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달밤
[동심의창] 달밤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11.1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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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조지훈 

순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위으로
달님이 따라오고

분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밑으로
달님이 따라가고

하늘에 달이야 하나인데…

순이는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분이도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조지훈(趙芝薰)의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이다. 1920년 12월 3일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실(注谷洞)에서 초대, 2대 국회의원이며 한의학자인 조헌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41년 혜화전문 문과를 졸업했다. 광복 후인 1946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창립했고, 문총구국대 기획위원장,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1947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문장>에 「고풍의상」(1939)과 「봉황수」(1940)가 정지용에 의해 추천되어 등단했다. 추천 작품들은 한국의 역사적 연면성(連綿性)을 의식하고 고전적인 미의 세계를 찬양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서로 『청록집(공저)』(1946), 『풀잎 단장(斷章)』(1952), 『역사 앞에서』(1959), 『여운』(1964) 등의 시집과 수상집 『시와 인생』(1953), 『창에 기대어』(1958), 『지조론』(1962), 『돌의 미학』(1964) 등이 있다. 

조지훈은 광복 직후 시골 마을의 풍경을 철마다 묘사한 그림책 『우리마을』을 발간했다. 1962년 강소천, 김동리, 최태호, 박목월 등과 함께 <아동문학>지 편집위원을 맡으며 「동화의 위치」와 「노래와 시의 관계」 등을 발표했다. 그는 1968년 5월 17일 고혈압과 기관지확장증의 합병증으로 4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달은 어두운 밤 높이 떠 온누리를 비춘다. 윤동주는 「달밤」을 ‘흐르는 달의 흰물결’이라 했고, 이호우의 「달밤」은 ‘낙동강 빈나무에 푸른 달빛’의 정서다. 김달진의 「달밤」에는 고양이가 울지만, 달밤의 보편적 심상은 고요함과 환함의 이미지이다.

서라벌 밝은 달밤에 밤 깊도록 노닐던 신라의 사내는 질탕하지만, 동무와 달빛 아래 늦게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순이와 분이의 동심은 정답기 그지없다. 지훈의 시에서 하늘에 떠있는 달은 하나지만 온 세상을 고루비추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동심어린 달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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