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유병장수 무병단수
[덕암칼럼] 유병장수 무병단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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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만약 80세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100세까지 20년 동안 병마와 싸우다 죽을 것인지 90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 독자들에게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택할까.

아마 젊은 독자들이라면 구질하게 살기보다 사는 동안 건강한 전자일 것이고, 80세가 넘은 분일수록 잘 유지관리해 100세까지 살고 싶을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던가.

이 세상에서 제정신 갖고 사는 사람치고 병들거나 단명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좋겠지만 막상 병원을 가보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병원신세라도 질 정도면 기본적인 의료실비나 건강보험 조합원이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그마저도 불가능해 집에서 저승사자 만날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만만찮게 많은 게 현실이다.

오늘은 어찌하면 병 없이 오래 사는 무병장수의 길을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알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먼저 필자의 일상을 소개한다. 통상 일일 4시간 취침에 새벽4시면 일정을 점검하고 아침부터 승용차 운전석, 그리고 오전 내내 사무실 의자.

다시 식당가서도 의자, 오후에도 사무실 의자, 저녁에도 식당 의자, 밤이 늦으면 퇴근길의 운전석 의자. 야심한 시간까지 오늘 일기와 메모 정리할 때도 의자, 의자로 시작해 의자로 끝나는 일정이 하루가 아니라 한 달, 일년, 십년으로 이어지다보니 자연 면역력의 감소, 운동신경 둔화에 어느 날 조용히 당뇨라는 친구가 팔짱을 끼며 동행을 요구했다.

181cm의 키에 92kg이던 체중이 10kg이나 빠지고 나니 가벼운 것인지 약해진 것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설마했던 주변의 당뇨환자들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그렇다 치고 수 년간 노부모의 간병과정에 피할 수 없는 체험을 정리해 보면 질병은 예상보다 늘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건강하고 힘이 남아돈다면 모르겠지만 경험치로 강조하기에 건강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먼저 2021년 질병관리청이 파악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이 하루 평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8.9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 이상을 앉아 지내는 셈이다. 4명 중 1명은 의자에 있는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혈당수치나 심장병 위험은 물론 무릎관절 질환이나 혈전 발생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치명적인 환경 속에 방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연도별 변화를 보면 매년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앉아있는 시간이 늘수록 기억력과 사고 능력의 저하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상상해 봐도 앉으면 허리부분에서 상체와 하체가 꺾일 수밖에 없고 눕거나 서면 신체 전체가 펴진다.

어느 자세가 원활한 피의 흐름에 도움이 되겠는가. 이미 선진국에서 구체적인 통계치를 발표했는데 운전하는 버스기사 보다 요금을 받는 안내원이 더 건강하다는 점도 증명됐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혈전의 흐름이 더디게 되면서 다리부종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운동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암협회는 좌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21년간 조사한 결과 오래 앉아 있을수록 암, 뇌졸중, 당뇨병, 신장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으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안이 없을까. 아주 간단하다. 굳이 헬스장이나 과도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산책 등의 가벼운 신체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분마다 5분씩 걸었을 때 혈당이 현저히 떨어지고 혈압은 1시간마다 1분만 걸어도 효과가 있다.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많이 걷지 못하는 것은 환경 탓이다.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할 사무직들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데 이럴 때는 의자에 앉아서라도 온몸을 티 안 나게 꼼지락 거리며 스스로 살아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30~40분 정도의 운동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주 단위로 구분하면 매주 150분 이상의 운동량에 해당된다. 한국의 19세 이상 걷기 실천은 2021년 기준 남자 38%, 여자 41%로 여자가 조금 더 건강에 신경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공원이나 하천변에 설치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여성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당뇨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논하기 전에 걸려봐야 안다.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고 식사 후에는 무기력하고 졸리는지, 그리고 갈증으로 냉수가 늘 가까이 있어야 하고 시력감퇴와 수족 저림에 시달려야 하는지 겪어봐야 안다.

악담같이 들린다면 사전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한번 걸리면 좀체 낫지 않는 당뇨라는 질병에 노출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원치 않은 질병은 당사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 치료과정에 낭비되는 시간 등 손실도 만만찮은 편이다.

현재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5만 명으로 산출되지만 파악되지 않은 잠재적 인구까지 포함하면 치료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추산된다. 이제 당뇨는 노인병이 아니라 현대인의 질병이다.

물론 그 이유로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 등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과 섭취량에 비해 안 움직이는 환경이 문제이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10~20년 내에 국내 당뇨병 환자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까지 벌어지는 간극이 10년, 20년 늘어나는 유병장수, 하지만 걷기만 해도 유병기간을 줄여 무병장수로 갈 수 있지만 자칫 유병단수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게 사람의 삶이다.

인간본연의 생존본능. 오늘은 누구도 함께 하지 못하는 저승길과 자기관리의 최종 책임자가 당사자 자신이라는 점. 그리고 유병장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로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만큼 철저한 관리의 중요성을 논해보았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 또한 건강관리에 그리 성실한편이 못되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도 반려견이 그런 노력에 동참해 준 덕분에 하루 도보 책임량은 채우는 편이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현실을 함께 추구해 보는 오늘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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