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남의 일 아니다, 미래의 자화상
[덕암칼럼] 남의 일 아니다, 미래의 자화상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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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이 세간의 충격을 주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60대 입원 환자를 간병인이 상습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외부로 불거진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발생한 이 같은 사실은 피해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려 CCTV가 있는 1인 병실로 옮긴 뒤에야 확인됐다. CCTV에는 여성 환자의 입 주변을 닦아주던 간병인이 갑자기 의식은 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60대 뇌염 환자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거나 도구로 안면부를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간병인의 환자 관리 규정상 환자가 거동하기가 불편하면 어깨나 허리를 잡아 행동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하는데 영상에 잡힌 장면은 정반대였다. 간병인은 누워있는 환자의 머리를 잡아 뜯거나 환자의 얼굴을 손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재활 운동용 나무 막대기로 이마와 입술을 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알 리 없었던 환자 가족들은 뒤늦게 분통을 터트렸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수상하게 여긴 의료진이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폭행사실을 인지하고 가족에게 알렸다. 간병인은 처음에는 발뺌했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를 간병하다 짜증이 나서 폭행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미 문제의 간병인은 고용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평소에도 이곳저곳에 멍든 상처와 의심 가는 증상이 있었지만 설마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내부에서 외부로 밝혀지지 않았다면 지속적인 폭행에 환자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환자가 처음부터 노인이고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을까. 한때 젊고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남자라면 야망을 꿈꾸던 용기가 넘쳤을 것이고 여자라면 사랑에 빠지거나 세상을 다 가질 것 같은 꿈도 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젊은이들에게 “너는 늙어봤니, 나는 젊어봤다”라고. 사람이 태어나서 피하지 못할 것이 생로병사이다. 태어날 때 기어다니고 기저귀를 차며 조금 지나면 걸음마를 위해 보행기를 탄다.

다시 늙어가면서 기운이 없고 보행기를 타다가 대·소변을 못 가리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결국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과정이 몇천 년 걸릴 것 같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들을 뵙노라면 엊그제 같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대한민국 인구 통계를 보면 이제 해마다 늙은 사람들이 폭증하고 젊은 사람들은 반대로 급감한다. 환자가 간병인보다 더 많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간병비가 천정부지로 인상할 것이며 돈 없는 노인들에 대한 대안은 막연하다.

상식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에 적발된 일부 간병인의 학대가 아니라 더한 일도 생긴다. 지금도 간병인을 구하려면 간병인 파견센터에서 보내오는 대부분이 조선족이나 제3국의 외국인들이다.

점차 외국인들이 편하고 좋은 일만 찾는 한국인을 보고 배운 탓인지 이제 돈이 적거나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환자 가족이나 환자 대비 적은 간호 인력이 일일이 감시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간병인에게 잘못 보이면 24시간 같이 있는 간병인이 ‘갑’이지 환자가 ‘갑’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가족에게 말해봐야 아니라고 잡아떼면 할 수 없고 가족의 면회가 끝나면 다시 간병인의 눈초리에 알아서 기어야 할 입장이다. 독자들도 평생 젊고 건강하란 법은 없다. 언젠가는 대·소변 못 가리는 그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때 혹여라도 AI가 간병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기계의 섬세함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턱없이 부족한 간병인이 해코지라도 한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속수무책 조용히 당하며 죽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요양원의 어르신들 중 나름 자존감이 강한 분들은 식사량을 줄인다. 먹는 건 참아도 배설은 못 참는다는 생리적 한계점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인데 그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족한 간병인 시장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점령(?)당한 후 안 하던 한국인이 다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이제 구체적인 산술적 통계로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짚어보자. 2023년 10월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51,354,226명인데 다행히 남녀 성비는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노년의 쇠약함은 남녀가 따로 없다.

이농현상으로 서울을 향한 발걸음이 늘어 전체 인구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연령별 인구를 1세부터 10년 단위로 구분할 때 40세부터 60세까지 20년에 해당하는 연령이 가장 많은 1,650만 명이다.

반면 0세부터 20세까지 20년간 해당하는 인구는 850만 명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두 배 가까이 많은 노인을 절반도 안 되는 젊은 사람들이 먹여 살리거나 간병하거나 아니면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살아야 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이미 장례 문화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나마도 수목장과 바다에 뿌려져 무덤이나 제사는 먼 나라 이야기다. 평균 연령을 고려해 볼 때 가장 많이 분포한 평균 50세 인구층들이 50년 뒤 100세가 되면 정확히 다가올 미래다.

현재 100세 이상의 경우 남자 인구수 1,483명, 여자 인구수 7,233명으로 차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50년 아닌 20년 남짓 남은 미래에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남의 손 빌리지 않도록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그 길만이 마지막까지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간병인에게 학대받지 않으며 편히 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