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동전의 양면 어느 쪽일까
[덕암칼럼] 동전의 양면 어느 쪽일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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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개고기 식용 논란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동물단체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에 힘이 실렸다. 반려견 1000만 시대에 즈음하여 개고기는 확실한 미개인들의 먹거리로 전락했다. 마치 고립되어 사망 직전에 인육을 먹고 살아남았다는 정도의 정황과 비교됐다.

상반된 입장인 개고기 육가공 업체나 사육농장주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모두 시대적 변화다. 나무를 때던 화목에서 석탄으로 다시 석유와 가스로 에너지 산업이 변하는 것도 시대적 변화다.

이제는 수소에너지와 태양광까지 발전되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미 글로벌 시대에 뒤처질 수도 없는 것이고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변화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다.

각설하고, 필자가 전남 함평군 나비축제의 홍보에 앞장섰을 때의 일이다. 당시 2006년도였는데 함평군의 상황은 황량한 벌판에 군청의 재정자립도는 가뭄의 논바닥이었다. 고민 끝에 들판에 날아다니는 나비를 소재로 관광 상품화를 시도했을 때 아무도 쳐다 보지 않았다.

관광의 관자도 모르던 시골에서 당연히 먹힐 리 없다. 첫해는 겨우 인식만 시켰고 이듬해 공항에서 밀수품으로 압수된 파충류들을 임시로 임대해 뱀 전시장을 따로 만들어 컨셉을 추가시켰다.

점차 관광객들이 식상해하자 이번에는 황금박쥐가 있다는 동굴을 찾아다녔다. 실제로 황금 박쥐 대신 누런 색의 박쥐가 있기는 했는데, 관광객들이 드나들면 분명히 생태계 파괴가 될 것이고 그래서 동굴 입구에 2008년 30억원을 들여 황금박쥐를 제작했다.

당시 순금 162kg과 은 281kg을 재료로 가로 1.5m 세로 2.1m의 원형 조형물에 순금을 씌워 6마리의 황금박쥐를 만들었다. 지역사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군수가 미쳐서 형편도 어려운데 금으로 저런 짓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금값이 올라 2023년 기준 140억원으로 추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어떤 일이든 이미 길이 난 자리는 다니기 쉬워도 별다른 성과가 없으며 새로운 길은 다니기 험해도 나름 횡재도 하기 마련이다.

유사한 사례가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다. 산천어 축제가 대외적으로 성공하기 전 화천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2003년 처음 시작된 산천어 축제는 당시 획기적인 기안에서 출발해 나름 어려움과 실패 요인을 보완해 성공적인 관광 상품화에 이르렀다.

약 20일간 열리는 축제는 100만명 가량의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상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산천어 물고기에 대한 학대 논란이 쟁점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동물 학대냐, 관광상품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하느냐, 이미 미국 CNN도 극찬한 산천어 축제를 한국의 잔인한 집단학살로 표현되는 점은 어느 쪽 말이 여론의 공감대를 얻느냐에 달려있게 됐다.

먼저 축제 개최 측은 20년째를 맞아 산천어가 지역 경제의 기폭제가 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관광업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죽이는 일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상반되고 있다. 동물이 오락기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며 산천어를 한 곳에 가둬 도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낚시 또한 오락으로 즐기는 만큼 진짜 주지도 않을 먹이를 미끼로 속여 물고기를 학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것들이 변화에 포함된다면 결국에는 알약으로 된 영양제 몇 알만 먹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체는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이 살기 위해 사냥을 하고 사냥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사육의 기술과 능력을 갖게 됐다. 동물보호와 사람이 살자고 벌인 산천어축제. 물론 동물단체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굳이 안 죽여도 될 동물을 재미 삼아 살생하거나 고통을 준다면 이는 막아야 할 일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 사육을 하고 그렇게 얻은 결실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생존의 방법이다. 동물단체들의 의견대로 재미 삼아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낚시나 소싸움, 투견장, 과천 경마장은 폐쇄해야 맞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로 충분히 운송수단이 충족됨에도 불구하고 말을 타고 달리며 이를 즐기는 것은 쉬고 싶고 한가로이 초원을 달리고 싶은 말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동물단체의 주장을 비아냥대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교감을 형성하고 적절히 공생하는 데는 과정이 있다는 점이며 관광과 동물보호의 절충점을 찾아 학대나 살생의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스트레스 주지 말고 죽이지 말라 하면 상반된 입장에서는 감정적 충돌만 발생할 뿐이다. 동물단체의 주장에는 전국 양식장에서 60만 마리가 인공 번식으로 태어나 밀집된 곳에 사육되고 축제 전엔 일정 기간 굶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끼를 잘 물어 관광객이 만족한다는 것이다. 산천어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게 되고 맨손 잡기로 인간의 손맛을 위해 희생된다는 것이다. 또한 화천천은 상수원보호구역이지만 물막이 공사를 통해 하나의 상자처럼 폐쇄되어 있게 되며 양식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약품은 해양 오염을 야기 시킨다는 점이다.

흥미 위주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