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대한민국 헌정사의 이정표
[덕암칼럼] 대한민국 헌정사의 이정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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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주사위는 던져졌고 부, 가결 표결숫자는 현실을 냉철하게 가르마를 탔다. 이제 정치권의 이정표에 국민들이 덩달아 방향을 달리할 이유는 없어졌다.

모든 게 다 그렇듯 처음부터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었으며 모든 선거가 그러했고 어제 있었던 이재명 당대표의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가결도 결국 숫자로 결정됐다.

제1야당 대표 체포안과 국정 2인자의 해임건의안이 한날 표결 절차를 밟은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 숫자에 의해 대통령도 당락을 결정지었으니 이번 표결도 존중받아야 한다. 이재명 당대표는 이제 방탄국회라는 민주당의 오명을 씻어낼 준비를 해야 하고 윤대통령도 국회의 표결을 존중해야 한다.

마치 장기판에서 포와 포를 맞바꾸는 듯 한 분위기다. 이제 장을 중심으로 졸이 방어하고 남은 차와 상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야 할 순서가 남았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구속여부는 검찰의 행보에 맞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표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이탈 표가 29표나 되면서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표결 결과는 재석 295명에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이었다.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와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고 총 295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가결 정족수는 148명으로 민주당의 이탈 표가 주목받았고 마지노선인 28명을 넘으면서 결국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를 판단 받게 된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의원이 약 8년간의 성남시장 시절 잇달아 발생한 대형 개발비리 사건들과 지방자치권력을 남용해 자신의 측근들이나 유착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주었다며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어떤 조건도 달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했다가 다시 방탄국회가 아니냐는 의문을 산 바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물적인 증거도 없고 오로지 진술 뿐 이라며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말대로라면 검찰수사는 정치적 보복이라는 것인데 이번 가결로 인해 수박색출 여론이 우려된다.

물론 친명과 비명간의 갈등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체포동의안을 단칼에 부결시키자거나 전쟁 중에 장수를 적군에게 갖다 바치는 어리석은 인간은 없을 것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충성맹세같은 집안싸움은 개딸들을 의식한 호들갑에 불과했다.

물론 개딸들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끝까지 추적·색출해 정치 생명을 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결론적으로 엄포에 불과했다. 이번 가결 결과의 이면에는 전당대회 돈 봉투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방탄정당이 됐다는 여론이 한 몫 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번에도 부결되었다면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로부터 민심을 얻어낼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래서 정치는 생물이라 했던가. 이 대표는 이번 부결에 대해 정치 보복이자 검찰권을 남용한 부당한 영장이고 특히 정기국회 중 영장을 청구한 건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정치공작이라고 이유를 댔다.

앞서 지난 6월 본인의 발로 출석해서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했을 때와 정 반대 목소리다. 반면 국민의 힘은 단식 이유가 공천권을 무기 삼아 민주당 의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1야당 정치인이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검찰의 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통해 북한에 지급한 800만 달러는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비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최고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이제 요동치던 여의도 지진계 바늘은 일단 멈췄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헌정사를 돌아보면 요즘처럼 이기적으로 독단적이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던 시절이 없었다.

표만 받을 수 있다면 상식이고 공정이고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온갖 명분 만들어 국민들을 분열의 장으로 끌어낸다. 오늘날 이 같은 정치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시대적 변화기도 하지만 온전히 국민들이 분수를 모르고 날뛰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쁠 때는 정치인이 정치하고 농부는 농사지었으며 스님은 목탁을 치고 목사는 성경을 전파하기 바빴다. 나름 먹고 살만해지니 농사짓던 농부가 배낭을 메고 등산을 가다가 등산객이 많이 모이면 산악회를 구성해 선거 후보들을 오라가라 하며 갑질 했던 것이다.

스님이 목탁 치다 신도회가 숫자가 많아지면 후보들이 알아서 시주하고 표를 구걸하는가 하면 목사가 불어난 신도들 숫자로 후보들 길들이니 당선될 때 까지만 굽신거리는 것이다.

이농현상으로 도심을 향해 집중되던 출향인들이 향우회를 구성해 정치인들을 겁박하니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이 관급자재납품도 챙겨주고 공직자들 인사개입도 들어주며 정치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소홀해지는 것이다.

누가 누굴 탓하랴. 국민 각자가 자기 할 일만 잘하면 세상은 편안해진다. 게으르고 말도 탈도 많은 것은 다시 한 번 먼지를 털어야 깨끗해지기 마련이다. 곰팡이는 습해야 번식할 수 있는 것이지 뽀송하고 맑은 공기에서는 생길 수 없다. 바다가 오염되었으니 배가 항로를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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