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의욕 상실의 시대 대안은 없는가
[덕암칼럼] 의욕 상실의 시대 대안은 없는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12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찌는 뙤약볕 아래서도 언젠가는 내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기다리며 빈 컵을 들고 옹달샘 앞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특정인이 새치기를 하는 순간 믿었던 신뢰의 줄은 무너지고 나만 바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면서 한번 무너진 질서는 다시 회복하기 힘든 사태에 이르게 된다.

작금의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 그러하고 이때다 싶어 잽싸게 눈먼 돈을 가로채는 자들이 한번 맛본 돈에 길들어져 힘든 일을 못 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된 태양광 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허위 대출부터 3,000억 원대 탈세 혐의까지 각종 비위가 드러났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며 등록한 곤충사육사의 10개 중 8개는 허위 대출을 노린 위장 건축물이었고 전력산업 기반 기금을 보면 문재인 前 정부 5년간 무려 8,000억 원이나 줄줄 샌 것으로 알려졌다.

前 정권의 속살을 파헤치자는 게 아니라 개 꼬리 삼 년 묻어둔다고 여우 꼬리 되는 게 아니란 속담이 적중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밝혀낸 태양광 사업에 대한 위법 사항을 찾아낸 것인데 해 먹은 자나 그런 여지를 준 시스템이나 공범인 셈이다.

1차 조사에서 2,267건에 2,616억 원 2차 조사에서 5,359건에 5,824억 원이 드러났다. 횡령 과정에 가짜 세금 계산서를 발행해 조세법도 어겼고 보조금으로 시청 관용차량 구입은 물론 특정 단체를 위한 사업에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쯤 되면 먼저 먹는 게 임자인 셈이고 못 먹는 자만 바보 되는 형국이다. 한국전력도 퇴직자 단체 자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수익을 챙겼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곳에서 前 산업통상자원부 간부급 공무원이 목장용지를 태양광발전용 땅으로 바꿔주는 특혜에 가담했고 퇴직후 이 업체 대표로 취직해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에 광 팔고 가만히 앉아서 돈을 챙기는 일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그동안은 몰랐을까. 몰랐으면 직무유기요 알면서 봐줬다면 공범이다. 사이버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것 또한 단순한 사기를 넘어 과학을 악용한 첨단 범죄다. 걸려봐야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고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검거도 쉽지 않으니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이다.

가령 직·간접적으로 전화사기에 가담하거나 가상화폐나 다단계 조직에 들어가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땀 흘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너도나도 쉽게 일하고 돈은 많이 받겠다면 이 사회가 어찌 굴러가겠는가.

근무 시간에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여 기자가 보고 있는줄도 모르던 공무원, 녹지관리원이 대 놓고 술 마시고 낮잠 자는 것도 모자라 저녁이면 초과근무수당 받으려고 정맥 체크기 앞으로 슬리퍼 신고 다가오는 행태는 양반이다.

최근 경찰 공무원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하나둘씩 그만두는 현상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 한 해 전체 퇴직자 수는 총 3,543명으로 4년 동안 빠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입사한 경찰직들이 그만둘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경찰관의 근무 여건이나 열악한 처우에 비해 급여가 적다는 것인데, 사실 시중에 물가 상승 속도와 일선 공무원의 인금인상 속도는 비교조차 될 수 없다.

공무원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대우가 더욱 중요하다. 민간 시장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업무적으로 생활정보신문의 영업이나 실태 파악을 매일 하고 있는데 구인란의 광고 주문은 꾸준히 들어온다.

그런 과정에 광고주들의 입장을 들어 보면 사람 구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월 300만 원을 준다 해도 왔다가는 며칠만 일하다 가버리기 일쑤라는 것인데 왜 일까. 300만 원이면 주는 입장에서는 나름 쓴다고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힘든 일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

대안이라곤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다. 요즘 외국인근로자들은 과거처럼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 시대가 지났다. 현장에 도착했어도 더 주는 데가 있다면 언제든 발을 돌린다.

어설픈 한국 말투로 싸장님 얼마 줄거야 라며 흥정을 걸어온다. 싫으면 관두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인해 떠났던 근로자들과 식어버린 코리안 드림의 열기가 하나둘씩 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는 많아도 일한 사람이 없으니, 대안은 로봇인데 앞서 강조한 것처럼 너도나도 해 먹는 사회적 분위기가 근로의욕을 상실케 하고 그나마도 일하던 사람들이 일손을 놓으니 외국인들이 판친 것이다.

이제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사람보다 기계가 더 부려 먹기 편하니 당연히 로봇세상이 되는 것이다. 어디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갈라 놓은 남녀 간의 갈등도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인형이 등장해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쩌다 사람이 인형에게 매달려 욕구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까. 일부 여성의 심한 노출에 대해 이를 곁눈질만 해도 성적수치심이라는 죄목이 따르고 그렇게 빗나간 미투 운동은 여성 폄하와 비하가 만연해 짐에 따라 회식 자리 제외는 물론이고 아예 입사 과정에 배제하는 편법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성관계 또한 부부라 할지라도 비동의는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법을 추진했고 교제 중인 여성의 또 다른 이성과 자유로운 관계를 해도 이를 탓하면 데이트 폭력으로 몰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쯤 되면 남녀 간의 성관계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말도 있지만 수컷의 종족 번식 본능과 암컷의 수태 기능이 결합해 멸종의 위기를 막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노동과 번식에 대한 두 가지 의욕을 동시에 상실한 사회가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의욕 상실과 인간관계에서 성적 의욕 상실은 사실상 사회적 종말을 예고하는 현상이다. 문명은 발달해도 문화는 거꾸로 가는 형국이며 인권은 존중되는 것 같아도 인격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진정 무엇이 소중한지를 모르는 현실 속에 사람이 기계에 종속되어 간다면 결국에는 사람의 삶에 대한 가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