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예측 가능한 한국의 미래
[덕암칼럼] 예측 가능한 한국의 미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25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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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공무원의 정년퇴임이 65세로 연장되면서 교사는 물론 공기업과 사기업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은 현재도 ‘임금피크제’ 없고 정년 연장해도 임금피크제 없이 호봉제로 진행된다.

그리고 법적으로 연장되어 정년이 보장된다. 65세라면 아직도 젊은 편에 속하고 70대 중반은 넘어야 노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현실적인 수치부터 살펴보자. 먼저 2000년도에 80세이던 여성들의 기대수명이 86.5세로 증가했다.

남성도 같은 해 기준 72세에서 80세를 기록했는데 문제는 늙은만큼 병 없이 잘살아야 하는 것이지 살았다고 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건강수명이다. 여성이 70세에서 75세로 남성은 65세에서 71세로 늘어났다.

계산상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빼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 나온다. 끝자리 빼고 대충 10년은 약봉투를 머리맡에 두거나 요양병원을 들락거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나이 들고 아픈데 배우자까지 사별하면 늙은 몸은 누가 살필까.

혹자는 보험이나 연금이 잘 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고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병원에서 나이 들었다고 의료비를 덜 받는다거나 여성이라고 더 우대하지는 않는다. 자원봉사단체가 아니라 병원도 공익과 이익을 동반한 의료기관이기에 운영에 필수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개인적 사정에 동정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사업자는 폐업하고 근로자는 퇴직해 무엇을 할지 막막할 때가 걱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먹고사는 문제가 당면과제로 손꼽힌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누가 공짜 밥을 먹여주거나 전화비, 주거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가 저절로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연금에 의존할 게 아니라 벌어야 사람 노릇이라도 할 수 있는 점이 중요하다. 흔히 아파트 경비나 막노동을 한다지만 현실은 수요대비 과잉공급으로 그런 자리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 아파트 경비도 젊고 유능한 인력을 채용하는 분위기다. 설령 돈이 많아 병원비나 간병비 걱정은 없다고 치자. 살아있는 동안 긴긴 날을 누구와 무슨 낙으로 살며 이 같은 미래가 과연 예측 불가능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은 외형상 한국과 유사해 보이지만 모든 면에서 한국의 30년 전 모습이고 한국은 30년 더 뒤처진다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여성들의 흰색 톤 색조 화장이 그랬고 반지하에 살더라도 수 천 만원 짜리 명품 백을 들어야 하는 유행의 모순에 휩쓸린 것이 그러하다.

일본이 유행하면 10년, 20년 뒤 한국 땅에 상륙하여 뽕을 뽑고도 남을 만큼 회오리를 몰아쳤다. 필자도 1980년도 말 경남 창원에서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 노래방이라는 가게가 생겼다.

500원 동전을 넣으면 2곡을 부를 수 있는 공중전화 박스 크기 정도의 박스가 있었다. 당시만해도 들어주는 관객도 없는 저런 박스 안에 들어가 노래를 부를까 싶었다. 이후 삽시간에 한국 땅을 점령한 노래방은 흥을 즐기는 우리민족의 특성상 성업을 이룰 수밖에 없었고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었다.

뿐인가. 수도권 중심의 이농현상, 지방의 빈집들로 인한 지자체의 골머리, 자고 일어나면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 등 일본의 전철을 밟는 한국의 모습 중 예측 가능한 미래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거동이 불편한 79세의 아내를 오랜 동안 돌봐온 81세의 남편이 아내를 휠체어에 태운 채 바다로 밀어 넣어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단순사건이지만 일본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병든 아내를 약 40년간 돌보다 저지른 사건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닫는 한국사회의 정황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라는 점이다. 젊은 날 성실하고 다정했던 부부의 처참한 종말이 전하는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30년 뒤가 아니라 불과 10년 정도 미래에 예측되는 일이다. 한국의 노령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수명은 길어지고 출산율은 저하되니 당연히 국민들의 평균 연령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수치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언론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가 세계 인구 추산통계를 인용해 한국인의 평균 나이에 대해 심각한 현주소를 보도했다. 한국은 2023년 현재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가장 젊은 국가이며 브라질이 2위, 콜롬비아 3위, 중국 4위, 태국 5위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2050년이 되면 1,200만 명이나 줄어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때 가면 대한민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3,600만 명에서 2,400만 명으로 급감하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950만 명에서 1,800만 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일하는 4명이 놀고 있는 노인 3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현재의 가장 높은 생산인구가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 순서로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그리스 등으로 나열되지만 지금 남의 나라 얘기할 때가 아니다.

반대로 다산현상으로 피임이나 기타 출산에 대한 무지국인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경우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 평균연령이 젊은 편에 속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일제강점기로 우리말을 못쓰고 살았던 시대였다.

60년 전만 해도 동족상잔으로 남북한 합쳐 수 백 만명이 사망하고 배고파서 못살겠다던 나라였다. 이제 배불러 죽겠다는 시대가 됐고 표를 구하기 위해 온갖 공약으로 멀쩡한 국민들 모두 게으르고 무능한 국민, 무출산 운동으로 대를 끊어 놓겠다고 엄포 놓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으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이나 뻔히 알면서도 놀고먹겠다는 국민이나 공범이다. 산술적인 통계상으로도 충분히 예측되는 미래에 대해 우리는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특정인의 잘못도 아니지만 나만 잘살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입에 들어가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에 만족하는 삶에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닐까 되돌아볼 일이다.

손녀 뻘 여학생이 담배를 꼬나물고 째려봐도 외면해야 하는 현실, 돈이라면 부모도 살해하는 사건들, 학생이 선생님을 패는 사건들, 여성을 납치해 수 천번 성매매해도 가해자는 밝혀지지 않는 사회, 윤리가 팽개쳐지고 배려와 양보가 사라진 사회는 얼과 혼이 사라진 나라임을 경고하는 전조증상이다.

적어도 연륜에 따른 예의와 상식, 그리고 진실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당장의 자신보다 자라는 후손들에게 살만한 나라를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세금 걷어 정치를 맡기는 것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가라고 뽑아준 것이다. 기본만 잘해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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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2023-07-25 23:12:47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