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평범한 7월이 가고
[덕암칼럼] 평범한 7월이 가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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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장마로 인해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하루아침에 평생 모은 재산을 수해로 잃어버린 7월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날이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여름한철 장사로 1년을 살아야 하니 바가지를 씌워서라도 매상을 올려야 하는 피서 철이기도 했다.

최근 폭염으로 전국이 불가마다. 이글거리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공사 현장도 그렇거니와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매우 분주했다.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준비, 보도하다 보면 가장 허망한 것이 날씨다.

폭설로 인한 출근길 대란, 장마로 인해 불어난 엄청난 양의 흙탕물, 바짝 마른 농경지, 살인적인 한파 등 모든 날씨에 대한 속보나, 기사보도는 하늘이 맑아지거나 다시 예전 기온을 찾을 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평범한 날들로 이어진다.

산불이나 건축물의 화재는 원인규명과 피해자 보상, 안전대책이 뒤따르지만 자연재해는 그냥 당한 사람만 속수무책인 것이다, 물론 잠시 반짝 뉴스거리도 되고 재해특별 구역으로 지정되지만 이내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천재지변이고 후자는 인재기 때문이다.

어찌하든 이번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기원한다. 지난 7월은 날씨로 인해 특별한 이슈 없이 넘어갔다.

대통령처가의 토지에 대한 투기의혹도 장모의 구속으로 일단락되었으나 여전히 야당의 표적이 되어 국회가 소란스럽고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대립도 같은 사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달랐다. 한 쪽은 마셔도 된다하고 한쪽은 핵 폐수라고 단정 지으며 국제사회의 눈도 의식하지 않는 언쟁의 속사포를 쏘아대고 있다.

7월의 기념일 중 2가지를 어필하자면 같은 27일이라도 남한에서는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 하고 북한에서는 전승일 이라한다. 총 22개국, 185만 명이 유엔군 장병이 참전하여 피해자만 해도 15만 명이 된다. 수년 전 7월27일 부산의 유엔군묘역을 찾아보았다.

그날도 2023년 7월 23일도 유엔군 묘역은 조용하다. 당연히 한국은 그 어디에도 이 날을 기념하거나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으며 그 흔한 빨간 글씨도 아니고 대체휴일도 아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휴전 7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열병식을 가졌다.

일명 전승일로 불리는 이날은 북한이 미국과 싸운 결과 이겼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명확히 정리하자면 전승일은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북한이 이론대로라면 남한이 북침했으니 전쟁이 벌어진 것이고 그 전쟁에서 이겼다는 뜻이다. 이겼을까.

기존의 38선을 기준으로 밀고 당기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만 발생시킨 전쟁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북한인데 휴전협정에 서명하면서 중단되었으니 전패일이 맞는 것이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자다가 어느 날 새벽 날벼락 맞고 겨우 다시 기존이 영토를 지켰으니 전방일이 맞는 것이다.

둘 다 코피 터지게 싸우다 먼저 때린 놈이 이겼다고 큰소리치는 격이며 동네친구들이 도와준 덕분에 겨우 집을 지킨 놈은 맥을 놓고 있는 격이다. 남한의 북침으로 시작된 전쟁을 조국해방이라 하고 야심한 밤에 엄청난 군중을 동원하여 지구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대형 퍼레이드와 카드섹션을 펼쳤다.

열병식에는 신형 무인기 시위비행과 ICBM화성17,18형이 등장했고 중국의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양쪽에 나란히 배석하여 공산국가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380만 명이라는 희생자를 내고도 전범국가인 북한에서는 전승일 이라하고 남한에서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겨우 잃어버릴 뻔 했던 나라를 다시 어렵게 찾고도 아무 감각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으로 미사일 쏘면 그걸 주워 해체 해보는 수준, 무인기 띄우면 부랴부랴 대응무기 개발한다고 공공연히 무대책이었음을 발표하는 수준, 쏜 사람이 폼 나게 먹고 싼 걸 그 음식재료가 무엇이었는지 대변을 검사해 보는 꼴과 뭐가 다를까.

필자는 육군병장을 전역할 때까지 크레모아도 터트려 보았고 수류탄도 던져 보았으며 M16은 셀 수 없을 만큼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하지만 크레모아 껍질로 철 구슬이 몇 개 들었는지, 수류탄 파편으로 폭약무게가 얼만지, M16탄피로 소총의 노리쇠 길이나 발사 당시의 자동 반자동 여부를 죽었다 깨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인가 파편수거 한답시고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무엇을 알아냈는지 후속 발표는 들은 바 없다. 국제 사회에서 어떤 눈으로 볼지도 생각하고 발표하길 바란다.

잔인한 7월은 수해로 소중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김영환 도지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야당의 추상같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분 조차할 수 없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야당의 주장은 진실여부에 따라 충분한 결자해지의 결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 8월의 첫 날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도 정계는 대통령 처가의 땅 투기 문제로 한동안 난리법석을 떨 것이고 아파트 부실공사로 인한 입주민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간다.

손보겠다던 건설노조, 의사, 간호 조무사 들로 인한 의료대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여야 이견,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항변, 이상민 장관의 탄핵불발로 인한 야당의 갈등, 어떤 식으로든 7월의 미제가 8월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은 유난히 더운 해였다. 최근 들어 37도를 웃도는 날씨에 더 이상은 별일 없어야 할텐데 7월 26일자로 남동해상에서 출발한 태풍 “카눈”이 중국으로 가는 듯 하다가 한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태풍은 비나 눈처럼 조용히 오는 게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동반하여 닥치는 대로 쓸어가는 폭군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고층빌딩에서 구경만 하겠지만 농어촌 주민들이나 비닐하우스 농장, 그리고 각종 시설물에 생계를 의지하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자연 재해다.

이미 7월에 폭우로 인해 “마이 묵었다 아이가“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며 8월은 모두에게 어느 달 보다 윤택하고 건강한 달이 되길 바래본다. 할 수만 있다면 15일 집집마다 태극기 계양하고 자녀들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정도는 설명해 줄 수 있는 국민이 되러 줄 것을 기대한다.

할 수만 있다면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의 원폭과 북한이 걸핏하면 쏘아 올리는 미사일의 위력정도는 알려주는 기성세대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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