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돌아야 돈인데 멈추면 뭐가 될까
[덕암칼럼] 돌아야 돈인데 멈추면 뭐가 될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19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돈은 멈추지 않고 돈다고 해서 돈이라 불린다. 영어로 머니, 일본어로 오까네라 한다. 돈은 과거 엽전에서 동전으로 다시 지폐에서 온라인 계좌로 거래되면서 이제 눈에 보이는 돈보다 보이지 않는 가상계좌나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됐다.

정작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땀 흘려 일한 사람보다는 경제권을 장악한 주부들의 소비 선택이 자본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가정들이 그러하다는 의미다.

어쨌거나 지역이 잘 살려면 지역 화폐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돌아야 하는데 어디 현실이 그러하던가. 지역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는 대리점이나 지사를 통해 본점으로 이체되고 본점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로 대형마트와 모든 금융, 유통, 보험 등 자본주의 상징들이 거머쥐고 있는 돈의 흐름은 서울을 향한다.

과거 동네마다 운영되던 슈퍼마켓은 지역 주민들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없을 때는 전화 한 통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에게 외상도 주고 때로는 집 열쇠도 맡겨놓기도 하며 집안의 애경사를 비롯해 온갖 정보들이 모이는 곳이 슈퍼였다.

그러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가격 경쟁과 상품 목록에서 밀리고 구입하는 제품과 상관없이 문화 센터가 운영되는가 하면 간혹 폭탄 세일이 터질 때면 집집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사재기까지 가능하니 이미 채워진 공산품은 고스란히 동네 슈퍼의 매출을 잡아먹은 셈이다.

필자 또한 슈퍼를 몇 년간 운영해 본 경험자로서 가게 앞을 지나쳐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는 단골을 보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가격경쟁에서 비교조차 안 되니 고객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간혹 외상으로 할때만 얌체처럼 찾아주는 손님도 고마운 실정이니 결국 하나 둘씩 문을 닫게 되고 졸지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자영업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지역 인구 대비 턱없이 많은 대형마트를 인허가 해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비의 질을 높이는 행정으로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짹소리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진배없다.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까지 폭리를 취한 상인으로 인식되어 결코 유종의 미도 남기지 못하게 된다. 지역에서 자리 잡은 대형마트는 물류, 매입 단가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경쟁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단 기존의 슈퍼에서 거래되었던 모든 융통성은 일절 없다. 외상도 안 되고 낱개 판매나 소분해서 파는 농·축산물도 없다. 돼지고기 반 근도 없고 콩나물 500원어치도 없으며 마수나 떨이도 없다.

그렇게 발생한 매출은 고스란히 서울 본점으로 간다. 과거처럼 슈퍼 주인이 매상이 올라 번 돈으로 동네 미용실도 가고 옷집 가서 옷 사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벌지 못 하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당초 지역에서 돌던 돈은 점차 말라가기 마련이다.

이 단순한 논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정치인와 행정가들이 다수의 이익과 인기에 내몰려 수요 대비 과잉 공급의 대형마트를 유치하니 지역경제가 속골병이 드는 것이다. 가령 경기도 안산의 예를 들자면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조업, 섬유, 목재, 철강 유통업, 의약, 가전, 염색 등 다양한 업종들 약 18,700개 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만도 239,000명이다.

실로 막대한 재정자립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안산시와 시흥시 인근에는 이렇다 할 비즈니스센터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시흥시청사 내에는 홍보관이라도 만들어져 있지만 안산시의 경우 이 좋은 조건을 멀거니 두 눈 뜨고 놓쳤다.

1986년 1월 시 승격 이후 37년이 되도록 청사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동네 슈퍼마켓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내 손님을 대형마트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동네 슈퍼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그래도 돈이 서울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맴돌며 재정자립도는 물론 살기 좋은 안산시가 되는 것이다. 가령 안산시가 인구 10만 명이 줄어들 때 인근 화성시는 100만 명을 넘겼고 시흥시도 50만 명을 넘겼다.

살만하면 떠나라 해도 머물 것이고, 살기 힘들면 붙잡아도 갈 수 있는 게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주거의 자유이자 행복 기본권이 보장한 선택의 자유인 것이다.

18,700개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홍보관, 외부 거래처와 상담할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 외국 바이어들이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 형성, 국가공단이라는 기본적인 장점을 갖추고도 연신 공단의 고도화 사업이라며 정치인들의 공약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답을 찾자면 이러하다. 현재 경기도 안산 지도의 선을 그을 경우 가장 중심지가 단원구청과 종합운동장이 있는 곳이다. 광활한 면적의 화랑유원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모든 철도 노선이 정차하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향후 안산의 심장 역할을 하고도 남을 요지다.

만약 이곳에 5성급 호텔, 내국인 카지노, 대형 백화점, 레저 스포츠, 모든 제품을 소개 홍보할 수 있는 메타버스, AI가 안내를 맡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 지역인 만큼 국제 푸드센터를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2023년 현재 변변한 호텔 하나 없이 모든 바이어들과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는 불편함과 지역에서 소비되지 못하는 돈들을 어떻게 붙잡을까. 시 승격 37년이 되도록 못 하던 일을 2024년 같은 자리에 영원히 유치할 세월호 유골 안치를 위한 추모의 도시로 전락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훗날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해 무슨 소리를 할지 어떤 평가를 할지 우려된다. 한 도시의 100년을 가늠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모든 정치인과 시민단체와 기업체까지 입을 다물었다. 감히 세월호라는 세 글자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