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눈 오는 날 
[동심의창] 눈 오는 날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12.22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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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이문희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 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이 오는 날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이문희(1959~  )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다. 1994년 <아동문예> 신인상,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했다.  2004년 <시문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배재대학교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한국문예교육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계간 <아침의 문학> 발행인이다. 2009년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눈 오는 날』, 『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 등이 있다.

이 작품은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으로 눈오는 날의 풍경을 시각적 이미지로 입체화했다. 눈오는 날은 온 세상이 다 평화롭다. 마음도 깨끗해져 욕심도 경쟁심도 사라진다.

그 지고지순한 공간은 논밭의 수평적 공간에서 점차 더 높은 도로 위로 이동하고 마침내 수직적 공간인 지붕으로까지 이동하고 있다. 넓이, 길이, 높이로 시적 공간을 입체화하면서 눈 오는 날의 정경을 조명하고 있다. 누가 넓은지 나누어 보고, 누가 긴지 재보고, 누구의 색이 예쁜지 뽐내던 모든 욕심을 하얀 눈이 덮어버리자 경쟁하는 마음도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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