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판도라 상자 열어본들
[덕암칼럼] 판도라 상자 열어본들
  •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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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칼을 빼야 한다. 그래야 썩은 무라도 벨 수 있는 것이지 용두사미 격으로 장검을 뽑았다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슬그머니 집어넣은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마치 건수가 발생하면 얇은 냄비에 센 불로 부글부글 끊었다가 금 새 식어버리는 형국이다. 이미 전 정부의 LH토지 투기 사건이 그랬고 이번에도 LH 전관예우로 인한 부실감리가 아파트에 뼈대격인 철근도 없는 순살 기둥을 불러왔다며 의혹이 불거졌다.

시초가 된 GS건설의 검단신도시 건설현장 붕괴사고는 21개 아파트 브랜드 중 2~3위에서 꼴찌로 곤두박칠 쳤다. 주가도 절반으로 반 토막 났고 영업이익도 1700억 원대에서 3673억 원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정기관에서도 안전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칼을 빼들었다. 특히 이번 장마로 인해 다른 신축아파트에서도 곳곳에 물난리가 나고 단지 내 편의 시설에서는 누수현상과 정전은 물론 엘리베이터 까지 멈추는 현상도 나타났다.

주거문화의 총아, 건축에 대한 첨단문명이 낳은 아파트는 기존의 단층 주택에 대한 모든 개념을 초월하여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주택으로 손꼽혔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1962년 마포아파트가 준공된 후, 1970년 한강맨션아파트로부터 출발했다.

1980년대에는 강남 일대와 목동, 상계동 등으로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됐고 1990년대에는 수도권 200만 호 주택건설정책에 따라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등 신도시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붐을 이뤘다.

당시 필자의 모래 운반 경험을 첨부하자면 공사현장에 필요한 모래를 운반하는 과정에 강에서 채취한 모래라는 일명 강사, 바다에서 채취한 해사, 해사를 물로 씻어낸 세척 사,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루베 당 가격은 당연히 해사가 가장 채취비용도 적게 들고 저렴한 건설자재다.

법대로 하자면 해사를 물로 세척하여 소금기를 완전히 제거해야하는데 모래알갱이에 세척여부가 적힌 것도 아니고 일일이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산더미만한 모래더미에 형식적으로 대충 물만 뿌려도 세척사로 둔갑하는 판이었다.

모래가 이럴진대 철근을 매는 일명 반생이라는 철사도 가로세로 촘촘히 묶어야 하지만 이 모든 게 인건비가 들어가니 한 칸 건너 한곳씩 묶어 허술한 매듭으로 마무리 짓는다. 레미콘을 부었을 때 무너지지만 않으면 완전범죄인 셈이다.

양생된 시멘트를 다시 철거해서 들춰보지 않는 한 누가 감히 정확하지도 않은 철근매듭의 부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철근이 바다모래에 닿게 되면 부식되기 마련이고 폭우에 야적하면 녹슬기 마련이며 장마철에 레미콘을 타설하면 물이 함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1990년 초 신도시 건설에 투입된 모래의 양을 100이라 계산해볼 때 채취 가능한 모래가 몇 %나 되었는지는 부실에 대한 증거가 있다하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셈이다.

30년 전에 그렇게 지었던 아파트도 지금까지 무너졌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동안 건축문명은 눈부시게 발달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볼 때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싶다. 어떤 일이든 누군가의 욕심으로부터 불거진 불특정 다수의 피해현상이다.

건축사 사무소에게 설계도면을 주면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용역을 주고 구조기술사가 철근 양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구조설계 도면을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빠졌다면 1차 책임이고 이 도면을 받아본 건축사 사무소가 문제점을 알고도 넘어갔다면 2차 책임자다.

설계도에 명시된 철근을 빼 먹을 때는 이를 부실감리로 넘어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며 가장 먼서 현장 소장이 알 것이고 건축과정에 분야별 책임자인 철근, 콘크리트를 맡은 단종 즉, 전문건설업체가 알 것이다.

건설이란 대기업 브랜드를 걸었다고 직영으로 시공 하는 게 아니라 통상 등록된 협력업체로 분업을 하게 되는데 기초 터파기를 맡은 토목부터 철근 콘크리트를 철콘, 전기, 소방, 창호, 가전, 조경, 등 분야별 역할이 주어진다. 어디 살펴보면 철콘 뿐일까.

환경관련 자재는 안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할 수 없도록 정해져있다.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거론되는 층간 소음문제는 알고도 안하는 것이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닐 만큼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다.

필자가 수 십 차례나 보도한 층간소음 해소방안은 관계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지적과 대안이었다. 하다못해 주차장 정지 받침대도 시방서에는 국산으로 표기되었지만 시공은 저렴한 중국산으로 둔갑해 설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국책사업에는 모든 건설자재를 신재로 사용하도록 단가를 책정하고도 막상 현장에서는 중고자재인 고재를 사용하는 부실공사 현장도 수두룩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며 GS건설의 검단신도시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조용히 넘어갈 일이었다.

한번 불붙은 건설현장의 부실논란은 삽시간 번져나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공공주택 단지 현황에 따르면 모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되었음에도 302개소 기둥 중 126개소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어필한 것처럼 감리가 눈감아야 가능하고 현장소장과 철근 전문건설업체는 물론 철근을 시공하는 기능공부터 납품하는 철강회사까지 죄다 공범인 셈이다. 누구하나라도 불면 다 드러날 수 있는 반사회적 범죄가 입주민들의 소중한 자산을 갉아먹은 것이고 뒤로 빼돌려 욕심을 채운 것이다.

역세권이라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는 입주민들의 단합된 시세도 문제지만 부실공사에 대한 여지도 쉬쉬해야만 하는 입장도 안타까울 뿐이다.

조용히 팔고 나가야 다음 호구가 사는 것이고 그 호구도 조용히 입을 닫아야 입주민들에게 찍히지 않는 것이지 우리단지 부실이라고 고함쳐봐야 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것이니 침묵은 묵시적 공범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 것이다.

모든 건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욕심으로부터 시작되어 평생 모아 집한 채 사려는 서민들의 꿈을 갉아 먹었던 것이다.

치솟는 건설자재, 근로자들의 인건비 상승, 엄격해지는 안전관리, 하나 둘씩 공사를 포기하는 건설업체들, 공사 과정에서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부실 아파트 15곳의 명단이 공개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양생된 콘크리트며 그 안에 숨죽이며 건물을 지지하고 있는 철근들이다. 열어본들, 관계자들 구속시킨들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냥 덮자. 판도라 상자 열어본들 잠시 끊다가 말일 아닌가. 30년 잘 버티면 안전진단받고 재건축 승인나면 다시 짓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모두가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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