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사라진 토종개
[덕암칼럼] 사라진 토종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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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11일은 초복이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날은 계곡마다 개들의 수난시대였고 잘 키우던 멍멍이는 자기 죽는 날인 줄도 모르고 꼬리를 치며 주인을 따라 산으로 산책 가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설령 개 잡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동네 보신탕집에는 문전성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렇게 비명횡사한 토종개는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고 대신 온갖 견종의 외국 개들이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으며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특별히 특정인의 잘잘못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토종개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호랑이도 겁을 낸다는 풍산개,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진돗개, 그 외 외국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른바 X개였다. X을 먹는다 해서 지어진 이름 X개는 과거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길러졌었는데 마당 한쪽에 묶여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에 의존하던 가축이었다.

고양이는 열 번 귀여워해 주고 한번 때리면 그것만 기억하지만 개는 열 번 때리고 한번만 쓰다듬어 주면 그것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개는 그만큼 사람과 친밀한 관계이자 반려견이라 할만큼 가까운 지근거리에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온 바 있다.

강아지 때는 살갑게 귀여운 짓을 온통하고 조금 더 커서는 집을 지키는 경비견으로 낯선 사람이나 기타 집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목숨 걸고 짖어대니 이만한 견찰도 없는 셈이었다. 어느 날 주거환경이 고층 아파트로 변하면서 마당이 없어졌고 X개의 설자리도 동시에 없어졌다.

대신 외국 견종들이 집집마다 안방을 차지하면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부모님은 요양원으로 대신 보내지는 시대적 변화가 있었으나 누가 감히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왜 외국 견종은 식용이 안 되고 토종개만 식용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토종개가 우리 한민족과 동고동락을 하며 지내온 반만년의 세월은 기록에 적혀있지 않아서 그렇게 유구한 세월 공감대가 있었던 유일한 동물이다. 언젠가부터 반려견 인구가 급증하자 이에 대한 온갖 선심성 정책이 난무했다.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건강식, 의료, 미용, 호텔은 물론 교육까지 모두 사람 못지않은 대우가 따르다 보니 정치인들도 반려견 놀이터 공약은 물론 애완견 축제와 더불어 애견방송까지 온통 개판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특정 견종인 풍산개나 진돗개를 제외하고 X개를 위한 배려는 전무했다. 줄에 매어서 다니는 것은 물론 안고 다니거나 유모차에 태워 다니기도 하는 외국 견종과는 달리 X개는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가 쪽팔리고 흉물스러운 짓으로 치부되고 있다.

물론 개 말고도 물고기, 새 등 토종보다는 외래종이 득세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미꾸라지, 꺽지, 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는 매운탕거리지만 온갖 어종의 외국산 물고기는 수족관의 귀빈으로 대우받으며 더울세라 추울세라 배고플까 보살피고 있다.

물론 참새, 까치, 꿩 등 토종 새는 쳐다도 안 보는 대신 잉꼬, 금화조, 앵무새 등 외래 종은 마냥 이쁨을 독차지한다. 시대가 변하면 모든 환경도 변하는 게 맞지만 오랜 시간 우리 한민족과 삶을 같이해 왔던 토종 X개가 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나 조선의 천재화가 김홍도 그림에도 이따금 등장했던 X개, 말과 행동이 지나치게 천하거나 비하할 때는 X개보다 못한 자라 했다. 하지만 X개가 지금까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잘못한 게 뭔지를 짚어보면 단 한 가지도 없다.

그저 주인을 위해 꼬리치고 위험한 일이 생기면 자기 죽는 줄 모르고 희생한 죄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 인간이 토종 X개를 위해 해 준 것은 초복, 중복, 말복만 잘 넘겨도 고마운 줄 알라며 다음 해를 기약하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 개가 인간의 사랑을 많이 받고 지근거리에서 함께 공생하다보니 친근감도 있지만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7년 3월 박근혜 前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날 때 진돗개를 청와대에 두고 갔다가 문재인 후보에게 왜 유기했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고, 2018년 9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강·곰이 한 쌍을 선물했는데 2018년 11월 9일 산, 강, 들, 별, 달, 해로 6마리를 낳자 성탄절 선물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퇴임후 이에 대한 관리 문제로 정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개는 인간의 관심에서 가장 친근한 반려견으로 자리 잡았고 황인종인 우리민족 특성상 토종개는 대부분 황색이었다. 그래서인가 누렁이로 통하던 X개들은 식용으로 종족을 유지하다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언제부턴가 동물보호단체들의 활동으로 동물학대 방지법이 생겼는데 이제는 키우던 개를 계곡으로 끌고 가면 영락없는 구속감이 된다. 동물학대 금지, 개만 식용이 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괜찮을까. 소, 돼지, 닭, 오리, 물고기 등 살아 있는 모든 생물체는 자연이나 양식을 통해 키워지고 살육되면 인간의 식량으로 대체된다.

초식동물, 육식동물도 있지만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특히 X개를 보신용으로 잡는다고 해서 야만 식인종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한 간섭이다. 물론 개를 식용으로 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먹는 음식의 종류를 두고 제3국에서 야만종 취급을 한다면 그네들이 살아있는 원숭이 골을 꺼내 먹는 건 정상인가.

인간이 생물을 식용으로 하는 건 생존의 기본이다. 이를 특정 단체의 주장만 부각시켜 제도권내의 사법부가 형벌로 다스린다면 그 법이 과잉 적용되거나 오용되었을 경우 살아있는 닭도 도축을 금지해야 한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있는 치킨집도 닭의 죽음이 문제가 되는 것이며 삼겹살집도 돼지의 처참한 죽음앞에 문을 닫아야 한다. 동물보호에 대한 개념이 자칫 식량의 기본을 타 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사라지는 토종개에 대한 견종 보호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필자 또한 X개 2마리와 영국산 킹찰스를 같이 키우고 있지만 토종이 외래종보다 못난 게 하나도 없다. 문득 국민학교 재학시절 담임선생님의 풍금소리와 함께 배우던 동요가 떠오른다.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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