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너 늙어 봤니 나 젊어 봤다
[덕암칼럼] 너 늙어 봤니 나 젊어 봤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12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너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다. “이는 빠져 낙치(落齒)되고 두 무릎은 귀가 넘었으니 없던 망령 절로 난다.” 회심곡의 한 대목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세상 모든 것을 잡아보려고 두 손 꼭 쥐고 출생했다가 죽음의 문턱에서는 쥐었던 손을 다시 풀어놓고 간다.

필자 또한 60의 나이에 돌아보면 소년기와 청년기가 엊그제 같지만 거울을 보기 싫어지니 이미 80이 되신 부모님 세대들이야 오죽할까 싶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조선시대 문인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송강 정철의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라는 시구(詩句)가 어울리는 날이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날짐승·들짐승, 물고기와 곤충까지 나고 자라서 수명이 다하면 늙어 죽음에 이르는 생로병사의 굴레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 화려한 꽃도 열흘이면 지는 것이고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하다 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수 천 년을 살 것처럼 미친 듯이 나대고 날뛰고 설치며 당장 내일도 장담하지 못하면서 십년·백년의 계획을 짠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열 가지를 짜면 절반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제 돈인 것처럼 세금을 펑펑 써대고 지역구 주민들에게 막대한 예산을 따 왔다며 재선과 3선·4선을 기대한다.

예산의 효율성보다는 일단 확보해야 능력이 있는 것이며, 뻔히 알면서도 일단 돈이 돌고 도니 반대할리 없는 지역주민들이 다시 표를 몰아주면 결국은 공범인 셈이다. 오늘 주목할 대목은 바로 전쟁후 태어난 세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후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 우리나라는 전후 세대. 특히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세대의 연령별 현주소다. 그렇다면 현재 연령별 인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5월 기준 성별 숫자는 거의 비슷하다. 총 5180만 명 중 서울·경기·인천이 256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절반에 가까우며 65세 이상의 인구가 2023년 현재, 950만 명에 육박하며 20년 후면 200만 명.

노인들의 활보가 당연한 모습이 될 것이다. 이제 모든 정책은 표를 많이 갖고 있는 노인들 중심으로 펼쳐지도록 변해 갈 것이며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노인의 나라가 된다면 슈퍼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은 평균 연령이 급격히 늙은 나라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국민들의 건강수명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인해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고려할 때 평균 20년 가까이 경제활동을 못하고 병실에 누워 생활하거나 나 홀로 집에 틀어 박혀 삶을 연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평균 수명은 여자 86.5세, 남자 80.5세지만 일찍 사망하는 인구를 고려하면 통상 20년 뒤에는 110살까지 생존할 수 있는 노년층이 상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사회가 폐허에서 기적적으로 도약한 발전의 원동력 세대, 일터에서 야근과 철야작업에 능숙하고 지금은 3D직종에서 묵묵히 생활고를 이어가는 세대들이다.

이들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적어도 30년 뒤인 2043년에는 대부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고독사의 대상이 돼 스스로 벌지 못하면 복지예산의 고갈로 생명 연장이 불편하게 되는 시대가 찾아온다.

지금만 해도 사회적 동정심과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때가 되면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고, 장례식이란 절차가 아득한 옛말이 되어 문상객과 조화들의 나열조차 없어질 것이다.

문제는 2043년이면 애물단지로 전락한 노인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데 뒤를 받쳐줄 인구가 적거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지방의 소멸도시가 본격화 돼 서울과 부산만 사람 사는 곳일뿐 대부분의 주거 인프라는 악순환의 도미노 현상으로 사막화 될 것임은 자명한 미래의 자화상이다.

이쯤 되면 대안이 나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며, 산목숨은 어떻게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며 안 죽으려고 버티기 마련이다.

코로나19 보다 훨씬 강력한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집단 사망이 나타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한반도에 재앙이 오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요동치는 변화로 인해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지금의 가임 여성들이 너도나도 다자녀 산모가 되어 아이들을 출산하지 않는 한, 자연스런 인구 소멸과 출산율 저하로 인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암흑기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의 산부인과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안이 있을까. 있다. 해결방법은 문제 돌출의 원점으로 돌아가면 찾을 수 있다. 이미 늙어가는 노인들이야 자연사로 사망할 수 있도록 질병이나 전쟁이 없으면 될 것이지만 대를 이을 아이들의 출산은 지금처럼 돈으로 때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무 출산 운동으로 나라의 대를 끊어놓겠다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은 계층도 있었다. 안 그래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인데 더 출산율을 낮춘다면 망국의 지름길로 가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분위기 봐서 여차하면 아이를 안 낳으려는 계층까지 이참에 너도나도 출산을 기피하니 복지정책과 저출산 예산을 수 백 조원 퍼부어도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근본적으로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아이를 낳아 집안의 가사를 돌보는 기본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식을 어머니가 키우지 않고 성평등과 여권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속에 기형적 변화가 빚어온 참극이다.

한번 젊어본 노인들이 나이 들어 기력 없고 경제력이 없으니 천대받고 애물단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늙어보지 않은 젊은층들이 지금보다 더 낮아진 도덕적 윤리의식 속에 과연 노인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대안은 장유유서에 대한 윤리의식의 회복이다. 하지만 말해 뭐하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