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창
[동심의창] 창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11.2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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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박화목

창 바깥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데

빨 - 간 창문에
아기 그림자 비쳤다.

밤 한 톨 구어 달라 조르는 게지
대추 한 움큼 조르는 게지

사박사박 눈 길 위에
강아지 한 마리 지나가는데

빨 - 간 창문에
엄마 그림자 비쳤다.

밤 한 톨 구어서 주려는 게지/대추 한 옴큼 주려는 게지.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동요 <과수원길>, 가곡 <보리밭>으로 유명한 박화목(朴和穆)의 필명은 박은종(朴銀鍾)이다. 그는 1924년 2월 15일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평양신학교 예과를 거쳐 만주로 가서 하얼빈 영어학원, 봉천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뒤 만주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1946년 해방 직후에 월남하여 실향민으로 살았던 체험이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41년 <아이생활>에 동시 「피라미드」, 「겨울밤」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초기에는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동시를 주로 썼으나 1948년 이후 동화 창작에도 관심을 가졌다.

서울중앙방송의 시(詩) 담당 프로듀서(1947~1950)로 있으면서 동인지 『죽순(竹筍)』과 시지 『등불』의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가 쓴 『부엉이와 할아버지』(1950), 『봄과 나비』(1952) 등은 허무의식을 기독교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시집으로 『시인과 산양』(1958), 『그대 내 마음 창가에』(1959), 『주의 곁에서』(1961), 동시집 『초롱불』(1957), 『꽃 이파리가 된 나비』(1972) 등이 있다. 『초롱불』의 전체적 분위기는 목가적인 분위기이다.

대부분의 동시들이 정겨운 고향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한 내용들이다. 초가집의 풍경, 저녁 어름의 달그림자, 눈 온 날 아침의 새하얀 풍경, 초가지붕이나 담에 주렁주렁 매달린 박넝쿨, 뒹구는 가랑잎 등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다.

그는 보리밭(윤용하  곡) 사잇길로 비치는 저녁노을 빈 하늘과 먼 옛날의 과수원길(김공선 곡)을 그리며 2005년 7월 9일 8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ㅁ엊그제가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다. 창밖엔 눈이 내리고, 창호지로 바른 창문에는 엄마와 아기 그림자가 비친다. 이 시가 쓰여진 1950년대엔 긴 겨울밤 아기에게 줄 간식으로 대추와 밤한톨이 전부이다. 밤 한 톨, 대추 한 움큼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족할 아이와 비록 작은 것을 건네주지만, 그 안에 담겨진 엄마의 커다란 사랑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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