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파산 난 잼버리 태풍이 살려
[덕암칼럼] 파산 난 잼버리 태풍이 살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09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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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얼마든지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국제대회가 죽을 쒔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일단 손님 대접은 잘 해야 하는데, 오늘까지 서로 남 탓하며 삿대질 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더 없는 국제적 구경거리가 됐다. 주최 측이나 대회 관계자들은 축소 내지 변경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부도난 것과 진배없는 자기합리화의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미국 참가팀들은 서울로 자리를 옮겼는데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잼버리 대회의 취지와 달라도 너무 다른 일정으로 남은 기간을 겨우 소화해 내는 땜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나 단체를 못 믿겠다며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1일부터 12일까지 계획된 일정에서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모든 참가자들의 야영은 중단됐다. 정부는 남은 5일 동안 잼버리 대회의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8일 오전 10시부터 버스 총 1,000여대가 동원되어 36,000명이 이동했다.

비상 숙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공되었으며 메인 행사는 물론 부대 행사까지 모두 취소됐다. 문제는 8일부터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하다 보니 남은 일정도 혼란이 가중됐다.

폭염환자가 속출하고 바가지 논란과 코로나, 성범죄 논란까지 악재가 속출하는 가운데 태풍까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설상가상 태풍 카눈이 텐트촌을 휩쓸 경우 예상 밖의 인명피해가 날 우려도 철수 이유 중 하나다.

전세계 대원들이 모여 야영 생활을 하며 문화교류와 우애를 나눈다는 세계 잼버리의 취지는 물거품이 되었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준비했던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을 추진하던 K-POP 콘서트도 서울에서 추진한다는 정부 계획에 전라북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공식 입장표명도 하지 못했다.

야영장 철수 조건 가운데 다른 것은 조잡하고 초라한 이유지만 유일하게 태풍만은 누구도 말리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명분이 됐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대책에 누가 감히 이견을 제시할 것인가.

이렇게만 본다면 태풍은 시기적으로 더 없이 고마운 소식이다. 그나마 태풍조차 없었다면 철수할 명분도 없거니와 국제적 망신과 안전을 이유로 면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 아무리 얼마의 비용을 투입해 수습하더라도 참가자들이 야영하러 온 것이지 관광하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꿈과 희망에 대한 보상은 금전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집에 손님이 와서 춥고 배고픈데 집주인이 서로 네탓 내탓을 하며 부엌에서 삿대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집안싸움이라면 툭툭 털고 사과하거나 용서하면 끝날 일이지만 외국에서 그것도 청소년들을 대거 불러 이 무슨 낭패이며 망신인가.

이제 각국의 청소년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무슨 소리를 할까. 특히 태국 남자 지도자와 전북 스카우트 연맹 단장이 벌이고 있는 성추행 관련 진실공방은 태국 남자 지도자가 본국으로 귀환하고 전북 스카우트 연맹 단장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단된 잼버리 대회에 대해 뒷수습만 남았다. 필자가 전한 덕암 칼럼에 대해 많은 격려와 이견이 올라오는데 이견 중에는 문재인 정부를 두둔하는 내용도 있고 윤석열 정부가 뒤집어썼다는 내용도 있다.

필자가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라고 전제한 이면에는 대회유치부터 예산편성, 장소선정 등 뼈대격인 대회의 모든 기본요건이 문재인 정부 때 이뤄졌기 때문에 강조한 것이지 어느 정당의 편을 들어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물론 윤석열 정부도 2022년 5월 취임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점검하지 못한 실책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1년 7월 6일 당시 이명박 前 대통령이 유치한 대회로써 박근혜 前 대통령 집권시절 준비해서 2017년 5월 취임후 9개월 만에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샴페인을 터트린 셈이다.

북한에서도 대대적인 응원단과 선수들을 파견한 덕분에 모두 문재인 前 대통령의 치적과 화려한 개막식 연설로 빛을 발했다. 지금은 야당이 입 다물고 있는 게 본전이라도 건지는 것이지 돌이키지 못할 외교참사나 다름없는 현실 속에 누가 장소를 선정했는지 그 많은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는 손님 보내고 할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한 잼버리 대회 관련 공무원 해외출장 건이 그러하다. 지난 8년간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보도에 대해 세부 집행내역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기관별 횟수는 전라북도 55회, 부안군 25회, 새만금 개발청 12회, 여성가족부 5회, 농림축산식품부 2회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대국민 사기극이고 공금횡령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정표와 지출항목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파헤쳐야 한다. 공금유용이라고 판명되는 부분은 다시 토해 내도록 해야 하고 과징금이나 벌금까지 부과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외유성 해외출장은 이미 국회의원부터 시·도의원은 물론 공기업과 많은 기관·단체에서 온갖 명분으로 다녀오는 관례가 있었다. 안 가는 사람만 못 챙겨먹는 것이 해외출장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안산의 모 지자체 전 단체장은 코로나 이전 재임 2년 동안 13번이나 뻔질나게 다녀온 흔적을 남긴 바 있다. 이제 잼버리 대회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제 아무리 정부가 돈으로 때우고 지자체와 민관이 협력해서 수습한다고 해도 전세계 청소년들이 한류 열풍에 대한 기대와 부푼꿈까지 되돌려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그날이 오기만 기다리며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할 때까지 나름 예상했던 그림은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에 무참히 깨졌다.

만약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면 무슨 명분으로 새만금 탈출 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명분 없이 무참히 깨지는 것보다는 안전을 핑계 삼아 관광으로 때울 수 있었으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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