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선생님의 눈물 방울
[교육칼럼]선생님의 눈물 방울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kmaeil.com
  • 승인 2023.07.31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박상재(아동문학가, 전 서울당중초등학교장)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붕괴가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1,500명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출근길 성수대교가 무너져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지 불과 8개월 만의 일이다. 

이 무렵부터 교권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대놓고 잠을 자고, 이를 지적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대드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 학생은 대부분 문제가정에서 탄생한다.

비뚫어진 가정교육으로 학교에서 비행 학생이 늘어나도 교사들은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교실붕괴니 학교붕괴를 걱정하며 한숨짓는 소리가 나날이 늘어갔다. 급기야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고, 무고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교사를 하인 다루듯 대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학부모들도 역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성심껏 생활지도를 한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여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생겨났다. 교권이 땅에 들어진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학부모와 교원간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교육이 흥할 수는 없는 것이다.

7월 30일 교육부가 국회 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급 별로는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절반을 넘어 가장 많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이다.

2018년 14명에서 2021년에는 22명으로 늘었고, 올 6월까지만 해도 11명의 교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 마저도 공립 교원만 포함한 것으로 사립·기간제 교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원인이 밝혀진 교원의 극단적 선택 사유 30건 중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16건으로 전체의 53%에 달했다. 

필자도 과거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감 교장으로 근무할 때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에 시달려 상담을 요청하는 일을 종종 겪었다. 성심껏 상담을 하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들의 눈물을 보며 안타까웠다.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술취한 목소리로 전화하여 담임교사를 괴롭히거나, 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학생 인권을 거론하며 국민신문고에 악의적인 민원을 올리는 것은 약과이다. 사건을 침소붕대하여 교사를 민형사 고발하는 경우를 볼 때에는 분노와 절망감에 치를 떨기도 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교육에 달려 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도 결국 빗나간 교육으로 귀족을 비롯한 국민들이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세계 정치경제를 쥐락펴락할 만큼 강국이 된 것은 '랍비'라고 불리는 존경받는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랍비는 유대인들의 생활규범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상담하는, 생활지도 교사 겸 상담자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의 탈무드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랍비이다. 따라서 랍비는 지혜로운 역할로 자주 등장하며 아버지와 동급 이상으로 대접받는다.

탈무드에 “아내를 괴롭히지 마라. 하나님은 아내의 눈물방울을 세고 계시다”고 하였다. 필자는 여기에 빗대어 말한다. 선생님을 괴롭히지 마라. 하느님은 선생님의 눈물방울과 한숨 소리를 세고 계신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있다. 임금, 스승, 아버지는 한 몸과 같이 대하라는 뜻이다. 이 말의 어원은 춘추전국시대 역사서인 국어(國語)에 나오는데, ‘부모는 낳아주고, 스승은 가르쳐주고, 임금은 먹여주니, 부모가 아니면 생기지 못했을 것이며, 먹지 않으면 자라지 못했을 것이며, 가르침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니 낳아주심과 한가지다’라는 뜻이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인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권까지 유린해가며 존중받아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동전의 양면이다. 서로 존중하고 협응하며 바르게 굴러가게 해야 한다. 내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힘들게 하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사를 존경하지는 못할망정 괴롭히고 힘들게 해서야 어떻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에는 일부 관리자들의 갑질도 한몫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민원 외에도 관리자들의 부당한 지시나 비인격적인 대우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원들도 있다. 현장에서 힘들어 하는 교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관리자들이 있다면 복거지계(覆車之戒)하여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