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불난 집 마당에 물 붓기
[덕암칼럼] 불난 집 마당에 물 붓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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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집에 불이 났다. 삽시간에 불이 번져 가재도구와 가축까지 화를 입을 지경이고 자칫 사람의 목숨까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불 끄러 온 소방차가 집이 아닌 마당에 소방호스를 대고 물을 퍼붓는다면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밑이 빠진 독에 계속 물을 퍼붓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물며 물값이 물 붓는 당사자의 재산이 아닌 국민 세금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미친 짓이 아니면 알면서도 헛짓한 당사자에게 변상 조치 해야 맞다.

지금까지 그랬다.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저출산 정책을 세웠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쯤 되면 정책을 입안한 입법 구성원이나 예산편성을 한 행정부나 이를 결재하고 집행한 담당 부서와 공직자와 줄줄 새는 예산으로 한몫 챙긴 수혜자들 모두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인터넷에서 저출산과 일자리 예산을 검색하면 200조 원 가까이 물 쓰듯 써버렸다. 답이란 문제를 알아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외면하고 답만 쓰려는 안일한 탁상행정이 불러온 참사다.

가령 저출산의 문제가 무엇인가. 최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돈 없으면 아이 안 낳는 게 낫다는 물음에 응답자의 61%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이를 안 낳기로 한 딩크족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참고로 딩크족이란 맞벌이 무자녀 가정을 뜻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을 시작으로 나타난 새로운 가족 형태를 한국의 부부들이 따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시작하면 한국에 맞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부부가 결혼한 뒤 맞벌이하면서 자식을 의도적으로 갖지 않는 것을 딩크족이라 한다.

반대로 자녀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부부를 싱크 족이라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맞벌이하는 부부는 듀크족이라 하며, 자녀 대신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딩크족을 딩펫족이라 한다. 하다 하다 이젠 별걸 다 미국 흉내 내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사람 대신 가축을 키우니 자산이나 미래 희망을 가축에게 걸 것인가. 저출산의 이유로 여자는 자기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이고 남자는 경제적으로 자신이 없다는 것을 꼽는다. 저출산 예산을 실제로 아이 낳는 산모나 신혼부부에게 직접 양육비로 전달했다면 오히려 낭비라는 소리는 안 들을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차라리 자식을 안 낳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상대적으로 나오게 된다. 출산에 대한 산통과 보육에 대한 부담, 그리고 아이가 커 가면서 끝없이 들어가는 교육비, 간접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출산에 대해 상당한 용기와 모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는 셈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가난한 부모로서 자녀까지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고 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적당히 살다가 여행도 다니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뜻인데 이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여건으로 작용한다.

먼저 주택문제만 보더라도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의 아파트 매매는 총 3만 5,454건으로 20대 이하와 30대 매입자의 거래는 전체의 30%라는 것이다.

이유는 일단 집값 상승으로 매수가 끊기면서 부동산은 거래 빙하기를 맞았다. 둘째는 현금 보유 현황이다. KB경영연구소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100억 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100억, 현실적으로 현금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전체 총자산의 절반이 넘는 현금을 100분의 1도 안 되는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서민들의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다음 세 번째로 집과 돈이 해결된다 해도 종족 번식에 대한 애착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산다는 것 자체가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어떻게 해결된다 해도 정치, 국방, 경제, 복지 등 후세들의 행복한 장래보다는 암담한 현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외국에서도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사회적 이슈다. 지금 추세라면 분명한 재앙이다. 그리고 그런 줄 알면서도 책상머리에 앉아 안일한 행정만 되풀이하고 있는 공무원의 무능이고 무책임이며 무관심이 빚어낸 참사다.

정작 필요한 곳에 물을 붓지 않고 엉뚱한 짓만 되풀이하는 행정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개선과 개혁이 급선무다. 올해 책정한 예산을 내년에도 유사하게 배정해 쓸데없는 낭비만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담당 공무원과 입법 구성원 자신들의 돈이라도 그랬을까. 임산부에게 물어보았다. 당장 즉흥적인 답 중에 산후조리원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입소 비용도 고액이고 간호조무사들의 서비스도 열악하다는 하소연이다.

일단 퇴원해도 종이 기저귀나 분윳값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 지나면 유모차에 그만둔 직장의 수입 감소까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 놓고 저출산에 대해 온갖 미사여구가 다 동원되면 그것을 누가 믿겠냐는 것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저출산 예산지출 명세를 보면 내년 예산 15조 4,000억 원을 편성했다.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등 5대 분야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과제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이런다고 출산의 길이 열릴까. 지난 몇 년 동안 저출산과 일자리 창출로 200조 원이 넘는 돈을 허공에 뿌린 것이나 진배없었다. 아이 낳아야 할 산모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청년 실업자가 수백만에 달하는 현실을 뭐라 설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