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소젖과 사람 젖의 차이점
[덕암칼럼] 소젖과 사람 젖의 차이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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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송아지는 소젖을 먹어야 하고 강아지는 개 젖을 먹어야 하며 고래새끼는 어미고래 젖을 먹어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그리하도록 창조하였으나 언제부턴가 사람이 소젖을 멸균해서 마시고 말리고 가루를 내어 아가들에게 먹이며 삭혀서 요구르트를 만들고 숙성해서 치즈를 만드는가하면 아가를 위한 사람 젖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치된다.

국어사전에 젖이란 인간 여성을 위시한 포유류 암컷의 복부 및 흉부에 존재하는 유즙을 내는 기관. 유방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젖이란 모든 포유류 암컷의 유선에서 만들어지는 액체로서 소화기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새끼에게 효율적으로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연 그대로의 성장호르몬이다.

성분을 분석하면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및 기타 영양소도 풍부하고 지방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새끼는 순식간에 살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함에도 소젖이 신생아의 주식이 되는 걸 보면 모유수유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피해를 보는 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신생아의 몫이다.

만약 고래 젖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고래 젖에 대한 광고와 성분분석이 대대적으로 홍보되었을 것이고 비싼 값에 팔리지 않았을까 실제 고래의 젖은 지방비율 30~50% 단백질 10%정도나 된다.

가장 지방함유량이 높은 젖은 바다표범과의 두건물범이 61%, 같은 과의 다른 종인 회색물범이 53%인 점을 감안하면 표범 젖과 물범 젖도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 않았을까.

그나마 돼지의 젖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젖꼭지가 너무 많아 짜기 불편하고 한번 짜면 1~2분은 나와 주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30초밖에 젖이 안 나온다. 짜기 쉽고 많이 나와 준다면 돼지 젖을 먹고 자랄 수도 있었다는 예측이 나온다.

또 과거얘기를 하게 되는데 불과 50년 전만해도 7남매 9남매 낳아 키우던 우리네 어머님들이 분유란 꿈도 못 꾸던 시절이 있었다. 첫 아이가 젖을 떼기도 전에 둘째. 셋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나니 그 번식률이란 지금 같은 저 출산 시대에 국가에서 표창 받을 일이었다.

첫아이가 젖에 대한 본능적 행동으로 밥그릇을 놓지 않자 둘째를 위해 유두에 쓴 약을 발라 억지로 떼는 경우가 흔했는데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쩌랴, 그렇게 시작된 생존본능은 이유식에서 밥으로 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 신생아 환경을 감안할 때 오로지 먹을 것이라고는 어미젖과 미음정도였는데 그걸 먹고 자란 지금의 5-60대 장년들이 대한민국의 건강한 인재가 되어 각 분야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소젖으로 먹고 자란 아이들의 건강상태나 정신적 정체성은 어떤가.

소젖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마땅한 통계나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제 아무리 좋다 치더라도 사람젖만 할까. 인간은 모든 포유류의 젖의 소화가 가능하다. 물론 일부 인간 개체들은 락타아제가 나오지 않는 유당불내증이 걸리기 때문에 젖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기 종족의 젖은 최소한 그 종족의 새끼에게는 완전식품일 수밖에 없다.

살면서 특별한 상황에 직면하면 젖 먹은 힘까지 다 짜내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성인이 되었는데 젖 먹는 힘이 남아 있지도 않겠지만 그만큼 젖은 출생한 신생아에게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아기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소젖은 구하기 쉬워서 일까.

산양 젖이 좋다고 하니 대형마트마다 산양우유가 비싸게 팔리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산양유로 그쳐야 맞는 것이다. '우'자가 들어가면 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산양우유가 더 대접받는 걸 보면서 개 젖이 더 낫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개 젖을 먹일 것인가.

심청전에서 맹인 심 봉사가 딸 청이를 키우는 과정에 동네 아낙네들에게 젖동냥을 구하러 다녔다는 대목이 있다. 다산으로 인해 생리적으로 넘쳐 나는 모유는 산모 자신의 자식 외에도 친척이나 기타 지인의 자식까지 나눠주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이 과정에 어머니와 자식이 서로 닮고 서로 사랑하듯이 젖을 주는 사람이 자기 젖을 먹고 자란 아이를 대하는 심정은 제 자식이나 다름없이 여기게 된다.

모유를 먹지 않는 아기는 모유만 먹는 아기보다 첫돌이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14배 더 높고 모유를 먹으며 듣는 엄마의 심박동수와 목소리는 아기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 수유 시 분비되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자궁을 빨리 회복시킨다. 아가는 수유과정에 젖만 먹는 게 아니라 심리적 안정도 취하게 된다. 필자 또한 5남매의 장남으로서 바로아래 남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3년은 독식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연세가 들어 작아진 가슴이지만 당시 어머니의 젖은 단순한 생존의 음식을 넘어 본능적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통로였다.

인간의 젖은 그 어떤 과학으로도 제조할 수 없으며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그 주인 또한 태아의 몫이다. 주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슴성형을 위해 버려진다면, 그리고 사람대신 소젖을 먹어야 한다면 훗날 신생아가 소처럼 참지 못하고 들이박거나 포악해 진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신생아도 한 때이며 젖을 먹이며 아가를 내려다보면 아가는 쳐다보며 젖과 사랑을 동시에 섭취한다. 젖먹이 아가들이 느끼는 걸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소나 양 젖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꿈은 자본을 투자한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거나 뜻밖에 횡재수가 있어 돈이나 재물이 생긴다고 한다.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좋다. 필자가 남성이라서 편협적인 사고로 이런 말을 한다면 그 오해, 충분히 감수할 것이고 적어도 모유수유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지원이 전폭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가령 모유수유에 대한 장려운동을 벌려 모유수당을 지급하고 가슴성형수술비까지 지원한다면 어떨까.

당장에는 분야제조업체가 불리하겠지만 그렇게 산모의 젖을 먹고 자란 아기가 훗날 따뜻한 인성을 지니고 건강해진다면 국익에 훨씬 도움 되지 않을까. 특히 직장에서 모유 수유가 보호되고 지원될 때 더 큰 발전이 가능하다.

지난 10년 동안 완전 모유 수유의 보급률은 전 세계적으로 48%로 10% 증가했다. 2030년 전 세계 목표인 70%를 달성하려면 모유 수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과 가족이 직면하는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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