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양보다 질을 높여야
[덕암칼럼] 양보다 질을 높여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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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는 아이가 배가 고픈지 아픈지도 모르고 우유만 먹인다. 계속 운다고 사탕도 주고 어르고 달래보기도 한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엉뚱한 짓만 하니 울음이 그칠 리 있을까.

이제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정책에 대한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늦었다. 대책이란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 세우는 것이지 완전히 기반이 붕괴되면 근본적인 정책 방향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하루의 성공은 아침에 일정을 짜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고 일 년 농사는 봄에 씨앗 뿌리기에 달렸다. 자고로 정책이란 어떤 분야냐에 따라 단기적·장기적이냐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10년을 내다본다면 나무를 많이 심고, 100년을 생각한다면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하듯이 출산 문제는 1세기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1세기란 1세대가 살아가는 적절한 기간인데 약 50년 정도를 감안하면 적당하다. 그러니까 지금의 저출산 문제는 1970년대에 미래를 내다보고 수립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정부의 홍보문구를 들춰보면 가관이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는 등 남녀 성평등에 어긋나는 내용도 버젓이 공식적으로 게재되었으며 마치 동물이 번식하듯 5남매 정도는 거뜬히 생산하는 세대들이었다.

이미 3대가 동거하던 주거문화는 핵가족화로 달라지고 있었고 주택도 마당과 골목길이 있는 형태에서 빼곡한 아파트로 달라지고 있었다. 급변하는 국민적 공감대는 해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개인주의가 변화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여권신장, 성평등으로 이혼율 증가, 이혼하더라도 자식만큼은 양육권을 다투며 양보하지 않으려던 2세들에 대한 애착으로 급선회했다. 보물 같았던 자식이 새출발하는 입장에서 애물단지가 되었고 도덕과 인륜이 무너지면서 자식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점차 줄어들었다.

당연히 결혼도 줄지만 출산에 대한 막막함이 저출산의 출발이었다. 1970년대에는 부모세대는 못 배우고 힘들게 살았어도 자식만큼은 고생 안 시키고 번듯하게 키워 주변에 자랑도 하고 늙어서 덕 볼 생각도 했었다.

그러한 기대감은 며느리 받들어 모시기와 남편 기죽이기가 만연해지면서 돈 없는 부모는 외면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과거 칠거지악이라며 불임여성이 천대받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특정 정치인이 선거에 패배했다고 무출산 운동으로 민족의 대를 끊어놓겠다고 공공연하게 큰소리치는 세상이 됐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어디서부터 하향선을 그렸으며 절대 회복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 직면했을까.

책상머리에 앉아 온갖 통계를 다 내보고 나름 대안이라고 수 백조를 쏟아부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아이가 왜 우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임신이란 결혼이란 절차도 중요하지만 가임여성과 건강한 남성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지만 출산후 감당해야 할 육아, 교육 등 갈수록 귀해지는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돈으로 출산을 보챈다. 돈으로 임산부를 만든다.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출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돈으로 때우려면 아예 성인이 되기까지 10원도 안 들어가게 제대로 지원하든가 아니면 화려한 정책이지만 막상 적용하려면 이래저래 걸리는 것도 많고 안 되는 조건도 많아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5억 원대 파격 대출과 각종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된다는 대책안이 제시됐다. 새해 들어 달라지는 저출산 정책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돈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대안이 있다면 양보다 질이다. 출생 인원이 적다면 질적 향상이라도 꾀하는 것이 후손들에게 해줄 방법이다. 현재 출생하는 모든 신생아들의 생애 소비 그래프를 작성해 성인이 될 때까지라도 국가가 모든 예산을 투입해 보육, 교육 등 국가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관리 및 보호대책을 세워 방황하는 청소년, 극단적 선택 1위의 현주소를 바로 잡아야 한다.

출산이 줄어들면 이미 태어난 아이라도 잘 키우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다. 2023년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실태를 파악해 본다면, 이미 통계로 알 수 있는 현존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안다면 엉뚱한 교육예산 지출은 줄일 수 있다.

10년 주기로 이해의 폭이 달라지는 작금의 판단기준은 더 빠른 변화로 다가올 것이며 무너진 도덕과 실종된 인륜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저출산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인다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90살로 급상승하고 있다. 퇴직 이후 3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 없이 놀고먹는다면 그 돈은 누가 감당할 것이며 과학이나 문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의 연륜과 경륜은 그냥 사장할 것인가.

퇴직 연령도 더 높이고 10년 정도는 경제인구에 포함해 젊은 층들이 주저하고 망설이는 분야에 대해서도 풍부한 경험으로 함께 일하는 1:1 파트너 체제를 갖춰 줌이 그나마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젊은이의 열정과 늙은이의 경험이 하나 되면 성공의 확률도 높아지지만 도덕과 인격적 질서를 공감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아이 낳는 숫자가 하루 아침에 증가할 일도 없겠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질의 환경이고 반듯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은 차라리 안 낳고 안 키우는 것이 상책이다.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양질의 인간을 낳고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수량보다 품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