설치할 수도 있다. 에어커튼은 실내와 실외의 공기를 차단하여 외부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입을 막아준다. 에어커튼 가동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논문에 따르면, 에어커튼 가동 시 실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확연히 저감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드라이브스루 음식 전달 창구에 에어커튼을 설치하면 질소산화물에 의한 유해성이 감소될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방된 공간에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오염물질의 농도를 희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회전을 줄이는 것이 근무자와 환경 모두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드라이브스루는 환경적인 문제도 있지만 교통혼잡 및 보행 불편의 문제 등이 나타났다. 

어쩌면 우리는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편리함 하나만을 추구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간혹 이로 인한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려면 현황을 고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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