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자신과의 매니페스토
[덕암칼럼] 자신과의 매니페스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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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해를 시작하면 대부분 글이나 말로 때로는 자신과의 다짐으로 올해의 결심을 한다. 가령 담배를 끊는다거나 살을 뺀다거나 아니면 성적을 상위권으로 올려 좋은 대학을 간다거나 여러 가지 약속을 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에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뽑았다. 이득을 위하여 의리를 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되짚어 볼 일이다.

당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공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한 것은 아닌지 선정한 사람들만 알 일이다. 참고로 필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자도생’을 적시했다.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자신의 길은 각자 자신이 알아서 챙기라는 뜻이다.

이미 협력이나 상생, 화합이나 배려는 물 건너간지 오래된 사회다 보니 아무리 좋은 말로 권하고 달래고 설득해도 이기적인 사회풍토나 예절이 사라진 사회에서 무슨 길을 찾을까. 먹고 사는 문제부터 정신적, 도덕적 기반이 무너진 사회에서 일단은 각자 살길을 찾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다시 헤쳐모여 대한민국의 재건을 꿈꾸는 희망을 품어보자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지금같은 추세가 10년만 더 지속된다면 거리에는 온통 어르신들 뿐이고 국군은 용병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핏줄은 동남아 이민족 여성들의 자궁을 빌려야 이을 수 있는 시대로 갈 것이며, 일자리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팀장 또는 공장장으로 군림해 현재의 젊은이들이 이들에게 조아리며 눈치껏 기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각자 면역력을 키우고 어느 분야든 자신만의 노하우로 충분히 살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가난해서 독일까지 건너가 탄광 광부로 살아야 했던 시대에서 다시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1차 산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객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객도 아닌 난민 취급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 누가 감히 장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만 각자도생이 아니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손을 낳아 대를 이을 것 까지 계산한다면 지금의 여성들이 과연 순순히 결혼과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해 부담없이 응할 것인가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할 게 아니라 개인의 일이 사회적 붐을 탈 것이고 이는 곧 국가의 현주소가 될 것이며 머지않아 우리 후손들의 숙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라면 답도 있어야 한다.

필자는 우리 국민들이 각자 살아남아서 도덕적, 정신적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구성원들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한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제 2023년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것이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없지만 적어도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가야 삶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지 않을까. 먼저 사람은 사는 게 두려워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회를 구성하는 최상위 단계가 권력이고 권력을 현대판 단어로 정부 또는 정권이라고 한다. 정권을 만드는 사람은 유권자이고 유권자 스스로가 뽑은 정치인에게 퍼붓는 온갖 저주 수준은 분노를 표출한다.

선거 후보들이 출마 당시 약속한 공약의 실천 여부를 ‘매니페스토’라 한다. 매니페스토란 과거의 잘못된 행적을 솔직히 반성하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체적 약속을 공개적인 방식으로 책임성을 담아 문서로 선언하는 것이다.

특히 더 이상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경고인 동시에 약속과 용기 있는 실천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성숙한 민주시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약 실천이 비단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답은 유권자에게도 있다. 위정자라 칭하기 전에 유권자 자신이 자신에게 약속한 것부터 제대로 실천되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혹시 올해의 사자성어에 슬쩍 자신과의 약속을 집어넣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누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과의 약속이라도 제대로 지켜졌는지 질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2023년 처음 무슨 다짐을 했는가. 그리고 2024년에는 무슨 다짐을 하겠는가.

혹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지는 않았는지, 그 약속을 2024년에도 똑같이 되풀이하며 결국은 지키지 못할 것인지 되돌아보길 권해본다. 선거 후보의 약속도 중요하겠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자신만이 안다.

어쩔 수 없어 지키지 못했다면 반성도 하고 다가오는 갑진년에는 지킬만한 약속만 하는 것이 어떨까. 자고로 약속이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괜찮은 각오로 구호만 요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히 생각해 정하고 정했으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키는 의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개인이 그래야 공인도 그러할 것이며 사회 전반에 걸쳐 약속에 대한 가치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총선 4개월 남았다. 때가 되어 치르고 나면 끝날 일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인만큼 어떤 약속을 하는지 분명히 기억했다가 이행하지 않은 후보들은 과감히 배제하는 유권자의 역할도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고향이라고, 재임 시절 온갖 혜택을 보았다고, 아닌 줄 알면서도 또 뽑아주는 선택은 썩어빠진 사회의 공범으로 그 책임이 따라야 한다. 현재 재임 중인 제21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2020년 총선거 유인물이나 지역신문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떤 공약을 내뱉었고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실천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후보 시절 후보들이 약속한 사항 중 당선되면 1년에 한번씩은 지역 유권자들이 의정활동을 알 수 있도록 정기적인 인터뷰를 통해 언론보도에 임할 것이며, 중간평가 수준의 여론도 듣고 국회의원의 특권도 내려놓겠다고.

물론 당선되고 4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까지 얼굴 한번 본적이 없으니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