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인재냐 천재냐 그것이 문제다
[덕암칼럼] 인재냐 천재냐 그것이 문제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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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하늘이 하는 일을 땅이 어찌 알까마는 그래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장마철이면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올해도 여지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었지만 소중한 생명이 수해의 희생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16일 오후 2시 기준 경북에서만 18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충북 청주에서는 무궁화호 열차가 기차 레일로 밀려온 흙더미로 인해 탈선하는 등 홍수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서 발생했다.

세종시 장군면의 야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고, 강원도 원주에서는 소 먹이를 주기 위해 냇물을 건너던 60대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전북 군산에서는 지난 14일 하루 373mm가 내려 1968년 관측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충북 괴산댐에서는 만수위를 넘쳐 1980년 7월이후 43년만에 주민 대피령까지 내렸다.

이제 폭우가 그치고 피해 복구가 시작되면 최종 집계가 나오겠지만 지구 전체로 볼 때 그리 크지 않은 한반도가 매년 같은 재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되풀이하는 것은 비가 그치면 그 위험성을 별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듯 급할 때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막상 해결하고 나면 느긋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이슈에 밀려 명분도 약해지고 굳이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관계당국에서는 배수펌프장 설치, 지하차도 배수장치 점검 등 풍수해 피해에 대한 기본적인 대책을 세우긴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언제 어디서 왜 인명피해가 났는지 현장을 살펴본다면 더 현실적인 대안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개인적으로 홍수피해 현장을 찾아 촬영한 사진은 약 300여장을 넘게 저장하고 있다. 공통점은 급격히 늘어난 수위, 산사태, 무모하게 하천을 건너려는 안전불감증 등 몇 가지 원인으로 압축되는데 홍수 이전에 예상되는 위험요소에 대해 조금만 더 각별한 관심을 가지면 인명피해는 훨씬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어느 한순간 몰아치는 태풍과는 달리 홍수는 한꺼번에 물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한 고정된 지형지물은 몰라도 사람은 어느 정도 피해갈 여지가 있다. 물론 가축까지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연재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여기는 판단이 자칫 위험에 대한 인지를 낮게 하기 때문이다.

물은 한 방울씩 지속적으로 같은 곳에 떨어지면 바위도 뚫는 힘이 있다. 상류에서 모아져 소용돌이치는 물줄기는 인근 하천이나 강바닥의 흙이나 모래 등 토사물까지 포함되어 물 반 토사물 반의 무게를 갖게 된다.

중력의 의해 거대한 물폭탄으로 돌변한 뒤 건축물이나 기타 물흐름에 장애가 될 만한 것은 물리적 힘에 의해 점점 가세할 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물론 그 흐름에 사람이 있다고 위축되지 않는다.

이런 자연현상은 물이나 불이나 기타 바람까지 모두 공통적이지만 그나마 다루기 쉽고 예상되는 것이 물이다. 치산치수는 산과 강을 잘 관리하여 가뭄이나 홍수에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국가 경영의 근본 덕목이자 오천 년 이어져온 호우피해에 대한 관계당국의 책임이다.

그러라고 세금모아 월급 주는 것이며 첨단과학의 문명을 활용하여 인명피해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였던 1937년 강원도 횡성군에 치산치수비를 건립하여 자연재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한 바 있다.

그래서인가 역대 군왕들은 통치의 근간을 치산치수로 삼았으며 사람의 마음 즉, 인심은 지덕, 땅의 덕목에서 비롯된다 하여 경국의 기본으로 삼았다.

광복이후 대한민국은 박정희 前 대통령이 산림녹화 사업과 4대강 유역 개발을 통해 물을 다스렸고 이명박 정부에서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을 벌였으나 환경파괴 논란과 시공업체들 간의 비리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같은 4대강이라도 방법이 다르니 평가도 달라지는 것이다. 일단만 지적하고 일장은 덮는 일과 같다. 결국 세금으로 막았던 보를 다시 세금으로 해체하는 일도 있었으니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평가는 후손들의 몫으로 남았다.

본디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인체의 75%가 수분인 점을 감안하면 항상 필요한 액체다. 지금처럼 홍수로 인해 범람하는 물줄기를 보노라면 타는 듯한 사막이 연상된다. 한 방울의 물도 소중한 사막, 흙탕물이라도 마셔야 하는 아프리카 난민촌, 도심에서도 물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만만찮다.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상수도 또한 노후화된 관으로 새어 지하에 버려지는 누수율이 심각한 실정이다. 그러함에도 우리 국민들은 물에 대한 소중함은 그리 절실하지 않은 편이다. 수도비용도 저렴하거니와 언제 어디서든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맑은 물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

지금처럼 인명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잘만 쓰면 물뿐만 아니라 불, 바람, 태양도 모두 에너지이다. 우리네 삶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자연자원이다.

자연은 정직하다. 지리적으로 북서풍이 불고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지만 자연의 이치란 게 홍수가 있었으니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낸 댐들이 그나마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태풍이라도 불어주었으니 불필요한 거미줄도 걷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혹한의 추위가 있었으니 이듬해 병충해도 줄어드는 것이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수고가 하나 되어 농사도 물고기도 들짐승도 거두어 먹이고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정직한 자연을 원망할 게 아니라 사전예방과 철저한 관리로 피해를 줄여야 맞는 것이다.

자연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 계속 비가 오고 덥고 추운 게 아니라 특히 한반도에는 4계절을 주어 다양한 자연환경을 보여주었고 잠시라도 쉴 틈을 주어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다만 사람이 게으르고 안일하고 급할 때만 동동거리다 대비의 필요성을 잊어버리는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풍수해 피해에 대해 관계 공무원이나 관련 시설의 근무자 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으면서 누런 잠바만 입고 말로만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반복하는 자가 있다면 엄히 다스려야 한다.

국민들이 자연 앞에 두려워 떨고 있을 때 사무실 책상에서 오락이나 즐기다 초과근무수당이나 챙겨가는 공직자가 있다면 매우 엄히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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