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우리는 출근 선전전에 나섰나?
[기고] 왜 우리는 출근 선전전에 나섰나?
  • 옥광덕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안성시비정규직지회 홍보국장 kmaeil@kmaeil.com
  • 승인 2023.08.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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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덕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안성시비정규직지회 홍보국장

8월 8일 현재 28일째 안성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공무직 노동자들이 아침마다 출근선전전에 나서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임금을 대폭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안성시에서 노동조합과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성시에서는 지난 2022년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 ‘노사는 정근수당 신설에 대해 2023년에 합의하여 결정한다.’라고 합의하였습니다.

공무원은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을 연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기본급의 5%에서 최대 50%까지 1년에 두 차례 받고 있습니다. 당시 교섭에서 안성시의 요구사항인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조건으로 노동조합에서는 정근수당 신설을 요구하였습니다.

안성시에서는 매년 공무직 노동자 1호봉이 최저임금 미만에 해당하게 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고, 반면 노동조합에서는 김보라 시장이 안성시의 교섭 대표가 된 이래 항상 공무원 임금 인상율만을 고집해 와 물가 상승을 임금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근수당과 정근수당 가산금 신설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면서 정근수당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합의하게 된 것인데, 안성시에서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여 최저임금법 위반 문제를 비켜나가게 된 지금에 와서는 정근수당을 신설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며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노사 간의 단체교섭이란 상호 간에 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대화로서 문제를 풀 수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안성시에서는 노동조합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올해 진행된 첫 번째 교섭부터 정근수당을 신설하겠다고 노동조합과 약속을 한 기억이 없다며, 이어 여러 차례 진행된 교섭에서도 앵무새같이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급기야 교섭이 결렬될 때까지 안성시청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직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모습을 보여 결국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신청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조합에서는 ‘노사는 정근수당 신설에 대해 2023년에 합의하여 결정한다.’라는 협약을 근거로 하여 정근수당을 신설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안성시에서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소속 조정위원들마저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정근수당을 신설할 수 없다며 버티다가, 안성시에서 결국 내온 최종안이 2023년 올해가 아니라 ‘2024년부터’, 그것도 공무직 노동자 전체가 아니라 ‘근속 12년 차 이상 된 공무직 노동자’부터, 더욱이 그것도 해마다 ‘1%, 3%, 5%’씩 단계적으로, 그것도 일 년에 두 차례가 아니라 ‘한 차례’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월 기본급이 250만 원인 노동자가 있을 때, 1%를 정근수당으로 지급한다고 하면 한 달 기준으로 월 2천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만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안성시의 이러한 몰상식한 태도에 우리는 쟁의권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성시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시장으로서 어떻게 19만 안성 시민을 대변하고자 하는지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노동조합은 어떻게든 파업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컸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과 ‘정근수당 및 정근수당 가산금 신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고 2023년에 정근수당 신설을 위한 내용을 정하는 것으로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고 합의안을 도출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시민 불편을 고려하여 쟁의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노동조합의 고민과 선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임금 교섭에서도 여전히 김보라 안성시장의 일방적인 임금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며 받아들이라는 요구만 하고 있습니다.

산수를 배우는 아이라도 알 것입니다, 백원의 10%와 천원의 10% 차이를. 공무원은 호봉표에 따라 일 년에 평균 5~7만원이 오르고 공무직 노동자는 호봉표에 따라 일 년에 평균 1~2만원이 오르는데 어떻게 공무직 노동자에게도 공무원과 동일한 1.7%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겠다고 강제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무직 노동자에게 이렇게 불합리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공무직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김보라 시장을 규탄하고 이러한 김보라 시장의 본질을 안성 시민께 알리기 위해 출근 전 선전전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김보라 시장의 이러한 처사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지요? 이 문제는 200여 공무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물가 폭등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우리마저 김보라 시장의 일방적 임금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인다면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일 것입니다.

김보라 시장은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와중에도 28일째 출근선전전을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미국에 있는 자매도시는 챙기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먼저, 200여 안성시 공무직 노동자들과 ‘정근수당 신설에 대해 2023년에 합의하여 결정한다.’라는 합의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신뢰받는 김보라 시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합의안이 실현될 때까지 우리 안성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김보라 시장은 공무직 노동자들도 안성 시민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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