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성차별 시정권고 굴욕에··· 유호준 도의원 사무처 질타
경기도의회 성차별 시정권고 굴욕에··· 유호준 도의원 사무처 질타
  • 최승곤 기자 ccckon@naver.com
  • 승인 2023.11.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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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의회 사무처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채용 과정의 성차별 지적 받아
- “성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답변, 전형적인 가해자의 입장
- 조직문화개선을 위해 여성 직원 2차 술자리 동석 금지? 코미디

[경인매일=최승곤기자] 지난 9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가 경기도의회 김종석 사무처장에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위원이 직무와 관련이 없는 성차별적 질문을 하지 않도록 사례 교육을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 것에 대해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이 경기도의회 사무처가 ‘성평등을 위한 시대의 전진에 역행’ 한다며 김종석 사무처장 취임 이후 불거진 여러 사안에 대해 질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은 경기도의회 사무보조원(비서실 일정 관리 등 사무보조)에 지원한 남성으로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여 면접시험에 응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경기도의회 사무처에서 구성한 면접위원(퇴직공무원, 남성)으로부터 “이 직무는 비서이기 때문에 뽑는다면 여성을 뽑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뽑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진정인은 “비서실 업무는 남성도 할 수 있고,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아 당황스러웠고, 남성을 채용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남성 응시자에게 차별적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하여 시정을 원한다.”고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것이다.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은 국가인권위의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진정의 질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성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라며 항변했고, “채용 공고 시 성별은 ‘제한 없음’으로 명시하였다.”라며 남성을 뽑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호준 의원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명시된 문구만을 강조하는 것은 면접 과정에서 사안의 본질인 성차별이 존재했는지 유무와는 무관한 전형적인 차별 가해자의 언어”라며 “핵심은 경기도의회 사무처의 면접위원이 성별에 따라 직무가 구분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면접시험 응시자에게 질문을 한 것”이라며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이 국가인권위 조사 과정에서조차 여전히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고, 차별의 본질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 시절 反성폭력·反성차별 운동을 하며 총여학생회 정책국장을 역임한 유호준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도민의 대의기구인 도의회가 먼저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하고, 그것이 도민들이 우리 도의회에 바라는 것이고, 우리 도의회가 만든 여러 성평등을 위한 조례들이 도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유호준 의원은 “도의회의 구성원으로 진심으로 해당 응시자에게 사과드리고, 도의회의 사무처 직원들을 총괄하는 도의회 사무처장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응시자에게 성차별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본인의 의도가 아니라며 차별 가해자의 언어로 책임을 회피한 것에 대해 도의회의 구성원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도의회 구성원인 의원으로서의 사과와 함께 도의회 사무처장에 대해 분명하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유호준 의원은 김종석 사무처장 취임 이후 6월 9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사무처장 지시사항 알림이라며 공지된 ‘*특히 여직원의 경우 직급 불문 2회차 술자리 참석 절대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는 2차 술자리가 아니고, 회식이 성평등하지 않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그럼 2차 술자리 말고 1차 술자리는 괜찮은 건지?” 반문하고 “여성의 사회생활에 제약을 두는 것이 2023년에 직장 내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성폭력을 막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왔다는 것이 코미디”라며 “사무처장 취임 이후 붉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하나 성평등을 위한 시대의 전진에 역행한다.”라고 평가했다.

유호준 의원은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하는 도의회에서 매 순간 일상적인 성차별을 목격한다.”라며 “남성 의원들에게는 애들은 누가 봐주냐 묻지 않으면서, 여성 의원들에게는 애들은 누가 봐주는지 묻는 이런 일상적인 성차별은 물론이고, 도의회 사무처 직원, 피감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농담’으로 가장하며 자행되는 성희롱·성폭력성 발언이 너무 많다”라며 도의회의 현실을 지적하고, 도의회 구성원들에게 “도의회에 과연 이번에 문제 된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고정 인식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라며 경기도의회 조직문화에 은은히 녹아 있는 구시대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했다.

유호준 의원은 경기도의회 사무처장뿐만 아니라 경기도의회 사무처 모든 간부와 의장을 포함한 도의원 전원에게 “우리 의회가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하며 경기도의회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서 전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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