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구분
[덕암칼럼]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구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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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 조류, 어류, 곤충, 심지어 식물까지 짝짓기를 한다. 암수로 구분된 한 쌍이 교미를 통해 번식을 하고 그래야만 종족보존의 길을 확보하는 것이며, 보다 나은 우량종으로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것이다.

교미의 과정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하고 자연스런 것이며 그 자체를 창피하다거나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행위과정의 본능적인 동작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생물도 번식하지 못하니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다만 인간만이 번식 그 이상의 쾌락을 위해 상상 그 이상의 변태적인 행동과 금전적으로 성을 거래하는가 하면 임의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차단하는 포유류로 남아있다.

성적 쾌락이 남자만의 본능일까. 당연히 남녀가 어우러져야 가능한 것이며 여자 또한 남자의 배려와 정성에 따라 공동으로 느낄 수 있는 성적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프리카 일부 국가나 서방의 일부 국가는 여성들에 대해 가학적인 할례를 당연하듯 행하기도 하고 조혼 풍습에 따라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적 자유권을 박탈하여 임의적인 임신이 성행하고 있다.

물론 각국의 사회적 분위기나 풍습 등 그 나라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임신할 당사자의 자율적 권한이나 선택의 여지조차 박탈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무식한 처사라 하겠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또한 유사한 처지의 국가였다.

남녀 간의 결합이 다소 어설프고 심지어 우스꽝스러웠던 시절도 있었고 그 전 세대에는 얼굴도 모르고 부모의 판단에 따라 부부가 되어 평생을 백년해로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이 좋아 지금은 사귀어보거나 살아보거나 심지어 어설픈 피임과 난잡한 교제로 인해 유산시키는 일을 연필로 쓴 낙서 지우듯 지워버린다고도 한다.

신체적 쾌락을 추구하고 그러한 과정에 자연발생적으로 얻은 자유는 무분별한 성관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요즘 세상에 그런 문제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손가락질 한다면 되레 그 당사자가 시대에 덜 떨어진 정신적 환자로 취급받는 세상이 됐다.

현실적으로 성관계에 대한 여지나 선택은 남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지 과거처럼 만취된 여성을 상대로 일방적인 관계를 갖거나 사회적 강자로서 위력을 과시해 임의적 관계를 요구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구속사유가 되며 실제 그러한 이유로 많은 남자들이 신세를 망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제 성관계의 결정권은 평등해졌고 심지어 부부도 관계 도중에 부인이 거부하면 중단해야 하는 비동의 간음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올해 1월 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철회해 여론 형성에 따라 언제든지 현실화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형법 제297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다. 여기서 비동의 간음죄가 적용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행법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동반되어야 범죄요건이 성립되지만 비동의 간음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여자의 의사가 반대라면 관계 도중에도 중단해야 범죄를 면할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다 자칫 여성의 능력을 낮게 보는 과잉보호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시작하거나 진행하거나 마쳤더라도 나중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남자는 곧바로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논란이 왜 거론되었는지를 짚어보자. 오늘은 신체적 자유를 누린데 대한 책임소재를 각인시키고자 정해진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임신은 성관계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며, 임신을 피하려면 피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준비가 필요함에도 자칫 소홀히 하거나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임신에 이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날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해진 것이 매년 9월 26일은 성과 피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에 제정된 ‘세계 피임의 날’이다. 2023년 세계피임의 날 슬로건은 ‘피임 투게더!, 책임 투게더!’를 알리고 피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개선 및 자기 주도적 피임 실천을 실행하며 성 건강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날이다.

물론 피임은 가임 여성에 국한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 폐경기에 도달한 여성은 제외되겠지만 요즘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고 하면 함께 관계를 맺은 남자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여자에게는 칠칠치 못했다거나 “조심하지”라며 여자들만 비난의 대상이 된다.

관계 전에 남자의 배려나 성적 예의로 사전에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자유를 누린 대신 동반되는 책임이 부족하다면 여자 입장에서 낙태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성관계도 건강해야 가능하다.

남자의 경우 발기부전 치료제가 막대한 시장성을 형성하는 것도 그만큼 성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점을 나타내는 산술적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평균 성경험 기준 중 미성년자인 청소년 비율을 보면 약 20.7%로 나타났다.

중1의 경우 남학생이 1.3%인데 비해 여학생은 2.3%로 나타났고 이러한 추세는 중2부터 1.7%와 5.7%로 늘어났으며 중3은 1.9%와 12.3%로 크게 벌어졌다. 고등학교 진학부터는 그 차이가 더욱 많아진다.

남학생은 평균 3%인데 비해 여학생은 27.4%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보면 여학생의 성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상대가 남학생이 아니라는 점으로 귀결되면서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성적 개념의 자화상이 드러난 셈이다.

원치 않은 임신의 뒷감당은 고스란히 여자의 몫이 된다. 법률적으로 아무리 낙태를 금지해도 막는 만큼 다른 쪽으로 불거지기 마련이다.

자칫 준비가 부족한 여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될 임신에 대한 책임을 이제는 근본적으로 사회가 관심을 갖고 제도권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자유가 낳은 방종이 인류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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