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나라꽃 무궁화를 국화로
[덕암칼럼] 나라꽃 무궁화를 국화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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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93년 8월 발행한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당시 발행 초판에 400만권이 팔릴 만큼 인기를 모았다.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과 핵무기를 꿈꾸었던 박정희 前 대통령의 일화가 가공되어 민족의 자존감을 일깨웠던 감동과 설렘의 내용으로 많은 독자들을 확보했으며 필자 또한 몇 번을 읽고 또 보고 싶은 책이었다.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무궁화라는 꽃에 꽂히면서 관습적으로 국화로 인정받게 된 무궁화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무궁화동산을 세울 만큼 획기적인 동기를 부여했다. 안타깝게 영화화를 시도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지만 그래도 무궁화는 영원한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그로부터 20년후 2013년 식목일 나무심기를 추진했던 필자는 경기도 안산의 녹지지대에 무궁화심기를 추진했지만 진드기가 생긴다며 거절당했고 지금 그 자리에는 황금측백나무가 10년 동안 자라면서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다.

8월 8일 오늘은 ‘무궁화의 날’이다. 2007년부터 대한민국의 나라꽃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 주도로 제정한 날이다. 꽃말을 보면 일편단심 또는 영원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날로 정해진 취지는 숫자 8을 눕히면 무한대 기호가 되며 끝이 없다는 무궁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8월 8일로 제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꽃집에서 무궁화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찬밥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나라 꽃 무궁화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을 쌓아보자. 적어도 배워서 손해 볼 것 없고 그래도 국화에 대한 작은 상식이 애국심의 일환일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궁화는 꽃말과 달리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꽃으로 여겨 단명을 상징하는 꽃으로도 여겨졌다.

반면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며 오히려 질긴 생명력과 민족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얼핏 들으면 무궁화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화 같지만 법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꽃잎은 흰색 또는 분홍색을 띠며 5장이 잔처럼 벌어지는데 크게 배달계, 백단심계, 적단심계, 청단심계, 자단심계, 아사달계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통상 7월에 피어서 10월까지인데 신경 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벌레도 생기고 꽃도 금세 흉해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명력이 강해서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하며 번식도 다양하게 시킬 수 있다. 어지간한 병충해로도 죽지 않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외세 침략에 시달려온 우리 민족이 유구한 역사를 지킨 것과 비교해 볼 만하다.

무궁화는 농촌에서 자연방제 역할도 하고 함께 어울리는 버드나무와 같이 수질정화 역할을 함으로써 애국가 가사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가사가 붙여지지 않았을까. 의료용으로는 설사와 구토 등에 효과가 있고 뿌리에서 폐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 항암물질이 발견되었다.

꽃봉오리가 한번에 피지 않고 돌아가면서 피다보니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항상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1581년 14대 선조 때 출생해 18대 현종 임금이었던 1672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선시대 고산 윤선도의 무궁화라는 작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甲日花無乙日輝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一花蓋向兩朝輝 한 꽃으로 두 해님 보기가 부끄러워서다.

葵傾日日如馮道 날마다 새 해님 향해 숙이는 접시꽃을 말한다면 誰辨千秋似是非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따질 것인가? 동요에도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고 노래한 것도 있고 애국가에도 후렴에 4번씩이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고 한다.

가수 심수봉의 무궁화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구구절절 애국에 대한 충성심이 심어져 있다. 이 밖에 국가에서 주는 훈장도 무궁화 훈장이 있고 열차명도 무궁화호가 있으며 호텔 이름이나 기념관이나 국회의원 금배지까지 5잎의 무궁화를 형상화 했다.

무궁화 문양이 새겨진 대한제국 마지막 문관대례복이 사라진 무궁화의 가치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상징 문장과 헌법재판소와 대한민국 법원의 휘장에도 있고 동전의 최소 단위인 일원짜리 주화에도 무궁화가 새겨져있다.

현재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이나 대통령 경호처 상징도 무궁화다. 심지어 육군, 해군, 공군 상징에도 무궁화는 빠지지 않는다. 여자 씨름의 체급에서도 무궁화라는 명칭이 사용되는데 무제한 바로 아래 체급으로 남자 프로 씨름에서의 백두장사에 해당하는 체급이다.

경찰청, 소방청, 교도소,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상징에도 사용되고 군대에서도 하사 이상 군 계급장의 받침에도 들어간다. 이 밖에 경찰공무원, 교정직 공무원, 철도경찰직 공무원의 계급장에도 등장한다.

이쯤되면 무궁화가 국화로 선정되기에 조금도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법령에도 국화로 명확히 지정된다면 어떨까.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시대에 제대로 내세울 수 있는 나라꽃 무궁화는 충분한 역사와 근거와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무궁화는 중국 동남부가 원산지로 추정되지만 일찍이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도입했으며 그 품종도 200가지중 100가지가 한국의 품종이다. 필자가 국회의원이라면 잽싸게 이를 입법화하여 훗날 두고두고 이름을 남길텐데 쉽고도 가치 있는 소재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민족이라도 북한의 경우 목란이 국화로 지정되어 있다. 김일성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지정된 것인데 각 나라마다 꽃이 상징하는 이미지는 다양하다. 네덜란드는 튤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를 국화로 지정했다.

일본의 경우 사쿠라 꽃으로 이미 한반도 전역에 화려한 벚꽃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식민지시대 군락으로 심어 놓은 일본인들의 계획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오늘은 절기상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입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절기에 맞춰 한풀 꺾인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입추가 지나도 비가 5일 이상 오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고 할만큼 벼가 급성장한다.

가을이면 풍성한 들녘을 상상할 수 있는데 장마철 난리치던 요란함이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다. 이제 텃밭에 남은 채소들을 가꾸고 서서히 김장철 주인공인 배추 심을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온갖 채소와 과일에 다 성공했는데 수박만 실패했다. 순을 따주지 않은 무식이 종자만 버렸다. 8월 8일 무궁화 식재로 조선시대 윤선도와 영적 공감대를 형성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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