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김호일 회장의 독박쓰기
[덕암칼럼] 김호일 회장의 독박쓰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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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7월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로 표결해야 하느냐”는 아들의 말이 되게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소개했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노인폄하라는 논란이 빚어졌다.

이후 4일 뒤인 8월 3일 오전 김 위원장은 서울 용산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노인회장과 최창환 부회장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호일 노인회장은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정신 차려”라는 말과 함께 김 위원장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때렸다.

이를 보는 의견은 양분화 됐다. 먼저 김 위원장의 폄하 발언이 논란이 됐고, 다음 사진이라도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직접 느끼게 때렸으니 맞은 것이나 진배없다는 의견이다. 정계의 견해도 달랐다.

국민의힘은 노인폄하 발언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김 위원장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고 야당에서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김 위원장 발언의 핵심인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 대 1 표결해야 하느냐는 발언의 취지다.

사진이라도 때린다면 손찌검(?)을 한 순간부터 이 나라 어르신의 대표자인 노인회장이 경거망동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충분히 맞을 짓을 했지만 김호일 회장의 말대로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는 취지가 정면충돌했다.

만약 김호일 회장이 이 같은 퍼포먼스라도 하지 않았다면 노인 폄하는 국민의힘에 더 없는 호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김호일 회장의 격조 낮은 행동이 김은경 위원장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이나 진배없다.

잘못을 했기에 사과하러 간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이 도매금으로 넘어갈 일을 김호일 회장의 직선적 성격과 행동으로 연결되어 면죄부를 얻은 것이며, 국민의힘에서는 열 대 때릴 일을 한 대도 못 때리고 어중간한 입장이 된 것이다.

정작 따귀 한 대도 손 못 댄 김호일 회장 입장에서는 솜방망이로 요란만 떤 격이 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김호일 회장을 존경한다. 국회의원 3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일국의 노인회장을 역임할 때는 선거를 통해 결정된 대표자다.

간혹 행사 때 만나 인사를 나눌 때나 축사를 들을 때면 김호일 회장의 당당함과 직선적인 성격을 읽게 된다. 거침없고 솔직한 성격에 우렁찬 어투는 도덕이 실종되어 가는 현시대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노인폄하 발언이 사과 자리에서 나이 먹은 사람이 무슨 힘이 되겠느냐며, 오죽하면 선거 때 표에 대한 가치까지 아이들이 거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더 낮추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르신들의 연륜과 경륜은 이 나라의 진정한 가치다. 당장은 노인들에게 욕을 먹겠지만 국민의힘이나 절대 다수의 노인들 입장에서는 가늠치 못할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을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했던가. 진정 괘씸하고 분했다면 차라리 후자를 택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지금처럼 어정쩡한 자세가 아니라 극단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처신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김호일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맞지 않아도 맞았다고 진단서도 없이 통증을 호소할 수 있는 점은 김호일 회장이 “정신 차려”라는 야단조차 거부하는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이 올해 22살인데 중학생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며,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아들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발언을 전제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이 발언에 대해 되게 합리적이지 아니냐며 동의를 구하는 형태의 질문을 하였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아들 발언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즉각 빗발쳤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어르신에게 미래 짧은 분들이라니 혁신위인지 호신위인지 결국 사고 쳤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르신들의 경륜과 식견이 있어야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석고대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제일 쉽고 잘하던 방식인 갈라치기 전략을 활용하려는 시도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반국민,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른 국면으로 돌아섰다. 김 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공식으로 사과하며 시댁 어른들도 남편 사후에 제가 18년을 모셨다.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사과 내용을 두고 미국에 살고 있던 시누이 김 모씨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빌리자면 명절은커녕 남편 제사에도 한 번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새빨간 거짓말로 가족 모두를 기만했다며 남편은 2006년 스스로 삶을 마감했고 이후 김 씨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했다.

이후 김 씨의 아버지도 같은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씨는 18년간 시부모를 모셨다는 게 명백한 거짓이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며, 김 위원장 측에서 반박한다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번지자 김 위원장의 장남이 반박에 나섰다. 장남은 말도 안 되는 거짓 선동으로 가족을 공격하는 일은 제발 멈춰 달라며 추후 필요한 법적 조치를 본인 선에서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개인사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은 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사과도 때가 있다.

열 받을 대로 받아서 풀기 어려운 시점이 되면 사과해 봐야 별 효과가 없을진대 발언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방치하면 이를 지켜보는 노인들의 판단조차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이제 총선 얼마 남지 않았다.

안 그래도 선거할 때만 되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 손잡고 비굴한 웃음을 보이던 정치인들이 한둘이었던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찍어준 어르신들을 더는 희롱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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