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인생은 기차 레일과 같다
[덕암칼럼] 인생은 기차 레일과 같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8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뒷바퀴는 어떤 경우에도 앞바퀴를 추월할 수 없는 기차,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철길, 어쩌면 인생 또한 자녀가 부모를 추월할 수 없고 막상 살아보면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거리에서 서로 챙겨주며 부대끼는 것이 사람의 삶과 기차가 달리는 것이 유사한 모습이다.

처음 출발할 때는 설레던 마음이 한참 달리다 보면 지겹기도 하고 때로는 간이역에 멈춰 우동 한 그릇이라도 허겁지겁 먹어가며 다시 탑승하는 것이 여행이다. 종점에 다다를수록 처음 출발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이제 짐을 챙겨 다시 하차해야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간혹 객석 복도를 누비며 심심풀이 땅콩이나 오징어, 김밥을 팔던 홍익회 아저씨의 방문이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 버렸다. 좌석 뒤편에 붙은 재떨이는 뒷좌석 승객의 흡연을 돕는 도구였으며 객차 내 천장에 돌아가던 선풍기는 몇 년을 청소하지 않았는지 찌든 때가 프로펠러 날개의 움직임을 더욱 더디게 했다.

특히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태백을 거쳐 강릉으로 빠지던 영동선은 휴가철이면 기타치고 술 마시며 노래 부르는 젊은이들의 난장판이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신고하거나 야단치지 않았던 시절.

적어도 1960~1970년대 출생한 세대들은 귀에 익은 소리겠지만 요즘 10~20대 청소년들에게는 무슨 소린가 싶은 대목이다. 필자가 한창 철도를 이용하던 시절은 1970년대였다. 방학 때면 태백에서 가장 가까운 정선선 동점 간이역에서 서행하는 열차에 올라타 친척집이 있었던 춘양역 근처에 도착할 무렵 적당히 뛰어내리는 이른바 무임승차를 감행했던 날들이 있었다.

차표 검사를 하던 차장 역무원의 시선을 피해 화장실에 숨기도 하고 그것을 재미 삼아 또래 아이들끼리 무용담으로 떠들던 개구쟁이 시절, 지금 같았으면 영락없이 벌금에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난리가 났을 시절이었다.

세월이 40년쯤 흘러 한국철도에 지은 죄가 커 결자해지의 각오(?)로 철도인에 대한 언론보도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기지창에서 하자보수를 하던 수리분야의 종사원은 물론 구멍 뚫린 안내 창구 너머로 진상 승객과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매표원, 운행이 끝나면 온갖 쓰레기와 취객의 토사물까지 치워야 하는 미화원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수고를 글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약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철도인들의 노고를 적으며 겪은 에피소드 또한 다양했다. 특히 한평생 좁은 열차의 운전석에서 같은 레일만 쳐다보며 젊음을 바친 철도 기관사들의 이야기를 적다 보면 안쓰럽다 못해 아무도 모르는 아픔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간혹 지하철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 어떤 정신적 충격보다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긴다. 일반 승객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 철도는 국가기간산업이고 종사원은 공기업의 직원이기에 개인적인 활동 영역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당연히 근무 시간이나 환경이 민간기업처럼 융통성이 있거나 사회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열악함이 있다. 경직되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이들의 삶은 준 공무원이라는 자긍심과 박봉이지만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만큼 쉽게 이직할 배짱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철도공사 일명 ‘코레일’이라고도 불리는 공기업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국내 철도의 모든 움직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승차권 구입을 위한 예매 관련 사이트는 스마트폰 어플로도 연동되어 국민 누구나 손쉽게 안전한 여행을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재 코레일의 예매 시스템은 과거 명절날 표를 구하기 위해 역사에서 밤새 줄서던 풍경들이 얼마나 무식하면서도 정겨운 모습이었는지 되짚어 보게 한다. 세월이 흘러 2023년 현재 한국철도는 129년의 역사 속에 세계 5번째로 개통한 고속철도 KTX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잇고 국토 균형발전에 일조하는 동맥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철도는 단순한 화물운송이나 승객들의 여행 수단을 넘어 테마 여행, 속도 전쟁, 예매 시스템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철도의 가장 핵심 장점인 안전은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사망하는 일반 도로의 교통사고와 비교할 때 더 없는 최적의 안전한 운송수단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철도가 되겠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철도는 친환경적 운송수단이다. 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6인 철도는 미래를 선도할 교통수단이다.

철도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추로 자리할 수 있도록 KTX 수혜지역을 넓히고 편리하고 보편적인 철도서비스를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코레일은 28일 ‘철도의 날’을 기념해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협력사인 야놀자와 함께 이달 중 모바일 앱 코레일톡 ‘토털여행 서비스’에서 철도+야놀자 숙박상품을 예약하고 여행을 마친 고객 중 9명을 무작위 추첨해 호텔 숙박권을 증정한다. 또한 7월 16일까지 KTX 여행상품·관광열차 절반 할인 등 이벤트도 펼친다.

특히 코레일 해외사업 담당자가 영국 철도매체IRJ 올해의 여성 철도인을 수상, 주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영국 철도전문매체 인터내셔널 레일웨이 저널이 주최한 2023년 우수 여성 철도인 어워드 16인에 선정됐다.

이제 코레일은 국내 사업에 멈추지 않고 필리핀·탄자니아 사업을 포함하여 베트남, 미얀마, 몽골,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을 다각화하고 진출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안전성, 경제성, 승객에 대한 친절도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 철도는 미래지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루에도 수 십 가지의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시대, 외국에 비해 좁은 국토로 반나절이면 국내 어디든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

여행의 참맛. 철도의 날을 맞이하여 자동차키(스마트키)는 책상 깊숙이 넣어두고 떠나보면 어떨까. 기왕이면 기차가 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가 많다는 것을 공감하면서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