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대체 누가 주범일까
[덕암칼럼] 대체 누가 주범일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11 08: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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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도둑이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면 누가 죄인일까. 훔친 도둑일까 문단속하지 않은 집주인일까. 혹자는 무조건 도둑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외형상 국민들 편의를 중심으로 법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개정안으로 가진 자 중심의 법이 만들어졌다면 그런 법을 만든 입법기관의 구성원들 잘못일까. 그런 법이 만들어진 줄도 모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의 잘못일까.

본론으로 들어가 최저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근로자들의 머릿수로 정치인들을 옥죄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놀고먹을 수도 있는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준다고 빈약속을 하고 그 말을 믿고 삽과 곡괭이와 고기 잡는 그물을 내던지고 툇마루에 누워 수당을 바란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지금부터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논리를 정리해 보자. 임금을 올리면 피고용인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을 이용하거나 인원 감축에 들어갈 것이고 실직을 해소하기 위해 수당을 준다면 놀고먹는 버릇은 사람의 근로의욕 상실과 현장 감각마저 망각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복지를 가장한 안일주의, 자유가 빗나간 방종, 인권을 가장한 무질서, 변화가 변질하여 변태가 되어버린 윤리관, 그러고도 야경이 화려한 도심의 거리가 눈부신 발전의 자화상인 것처럼 착각하고 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이 오로지 표심만 얻을 수 있다면 국론의 갈라치기, 양분화된 성별·연령별·세대별, 좌파·우파, 진보·보수로 찢어놓은 편파 정책의 산물로 다시 정권을 잡고 그 정권으로 더 세부적으로 국론을 갈라놓는 악순환을 계속한다면 그 정책을 만든 장본인들의 잘못일까.

그런 후보들을 선출해 준 유권자들의 잘못일까. 따질 것도 없이 반반이다. 아니 무개념으로 지역감정을 넘지 못하고 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는 국민들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 그렇기에 그런 후보들이 당선되어 무슨 짓을 해도 탓할 자격도 없으며 같은 오류를 78년 넘게 되풀이하는 것이다.

계급사회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특성상 국민들은 크게 4부류로 나뉜다. 가장 먼저 중앙, 지방 정부 공직자, 군인, 소방, 경찰 또는 대기업에 포함된 안정적인 수입구조의 틀 안에서 이른바 제도권에 진입한 부류, 여기에는 선출직 공직자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월급은 받지만,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또는 아르바이트, 기타 생산, 유통, 전문 방문판매 등 돌아다녀야 먹고 사는 부류가 있다. 그리고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농·축·수산업·임산물 생산에 참여하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여기에는 제조업이나 가내 수공업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어떤 물건을 팔든 매장을 차려 놓고 팔아야 먹고 사는 자영업, 건물 임대업, 부동산, 인테리어 등 관련 분야에 생계를 맡긴 사람들인데 최근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심각한 상태다.

말이 사장이고 사업자등록을 낸 업체 대표이지 현실적으로 4부류 중 가장 하류 계층에 속하는 게 자영업이다. 일명 소상공인이라고도 하며 어쩌다 성공한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한반도의 역사를 거슬러 타임랩스(일정한 시간에 움직이는 피사체를 정상 속도로 영사하는 것)로 돌려보면 참으로 험난했다. 고려 때부터 북쪽의 침략사가 끊임이 없었고 명장들의 과감한 진출로 영토를 확장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영남과 중국과 힘을 합쳐 나당연합군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통일시켰으니, 이 때도 외세에 의존했다.

다시 섬나라 왜군들의 전쟁터 역할을 했다가 통째로 넘기는가 하면 남북으로 두 동강 났다가 동족상잔을 벌이기도 하고 지금처럼 둘로 갈라져 으르렁대며 뒷배에는 중국과 미국의 옆에는 일본이 틈틈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과 지배에 맛을 들인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것일까. 군홧발에 짓밟히며 언제든 수틀리면 영장 없이도 잡혀가 온갖 고문에 시달리다 민주화 어쩌고 하던 시절이 불과 35년 전이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정신없이 열심히 살다가 배가 불러 누웠는데 꼼짝도 하기 싫을 것이며 아이·어른 질서가 있어 외국에서도 부러워했다.

어느 날 아래·위도 없고 남녀도 구분 없으며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침이면 빗자루 들고 쓸던 마당이 없어지고 잔칫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품앗이로 함께 음식을 만들던 미풍양속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니 사람 사는 꼬락서니가 집단 생활하는 원숭이나 사회적 질서가 엄격한 늑대만도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문란함은 지구상 어떤 종족보다 더하고 잔인함은 움직이는 어떤 생물도 다 먹을 수 있거나 안 먹더라도 살생하여 버리거나 가두거나 모아두는 종족이 되어버렸다. 그런 와중에도 아닌 것과 맞는 것을 구분하는 세상이었는데, 어쩌다 검증도 안 된 서양 문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이제는 옳고 그름의 경계선마저 사라져 버렸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 나서라. 혹자는 부정이 극치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의 힘은 현재로서 단어의 의미가 희미해진 지 오래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현주소만 짚어보자. 자영업자의 10명 중 5명은 대출이 늘어나고 그 원인은 임대료와 인건비, 그리고 대출이자 상환이다.

자영업자들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나머지 통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현 정부의 탓일까. 대출 낸 시점은 전 정부 시절이었다. 자영업자의 절반은 더 영업해 봤자 희망이 없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전 정부 시절 베풀던 성은이 이제 현 정부의 독촉장이 되어야 할 판이다. 생색은 문재인 전 정부요 욕은 윤석열 현 정부다. 이제 두 달 뒤면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 상환이 시작된다.

자본주의 특성상 철저하고 냉혹한 개인적 생존본능이 필요한 것일진대 이제 경제적 빙하기가 시작되면 어쩔 것인가. 하루에 30명대 자살률이 40명, 50명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그래도 이전투구로 상대 탓을 하는 정치가 되고 그런 정치를 방관하고 비호하고 병행하는 동조 세력이 되어 후손들에게 할 말 못 하는 늙은이로 전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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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2023-07-12 08:03:16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