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시간이 나면 봐야 할 자연재해
[덕암칼럼] 시간이 나면 봐야 할 자연재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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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글로벌 시대는 경제, 문화예술, 스포츠의 경계선을 넘어 관광, 복지,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지구촌 시대를 맞이했다.

때로는 전쟁 발발로 인한 긴급구호나 군수물자를 공급하여 대리전양상을 띠기도 하고 탄소 줄이기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정도니 이제 외국의 재난도 마냥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서론이 장황한 것은 최근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대한민국 경제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중간의 마찰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한일간의 냉기류로 또 얼마나 많은 민간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했고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국내 제조업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오늘은 여러가지 문제보다 캐나다와 미국 하와이의 산불에 대해 잠시 시간을 투자해 보기로 한다.

2곳의 산불 원인이나 피해 규모, 발생지역, 인명피해 등은 독자들이 직접 찾아 보기로 하고 필자가 수집한 정보나 지금 당장 확인해 볼 수 있는 내역들을 귀띔한다. 먼저 대피령이 내려진 캐나다 산불은 이제 불과의 싸움보다는 불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할 만큼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무력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예라고 볼 수 있다.

캐나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준주 주도 옐로나이프 전 주민 2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8월 17일 경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단 살고 보자는 최악의 선택에서 달리 차선책이 없는 실정이다.

피해지역에서 탈출하려 해도 하나뿐인 고속도로도 꽉 막혔고 항공편 예약과 이용도 여의치 않자 벼랑 끝에 내몰린 주민들에게 현지 사정은 말 그대로 불지옥이다.

탈출 도로 주유소는 미리 연료를 가득 채워 출발하려는 차량들이 몰리는 바람에 1㎞ 긴 행렬을 이루며 살길을 찾고 있었고 당국은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고교 앞마당에 항공편 예약 센터를 마련했다.

상황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었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셈이다. 그 와중에 캐나다와 웨스트 젯 두 항공사는 항공편 요금 인상을 요청했고 시간 변경에 따른 수수료까지 요구했다.

물론 항공사의 입장도 있겠지만 재난 앞에 이익을 추구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항공사 측은 22대의 비행기로 1,800명을 이송할 계획이지만 실제 항공기 탑승을 필요로 하는 인원은 세배나 가까운 5,000명이었다.

바다의 인공재난이 타이타닉호였다면 육지의 자연재난은 캐나다 산불이었다. 문제는 이런 산불조차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올해 일어난 236건의 산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고 현재까지 집계된 노스웨스트 준주의 산불 피해 면적은 210만 헥타르(ha)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이 지역 연간 평균 산불피해 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데 해당지역은 냉대림이 펼쳐져 있으며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삼림지대로 분류됨에 따라 한국처럼 장맛비라도 쏟아지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총 1034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에 타서 10년 동안 연간 평균 산불 피해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군이 주민 수송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까.

지금까지 2023년 들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1,100건 가까이 되고 이재민 숫자도 17만 명을 상회한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국 중북부와 오대호 지역까지 번지면서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해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제 산불은 소화하는 것보다 피하는 게 상책이 됐다. 환경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가뭄 등 극단적 기상이 발생하면서 산불과 같은 재해의 빈도와 심각성이 커진다고 예견했다.

이번 산불은 옐로나이프에서 서쪽으로 16㎞쯤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한때는 몇 시간 만에 불길이 30㎞나 이동해 살아 있는 산불로 여겨지기도 했다. 사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산불과 함께 대기 불안정으로 강풍이 불자 회오리바람이 아닌 회오리 불기둥까지 나타났다.

지난 17일에는 산불 속에서 거대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공포의 장면으로 손꼽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스쿼미시-릴루엣 지역의 군 호수 위로 거대한 화염과 연기의 소용돌이가 하늘로 치솟는 장면이 공개됐다.

‘불 토네이도’는 수직방향으로 형성되며 가스와 불꽃이 강하게 회전하는 기둥이라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반면 하와이 산불 실종자도 1천명을 넘어서면서 사망자도 115명으로 늘어났다. 죽고 싶어 죽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진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종자도 388명으로 늘어났다. 머나먼 남의 나라 화재까지 우리가 알 바 아니지만 현실은 글로벌 세계이며 나의 불행에 다른 사람도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기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며칠 전 캐나다 산불진화를 위해 한국 해외긴급구호대도 원정을 다녀온 바 있다. 필자는 하와이에 가본 적도 없기에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을 구글어스로 살펴 보고나서야 남의 일로 치부되지 않았다.

독자들 또한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현지 지도를 살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관광지로 섬 곳곳에 마련된 그림같은 집들이 한순간 잿더미가 되자 이를 헐값에 사들여 더 나은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얌체족들까지 곁눈질을 하고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 해외 자연재해가 극성을 부리는 동안 국내에서는 장마철 피해에 대한 뉴스가 연일 속보로 이어졌다. 물론 오보도 상당했고 국민들은 만성이 되어 별반 실망감이나 분노를 나타낼 줄 모른다.

다행히 수재민만 힘들 뿐 비가 그치면 관심도 같이 그치는 현상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고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망국병이다. 우리 인간은 집짓는 것이 개미나 까치보다 못하고 사회적 질서의식은 원숭이와 별반 다를 바 없으며 번식은 토끼나 쥐보다 못하다.

본질은 비교도 못할 만큼 우수하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막상 자연재해 앞에서는 미력한 존재다. 자연 앞에 오만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는 자세는 빠름만 강조하는 현시대에 느림의 미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공존이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과 함께 현존하는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최소한의 협력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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