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함박눈
[동심의창] 함박눈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12.29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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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

             윤일주

숯불은 따뜻하게
피어오르고

아기는 토끼처럼
잠이 들었네.

아기가 잠든 새에
엄마는 장에 가고

아기가 깰까 봐
함박눈도 가만가만
소리 없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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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윤일주(尹一柱, 1927~1985)는 민족시인 윤동주의 아우이다. 중국 허룽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용의 슬하 4남 1녀(5남매) 중 둘째 아들로 출생하였다.

만주국 룽징 영신중학교 시절이던 1942년부터 동시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1946년 2월, 중국 둥베이지역 랴오둥성 만저우 펑톈 의과대학교(의예과 1년)를 입학하였지만, 3개월 쯤 다니다 중퇴하였고, 서울로 월남하여 1951년 2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55년 6월 <문학예술>에 시 「설조(雪朝)」로 등단했으며, 1959년 1월 <사상계>에도 시를 발표했다. 부산대학교(1960∼1967)와 동국대학교(1968∼1971), 성균관대학교(1971∼1985)의 건축과 창립에 기여해 많은 제자를 길러냄으로써 건축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의 사후, 제자들은 『한국근대건축사연구』를 펴냈다. 

윤일주는 열 살 많은 형 동주의 문학이 바래지 않게 하기 위해 수십 편의 동시를 써놓고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가 58세로 타계한지 2년이 지난 1987년 6월, 생전에 절친했던 수필가 겸 의학자 최신해 교수, 철학자 김형석 교수 등에 의해 유고 동시집 『민들레 피리』가 간행되었다.

이 동시는 함박눈 내리는 날의 겨울 정경을 그리고 있다. 화로에는 숯불이 피어있고, 아기는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다. 엄마는 아기가 잠든 새에 가까운 장에 갔는데, 함박눈은 아기가 깰까봐 소리없이 가만가만 내린다. 눈오는 날의 평화로운 정경을 노래한 동심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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