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가능한 일일까
[덕암칼럼] 가능한 일일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27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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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또 시작됐다. 교육계의 숙명적 굴레가 한 바퀴 돌아 스승이 교사가 되고 제자가 학생이 된 지 오래다.

교권 추락의 원인은 이미 전세대들의 과오였고 현세대가 그 짐을 짊어지고 있는데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러운 이슈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 오·남용의 범인이 되어가고 제자 사랑에 정성을 쏟았던 교사들은 하루 아침에 엄청난 피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초등학생이 저지른 교사 상대 폭행사건은 오래도록 묵었던 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어느 날 갑자기 새삼스레 발견된 사건처럼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지금의 바람이 얼마나 갈까.

이러다 조용히 잠들면 부화뇌동하던 교사들의 설 자리는 또 한번 마녀사냥의 단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은 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투표권이 없고 교사들은 여차하면 단합하여 정치권을 향한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십 년 묵은 교사들의 인내와 침묵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지만, 과연 그러한 교권의 미투 운동이 얼마나 갈까. 설령 목소리가 하나 되어 국회의 개정안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동안은 뭐했을까.

안 했을까 못 했을까. 한다면 부족한 입학생 대비 아니, 교사 공급 대비 부족한 학생들의 수요현상에 과연 교육계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필자의 판단과 그동안 각계각층의 통계를 전제로 할 때 교육계가 다시 교권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디 교육뿐일까. 이미 국방에 대한 청년들의 의식, 어른에 대한 연륜의 불인정, 오로지 현실적인 쾌락과 자극적인 소재만이 관심을 끌고 있는 작금의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지금의 교권 회복은 일시적인 목소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 24일자 칼럼에서 강조하였듯 교사의 무소불위 권력이 판을 치던 원인이 있었기에 학생인권조례의 명분이 생긴 것이며, 그러한 조례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빗나간 오류의 시간이 낳은 사생아였다.

갑자기 입학생 수가 증가하지 않는 한 귀한 학생 모시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물러나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버팀이 학생들에게는 밥그릇 지키는 지식전달자로 인식될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버티는 교사, 하루 아침에 갑이 된 학생들만 득실거리는 교육계가 될 미래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 누구도 어떤 분야에서도 이를 해결할 대안을 제기하지 못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해도 입학생들을 갑자기 증가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20년 주기로 사고의 전환이 있었는데 작금에는 1년 주기도 그 다름의 기준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대 차이를 교육정책을 세우는 입안자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갈지 의문이다.

외형적으로 교육 공무원이지만 내부적으로 군대 조직보다 더 탄탄한 그들만의 세계는 감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암묵적 영역이자 지켜내야 할 밥그릇이다. 물론 이러한 결속력은 교육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 사법부, 노동계 등 많은 분야도 작금의 현실까지 묵혀올 수밖에 없기에 누구 하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없었다.

견디다 못 견디면 그만두는 것 외에는 구조적 폐단을 수습 내지 개선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과 교직원 채용에 대한 고무줄 기준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정식 교사가 되어서도 이럴진대 이제 막 교육계에 입문하려는 교생이나 방과후 학습을 맡은 계층의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철옹성같이 탄탄한 교육계의 위계질서가 지금까지 교권 추락을 방조한 장애물이었으며 향후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 밥그릇이 되어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학생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 광복 이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공교육보다 사교육 시장을 더 떠받드는 결과를 낳았고 그러는 동안 학생은 학습시간 채우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교사는 그 자리를 지켜내야 제때 급여를 받으니 학생 위주보다는 조직 위주의 교육방침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올해 2023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 및 기금을 보면 102조원이다. 유아 및 초·중등 부문 2022년 예산은 10조 1,819억원 늘어난 80조 9,120억원, 그 중 2023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도 10조 7,011억원 증액된 75조 7,606억원이다.

고등교육 부문도 1조 6,126억원 증액된 13조 5,135억원이고 평생·직업교육 부문도 3,091억원 증액된 1조 4,407억 원이다. 공교육 예산이 이 정도라면 사교육시장은 어떨까. 얼마 전 킬러 문항 조사한답시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 모 국회의원은 학원 강사 수입이 연간 100억이 넘는다며 개선의 여지를 주장했었고 모 정당의 교육부 관계자도 사교육 시장의 문제점과 킬러문항이 절대 다수의 학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공교육 예산이 100조가 넘는데 파악조차 되지 않는 사교육 시장은 얼마나 될까. 그런 상황 속에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설령 좋은 대학에 가도 취업은 고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척박하다는 게 문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2023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부동의 1위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시작으로 대부분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 등 서양으로 몰려있는데 비해 한국은 서울대 56위, 연세대 78위, 카이스트 92위이다.

백년지대계를 위해 필요하다면 102조가 아니라 200조가 들어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는데 예산만 늘리고 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작금의 현실을 어찌 헤쳐갈까. 이번 교권 추락에 대한 교육계의 아픔은 일시적인 아우성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이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증액하기까지 쌓아온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학생 한 명에 교사를 비롯해 많은 예·체능은 물론 행정, 급식 등 많은 분야의 종사자들이 생계를 의존하고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한 삶의 생명줄이 될 것이니 잘 모셔야 하고 그러는 가운데 교권도 다시 회복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그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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