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너무 늦었다, 우려가 현실로
[덕암칼럼] 너무 늦었다, 우려가 현실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19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앞서 강조한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초비상인 상태다. 물론 남이 망했다고 나도 망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며 최선책이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강구하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남긴다.

최근 언론보도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 명대인데 2년 뒤엔 20만 명대로 감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령 서울시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가 2019년에 7만8천명이었는데 2024년에는 5만 명대로 급감한 것이다.

얼핏 보면 아직도 5만 명이나 입학하니 학교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약 40%가 감소할 동안 시설이나 교육관계자들의 정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연간 100조 원이 넘는 교육예산은 그대로이고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좋아져 세계 대학 순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등 6년, 중·고등 6년, 12년을 다녀 어렵사리 같은반 동급생을 제치고 좋은 대학에 가도 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나마 입학이 예상되었던 학생들도 일찌감치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조손가정에서 버티다 못해 가출 청소년으로 전락하게 된다.

줄어드는 학생 대비 고정된 교사로 그만큼 교육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감소폭이 해마다 크게 늘어 2026년에는 20만 명대에 그칠 확률이 높다. 취학 연령 8세를 고려하면 2019년 태어난 학생들이 30만 명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미 낳지 못한 2019년생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찍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돈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외국에서 입양해 올 일도 아니다. 불과 2년 뒤 벌어질 끔찍한 재앙수준의 인구절벽은 온국민이 망연자실 하는 미래의 자화상이다.

가뭄과 홍수라면 지나갈 일이고 전쟁과 내란이라면 언젠가는 수습되겠지만 우리 인류의 종말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김정은 북한 최고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주적이라며 전쟁을 피할 생각도 없고 기회가 온다면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산술적으로 볼 때 굳이 살벌한 무기 사용해가며 초토화시키지 않아도 인구감소로 자연 소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이대로라면 거리에는 늙어서 쉽게 죽지도 않는 노인들이 저마다 먹고살기 위해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며 사회적 최하위계층에 머물게 될 것이며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항생제의 습관적 복용, 문명이 가져온 운명의 나침반은 유병장수라는 결과에 봉착해 병실이 넘칠 정도의 수요가 발생한다. 물론 간병인의 공급은 절대 부족할 것이며 지금처럼 인구 대비 연령층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세대간 격차는 닥쳐봐야 알 일이다.

이같은 사회적 병폐가 뻔한 통계 속에서도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것은 현장에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이론적 서류로만 탁상행정을 꾸려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차세대 주인이라면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학생 위주로 전면 변화시켜야 한다.

학교, 교사, 사교육, 관련 분야의 종사자들이 때 되면 월급 나오는 철밥통이 아니라 재학동안 양질의 교육받으며 인성교육 중심의 사람 만들기로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줄어드는 학생 대비 그나마 있던 아이들도 기성세대의 욕심과 방관속에 방치된다면 저출산으로 아무리 출산 숫자를 늘려도 숫자만 늘뿐 질적 하락은 막을 수 없다. 한정된 국토에 줄어드는 국민들의 현주소를 볼 때 현존하는 노인들의 삶이 참으로 우려되는 현실이다.

적어도 70살이 넘으면 받아주는 곳도 없고 기존에 쌓았던 노하우는 그 어디에도 써먹을 곳이 없게 된다. 자영업이라도 벌이면 여차하다가 그나마도 남겨둔 퇴직금과 쌈짓돈까지 모두 날리게 되니 섣부른 도전은 오히려 화를 겪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생활정보신문을 운영하면서 입수한 정보를 취합해 볼 때 서민들의 실생활은 피폐함과 막막함으로 궁지에 몰린 국민들이 상당하다. 때 되면 시간도 어기지 않고 급여 받는 사람들이 정책을 세우고 정치인은 제 돈도 아니면서 생색을 내지만 정작 힘든 국민들은 구호만 화려하고 조건은 까다로운 수혜를 줘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예를 들어 일반 국민들이 2만원 상당의 가격으로 치킨을 한 마리 배달해 보면 배달료를 비롯해 포장비, 조리 인건비, 임대료, 본사 체인점 가맹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당초 입으로 들어가는 치킨 가격은 600원도 안 된다.

이미 거미줄 같은 양계농가의 사육, 납품, 단가 책정까지 치밀하게 짜여진 그들만의 세계는 대부분 70대 노인들이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체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양계는 또 다른 형태로 운영되겠지만 특정 과정의 폭리로 닭 한 마리조차도 거대 기업의 운영시스템에 의해 시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서민들이 무형의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로 남게 된다면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던 노인들의 종말치고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일궈내기까지 지금의 노인세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세대. 자본주의 특성상 경제난에 내몰리면 자식과 친·인척 그 누구에게도 도움받을 수 없는 냉정한 현실 앞에 직면하는 노인들. 이들이 저출산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을 지켜낼 유일한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