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유학의 진정한 의미
[덕암칼럼] 유학의 진정한 의미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1.27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국내 공교육을 마치고 보다 더 넓은 안목과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한 유학길.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유학은 교육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지금은 스펙을 쌓아 일취월장하는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언어, 지식, 기타 국내에서는 배우지 못할 이력들을 해외 각지에서 챙김에 따라 대한민국에 정착된 서구열강들의 유행과 문물의 유입 통로가 되기도 했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듯 유학 또한 재벌들이나 유명정치인 자녀들의 정규코스로 주목받는가 하면 없는 살림에도 보다 더 나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고생스러운 객지 생활을 감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계층의 유학 생활은 고달프고 힘든 나날이었으며 이국에서 겪어야 할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월이 훌쩍 지난 작금에는 가족들이 함께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고 가장은 한국에서 돈만 부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도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해외 유학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영어권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입과 귀가 열리려면 현지인들과의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공교육에 대한 대조가 필요하다.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는 경우와 초등학생 때부터 일찌감치 외국 학문을 배우며 개인의 자질을 개발하거나 분야별 전문교육을 받는 경우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초·중·고 12년간 공교육을 마치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직장이나 전문가가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유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줄어드는 학생, 남아도는 교육환경, 해마다 증액되는 교육예산 편성, 그렇다고 교육의 질적 향상이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유행하던 교환학생 제도가 유학환경에 일조했지만, 이 또한 실효성 부분에서 일시적인 효과로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년 전 필자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조선족 제1중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의 중·고등 학생들 중 유학생을 중국으로 보내는 이른바 인재양성 과정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이미 현지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었지만 유학생 모집에 대한 흔적과 기획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중국은 예로부터 조선의 사신, 선비, 학생 등 학구파들이 대륙의 문명을 공부하기 위해 진출한 바 있고 그로 인해 외교, 무역, 문화 예술은 물론 학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의 교류가 왕성했다.

영어권은 수요 대비 공급이 넘쳐났지만, 중국어의 경우 정반대였으니 개인적인 발전에도 가능성이 컸지만, 미래를 고려하더라도 영어권 못지않게 중요한 유학 이유가 있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모든 경로가 차단되었고 지금도 중국과는 불편한 외교로 인해 입국절차부터가 까다로운 실정이다.

유럽이나 미국, 호주도 만만찮은 유학 시장이지면 공통적인 것은 타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의 현지 실정이다. 2년 전 미국 뉴저지 지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하버드 재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들은 바로는 이들의 유학 생활 속에 배인 현지 생활의 불편함, 그리고 어려워도 견뎌낼 수 있는 희망,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교과 과정을 들으며 또래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국제적 민간교류가 따로 없음을 실감했다.

외국과의 교류에는 정부가 수행하는 외교도 있겠지만 무역이나 기타 경제적 이유로 기업들이 현지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학문이라는 공통 분모로 대하는 차원은 전혀 다르다.

이해득실이나 계산적 관계를 떠나 순수한 교류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외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국제적 매너를 갖춤으로써 한국인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주변인들과의 교제문제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외국에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은 덜하지만, 미국, 캐나다의 경우 인종차별에 국제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

끝으로 경제적인 측면이다. 금수저라도 물고 태어난다면 무관한 일이겠지만 한국의 하숙집 이른바 홈스테이, 기숙사를 택하더라도 직접비용 뿐만아니라 간접비용도 만만찮다. 특히 명절날, 생일날, 또는 풍습이 다른 면에서 고독감이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일이다.

필자 또한 그러한 경험은 없지만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 차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니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디며 타국에서의 배움이란 국내에서 겪는 것보다 더 어려우면 어렵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처럼 유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관한 사람들이야 흘려듣게 되겠지만 자녀를 보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우리 심경을 그리 잘 알까 싶을 것이다. 혹자는 유학생들을 특별한 계층이나 대단한 일로 알지만 실상 내부적인 사정을 보면 여간 고단한 생활이 아니다.

물론 일부에 국한되는 일로 치자면 일명 오렌지 족이라 칭하는 재벌 2세들의 방탕한 생활도 있겠지만 어떻게 코끼리를 코만 보고 긴 짐승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낯선 타국에서 나름 소신껏 학문에 몰두하는 많은 유학생들에게 격려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쇄국정책으로 조선의 발전을 늦췄던 흥선 대원군의 국정 운영과 명성황후 민비의 대일본 국정 기조가 적절히 혼합되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국이 되었을 것이다.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는 첫 관문이 유학이다. 이들이야말로 외국의 장점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검증해 무딘 부분을 일깨워 주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점에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 무조건적인 외래 문명의 반입이 민족의 가치관마저 흔들리게 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