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우연일까, 바로 잡는 날
[덕암칼럼] 우연일까, 바로 잡는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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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0월 28일은 ‘교정의 날’이다. 잘못된 행위나 죄를 벌로 바로 잡는 날이다. 대표적으로 구치소·교도소에 근무하는 교정직, 철창 안에 있는 재소자 등 범죄와 관련된 종착역에 대해 기억하고 알리는 날이다.

오래 전 임모 국회의원이 기자들을 불러 철창 안에서 재소자들의 입장을 경험한다며 보도자료를 뿌린 적이 있었다. 구금된 상태에서 사진을 찍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잠시 장난삼아 들어간 것인데 실제로 징역살이를 해야 하는 재소자들 입장에서 보면 희롱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사회지도층은 모든 면에서 신중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쇼맨십에 상처 받는 재소자들도 고려했어야 한다. 이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판사들의 비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던 일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각종 성범죄를 짓고도 징계나 감봉에 그쳤던 일들이 거론됐다. 죄와 벌에는 형평성이 있어야 법의 잣대에 신뢰를 더하게 되는 것인만큼 성역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그 일부라도 평범한 국민이 아닌 지도층이면 여지조차 없어야 한다. 어제는 박정희 前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다. 44주기인데 국론이 양분되어 한쪽은 친일 독재자라 하고 한쪽은 구국의 영웅이라 한다.

우연일까. 故 육영수 여사가 사망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탄핵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4년 6개월, 1,737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2021년 12월 31일 사면됐다.

죄와 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손들이 할 일이다. 어쨌거나 국론은 정확히 양분됐다. 태극기 부대, 국민의힘, 우파, 보수와 좌파, 진보, 민주당 등 정당의 색깔까지 갈라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개인정서까지 대립구도를 갖추게 되는 지경에 도달했다.

잘못된 일은 고쳐야한다.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로 죄를 묻는 헌법 정신이 여론의 카더라 방송에 휘말려 마녀사냥이 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로 구분된다. 실제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들어가 보면 죄를 지었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억울하다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주장하는 재소자들이 더 많은 편이다.

순진한 사람도 구금생활을 하다보면 주워듣게 되는 낭설과 입소문에 길들여져 더 많은 범죄 가능성을 안게 되고 출소 이후에도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곁눈질로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죄를 짓고 싶은 사람은 없다. 수감생활은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입감 과정에 항문조사부터 수형번호판을 안고 사진을 찍을 때면 마치 중대 범죄자라는 자괴감에 정신적 피폐함부터 공감하게 된다.

이후 낯선 동료 수형자들과 구속기간 내내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고 정해진 일상과 한정된 공간에서 배식을 받다보면 외부의 온갖 음식들이 상상 속을 헤집고 다닌다. 교도관들이 근무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중 재소자는 안에서 살고 우리는 밖에서 산다고 할 만큼 특정 공간에서의 생활은 무거운 분위기에 정신적 피로감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누구든 두려워하는 공간, 조폭들, 경제사범, 어떤 범죄자든 간에 꺼리는 곳이지만 교정직원들에게는 직장이고 재소자들의 어려움이나 갱생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많고 많은 직업 중 교정직들의 눈에는 모든 재소자들이 평등하다.

외부에 있을 때 대통령이나 거지나 대기업 대표나 모두 수의를 입고 수감기간을 착실하게 채워야 하는 죄인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독자들은 주변에 교정직원이나 출소한 재소자가 있다면 어느 쪽이든 힘든 과정을 겪고 있거나 겪어낸 사람들이다.

죄를 탓하되 사람을 탓하지 말라했다. 돈이 없으면 국선변호사라도 배정받아 자신을 변론해야 하는 것이 죄에 대한 대책이고 돈이 있다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더 많다면 로펌을 찾아가면 된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범죄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흔히 말하는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거나 돈으로 해결할 정도의 재력을 쌓거나 둘 중 하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정의 날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은 재소자들의 면회객이다.

통상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지인들의 방문이다. 수감기간 중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면 흔히 개털이라 하고 영치금이라고 넉넉하게 넣어주며 수시로 면회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법 범털이라는 은어로 대우를 받게 된다.

안에서도 살아보고 밖에서도 면회해 본 경험자로서 교정의 날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인식조차 되지 않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곳이다. 사람의 삶에 남는 오점은 누구나 해당될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모든 전 대통령이 다녀온 곳이기도 했지만 과거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어떤 대통령이든 그곳만큼은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됐든 제3국과 선진국들이 무엇이라 평가할까.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 비리를 저지르고 구금되는 게 당연한 코스처럼 인식되지 않을까. 국가적 망신이다. 단임제로 설정된 대통령이 남한이라면 대를 이어 철옹성같은 정권을 잡은 북한은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 무탈(?)하게 임기를 마치고 후계자가 안정된 권력을 갖게 된다.

독재였든 민주주의 리더였든 국민이 편안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도 수용소들이 많아 죄를 바로 잡는 교정시설이 있겠지만 어떤 나라든 어떤 구금시설이든 재소자들의 인권과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인간의 권리까지 구속되지는 말아야 한다. 또 우연일까.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사망한 날의 70년 뒤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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