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종교의 기능과 역할
[덕암칼럼] 종교의 기능과 역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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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다. 그러한 종교의 한국적 기원을 돌이켜 보면 무속신앙이 배경인데 하늘, 땅, 바다를 지칭하는 천지신명님, 산신령님, 용왕님 등 인간이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자연환경을 전제로 신의 영역에 삶의 안녕을 기원했다.

특히 5천년 전인 단군 할아버지의 전성시대를 역사책으로 접하다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더더욱 파악하기 어렵다. 한민족의 토속신앙이 억불이나 숭불정책과 개신교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해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작금의 종교는 대한민국이 전세계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동화책 속의 그림 같은 스토리가 마치 현실인 것 같지만 갈수록 종교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30·40세대의 비종교인들의 증가추세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가 인류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과 인간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성직자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인용하자면 성스러운 직종으로서 교회의 목사, 성당의 신부, 사찰의 승려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를 비롯해 불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등 6대 종교가 각 교별로 존재하는데 통계상 개신교 15%, 불교 16.3%, 천주교 5.1%로 무종교가 63.4%로 집계됐다.

이전의 통계와 비교하자면 해를 거듭할수록 무종교 인구가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종교가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이 그러하듯 선하게 살라고 인도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가령 큰 교회 하나가 경찰서 한 곳 이상의 사회정화 기능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입법·사법·행정의 부패 방지 기능을 갖고 있는데, 종교나 언론의 역할은 정치적, 상업적 의미를 떠나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시대적, 역사적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개최된 조찬기도회 10주년 기념식은 그 어떤 기도회보다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통상 너와 나의 ‘절교’라 하면 ‘절과 교회’가 철천지원수라도 진 것처럼 적과 아군을 상징하는 단어다.

세분화해서 같은 교회라도 우리 신도 너희 신도 우리 교회 남의 교회 등으로 구분되는 게 현실인데, 약 10년 전 안산지역 관내 대형교회들과 정계, 봉사단체 등 사회정화의 주역들이 모여 조찬기도회를 시작했다.

당초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안산세무서장 출신의 배춘호 세무사가 주축이 되어 2대 조성대 운영위원장, 3대 김희경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현재는 강기태 운영위원장이 맡고 있다. 하나같이 안산지역의 발전에 애착을 갖고 어느 정당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입장에서 종교의 힘으로 정주의식을 함양시키겠다는 의지를 키워왔다.

이 세상 어느 것이든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인데 일부 종교의 단점 또한 폐단이 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세상을 선하게 살라는 신의 당부를 모두 외면한다면 가난하고 힘없는 자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삶일 것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듯 신을 섬기는 모든 신자들은 형제·자매의 동등한 위치에서 신을 섬겨야 함에도 종교가 다르고 소속 교회나 종파가 다르다고 배척하고 편 가르기를 해온 것이 통상적인 삶의 현주소였다.

따라서 이번 안산조찬기도회의 10주년은 그러한 벽을 넘어 종교가 사회정화는 물론 지역발전과 정주의식 함양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향후에도 안산의 지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사실 지역 원주민 비율이 1%도 안 되는 경기 서남부권 공단도시 안산은 일부 외국인근로자들의 불법 체류와 범죄, 공단도시라는 인식으로 대기오염의 선입견을 갖게 되는 도시였다. 또 수 만개의 기업체들이 가동되고 있지만 정작 업체 대표들은 돈만 벌었지 사는 곳은 인근 신도시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 만큼 정주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대표적인 예로 전국 최하위의 선거투표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낙하산 공천이 잘 먹히는 곳, 99%가 외지인이다 보니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 정치후보들의 자질보다는 어느 정당이냐를 우선시 하는 도시였다.

필자가 25년 동안 안산지역 정치기사와 후보자 인터뷰를 수도 없이 해봤지만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숙제였고 줄어드는 인구에 비해 단체와 모임이 경기도 어느 도시보다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안 산다, 안 산다 해서 ‘안산’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도 있다.

관변단체, 임의단체, 사교단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는 문화가 잘 형성된 도시, 반면 참안산 사람들, 펀리더십, 크리스토퍼 등 봉사단체도 많고 소비자정보대학, 리더스 힐링 아카데미 등 소비자 중심의 유통문화개선, 건강에 대한 관심을 추구하는 모임도 있다.

그중에는 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광덕회나 출향인 중심의 애향단체들도 그 영향력이 막강한 편이다. 이 같은 모임의 범람 속에 조용히 10주년을 맞이한 안산 조찬기도회는 종파와 소속교회를 초월한 지역발전의 청신호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도회는 전국 곳곳에서 그 중요성을 공감한바 차츰 확산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종교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갖출 때 30·40세대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신앙심에서 비롯된 악의 배제가 정직하고 성실한 사회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선거 때면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리는 풍경도 옛말이 되어야 한다. 신앙인들에게 성직자의 말은 그 어떤 선거운동보다 파장이 크다.

종교가 종교 그 모습으로 있어야 신뢰를 받는 것이지 종교와 정치가 분리 되지 못하면 당장에는 후보에게 담보나 보험이 될 수 있겠지만 무너진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수 십 배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한 측면에서도 이번 안산 조찬기도회는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향후 더 많은 참여자들이 함께 한다면 사회는 더 안정되고 선해질 것이며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도 강해질 것이다.

그것이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몫이고 더 늙으면 달라진 세상을 바라보며 덕담도 남기고 후손들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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