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예견된 재앙 배후는 누굴까
[덕암칼럼] 예견된 재앙 배후는 누굴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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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참사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다.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480억원을 들인 메인 시설조차 준공 일을 맞추지 못해 내년에야 완공된다 하니 무용지물이 되었고 열악한 시설에 폭염까지 겹친 기상악화는 외신들의 비난기사로 도배됐다.

애써 쌓아올린 국격은 바닥을 모를 만큼 추락했으며 전세계 청소년들의 기대와 꿈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게 됐다. 주최·주관은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 연맹이 맡았다.

2017년 유치 확정. 올림픽처럼 4년마다 순회하면서 개최하며 이번 대회에 150여 개국 43,000명이 참석, 12일간 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첫날부터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3일 만에 5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는 등 연일 속출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책임질 대표자가 없다.

참가자들은 질퍽한 흙바닥에 파레트를 깔고 텐트를 칠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녀공용 샤워 시설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손님이 방문한 집의 수준을 알려면 화장실을 가보라 했다.

더럽고 비위생적인 화장실, 이번 대회로 인해 한국의 화장실문화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전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진흙탕 뻘 밭에 플라스틱 파레트 10만개 설치, 열사병으로 환자가 발생해도 40분이나 걸려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 이런 곳에 비싼 참가비를 들여 자녀들을 보낸 각국의 부모들은 어떤 심경일까.

참가비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00만원에서 800만 원정도인데 코리아를 외치며 국제 대회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은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이 무슨 나라 망신인가. 회복할 방법이 없는 끔찍한 외교 참사다.

어딜가나 축제에는 먹거리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고유음식은 물론 이렇다 할 푸드 트럭조차 없었다. 유일하게 편의점이 있었는데 바가지 요금으로 비난을 샀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그 곳은 가격을 올려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 그 편의점이 누구의 추천이나 특혜로 공급부족의 대박 현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허술한 준비로 인해 대회 행사 내용 280개 중에 85%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져 홍보 대비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영국은 4천명이 철수했고, 미국·벨기에도 모두 철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현장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반면 진흙바닥을 숙박 장소로 정해 잼버리대회를 치르는 동안 관계자들은 인근 펜션 30동을 통째로 빌려 시원한 에어컨 틀어놓고 야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불편한 것을 알 수 없는 것이고 대회 개최로 인한 대재앙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죽 급했으면 군인까지 동원해 편의시설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을까. 보다 못한 민간기업이나 종교단체가 나서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누가 싼 똥을 누가 치우는가. 과거에도 이런 일은 숱한 경험이 있었다.

관이나 단체에서 잘못한 허물을 백성들이 수습한 경우가 한둘인가. 반대로 한류열풍에 대한 기대감에 얼마나 부푼 꿈을 안고 왔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회 관계자의 답변은 참가자들의 에너지가 소진되니까 환자들이 발생했다거나 폭염은 예상된 일이고 참가자들이 정신력으로 잘 견대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불난 집에 더 불을 지른 셈이다. 여기에 전북 모 도의원은 “귀하게 자라서 불평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필자 또한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대원으로 활동했으며 손가락 세 개를 모아 봉사라고 외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운데 브로치를 매단 스카프는 자긍심이었고 산에서 텐트치며 야영을 할 때는 마치 개척시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었다.

잼버리의 주요 행사 내용에는 바비큐구이, 나무타기, 모닥불 피우기, 해먹을 설치해 자연과 하나 되는 야영생활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잼버리대회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이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도 많았다.

간혹 주변에서 현장의 진행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제적 행사를 치르다 보면 어찌 작은 흠집이 없을까 하는 긍정적 시각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기대한 크기만큼 실망의 폭도 컸고 아무리 되짚어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회를 마치고 검찰의 추상같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단 손님들 보내고 나서 성역 없는 수사로 국가망신살을 산 국격 추락의 죄를 탈탈 털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일이 되풀이 안 되게 쓸데없이 예산 받아 이러저러한 명분으로 사용하는 국고 낭비의 여지를 이참에 전면 삭감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먼저 예산의 편성 과정부터 지출 내역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 수주업체간 공정한 경쟁은 있었는지, 입찰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결제 금액에서 뒤로 챙긴 뇌물은 없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예산항목중 담당자들이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 미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현지답사 및 벤치마킹을 한다는 명분으로 예산을 사용했지만 새만금 뻘 밭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다음 장소 선정이다.

대한민국 그 많은 장소를 두고 하필이면 허허벌판 뻘 밭에 굳이 수백동의 텐트를 치고 온갖 궁상을 떨며 나라망신을 시켜야 했는지 되 짚어봐야 한다. 장소 선정에 대해 전북 무주에서도 나섰다.

폭포, 태권도원 등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자연과의 조화도 충분한 곳임에도 누가 힘을 써서 새만금으로 정했을까. 32년 전 1991년도 강원도 고성군 신평벌 259만평에서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산과 강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굳이 열악한 새만금에서 열린 이유가 무엇일까. 누굴까. 전라도 무안공항으로 이미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사례가 있음에도 보란 듯이 또 터진 혈세 낭비, 전라도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대형사고들이 터졌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이미 6년 전부터 준비한 대회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일인데 또 윤석열 정부가 뒤집어쓴 셈이다. 사태가 이럴진대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잼버리 대회를 좌초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안일한 대응 탓이라고 주장했다.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신뢰와 꿈은 이루기 어려운 것이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까지 수 십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1년 전인 2022년 8월 국회에서 잼버리 대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었고 2달 뒤인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질문으로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아무 문제없다고 당당히 답변했고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오히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잼버리 대회가 공포와 트라우마로 남는 대회로 전락할 수 밖에 없어 국비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대회 전날 현장을 방문해 최선의 준비를 해왔다고 큰소리쳤다. 그 말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보고 중심인 책상머리 행정의 전형적인 오판인 셈이다.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전북 도지사도 온열질환자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게 나올 것이라고 답변했다. 어느 정도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인명피해가 속출해도 어느 정도 사망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그 답변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져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뒤집어 말해 만약 이번 기회에 꼼꼼하고 확실한 준비로 한국의 국위를 대폭 상승시켰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대회를 주관한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 연맹도 생색을 내고 참가자들도 대한민국에 대해 더없이 멋진 나라로 오래도록 기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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