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보리밭 새참
[동심의창] 보리밭 새참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7.05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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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 새참

                     유순덕

원두막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난
새참을 들고 올 엄마를 기다립니다
바람 솔, 보리밭 펼쳐 기름을 바릅니다.

이따금 소금 살살 가랑비가 내리다가
햇살이 내려와 밭을 바짝 굽습니다
저 멀리 고랑 사이로 엄마가 걸어옵니다.

 

유순덕(1967~    )은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열린 시학>에 시 「고라니, 그녀」가,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구름 위의 구두」가 당선되었으며,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2021년 <아동문학사조> 신인문학상에 동화 「겨울 이야기」 가 당선되기도 했다. 

황순원의 동화 「소나기」에 소년과 소녀가 원두막에 들러 비를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 가면, 수박밭, 참외밭 마다 원두막이 있었는데 요즘은 농법의 개량으로 원두막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원두막 그늘에 앉아 동요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다 배가 출출해지면 새참 들고 오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던 시절이 있었다. 

가랑비가 오는 모습을 마치 김에 소금을 뿌리는 것에 비유한 점이나, 금세 햇살이 쨍쨍해진 밭을 보며 김을 바짝 굽는 것에 비유한 상상력은 이 동시조의 백미이다. 새참 들고 오는 엄마의 모습은 이제 동화와 동시에서나 느낄 수 밖에 없는 전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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