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밀양 요양병원 화재 6주기
[덕암칼럼] 밀양 요양병원 화재 6주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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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요양병원 1층 응급실에서 7시 32분에 화재가 발생해 9시 29분에 큰 불길을 잡고 1시간 뒤인 10시 20분에 화재가 완전히 진화됐다. 화재 위험성은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도 대동소이했다.

의료법, 소방법, 건축법, 약사법, 의료법에 대해 한 치의 위법 사항도 없이 털어서 먼지 안 날수 있는 요양병원이 얼마나 될까. 이에 앞서 1년 전인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경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소재 건물인 노블 휘트니스&스파에서 일어난 화재에서도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 29명 중 23명이 여성, 6명이 남성이었고 부상자 37명은 남성 28명, 여성 9명이었다. 비상구에 적치물을 쌓아두지 않았는지 점검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자동문은 일상생활의 충격 정도로는 잘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도끼, 망치 같은 특별한 도구가 없고 대처법을 잘 모른다면 건장한 성인 남성도 깨기 어렵다.

비상구 위치를 항상 확인해 둬야 한다. 이 화재 사고 당시에도 3층 사우나에서는 이발사가 비상구 위치를 안내해 줘서 3층에 있던 사람들 전원이 살았지만 2층의 경우 비상구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고 또한 그 비상구를 막아뒀기에 탈출이 전혀 불가능해 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비상구 요령만 잘 알아도, 비상구를 막지만 않았어도 화재 사고에서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다. 사고이후 건물은 2020년에 철거되었고 ‘하소생활문화센터'가 들어서 있다. 반면 세종 요양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라 탈출이 늦어져 피해가 컸다.

발전기 설치는 형식적인 시험성적서로 대체했고 병원 곳곳에 불법 증축물을 설치했다. 특히 병원과 요양병원을 연결하는 통로에 폐쇄형 비가림으로 연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경남 밀양시에서 철거 명령을 여러 차례 받았으나 이행 강제금으로 버틴 게 문제였다. 내부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의료인 수 변경 허가 없이 당직 의사를 고용해 의료법을 위반했고 유사한 법률 불이행도 속속 드러났다.

보건소 직원도 자가발전 시설에 대해 현장 확인도 없이 결재 받는 등 관련 법 준수 의무도 위반됐다. 약사가 아님에도 간호사에게 의약품을 조제하게 하여 약사법을 위반했고 시킨다고 면허도 없는 간호사가 약을 조제한 것도 문제였다.

화재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환복 및 탕비실은 본래 건축 설계 도면에는 없었던 위반 건축물로 확인됐고 환자들의 대피에 장애 요소가 됐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과연 이러한 문제점이 전국의 요양병원에서는 모두 자유로울까.

의료법, 소방법, 건축법, 약사법, 의료법에 대해 한 치의 위법 사항도 없이 털어서 먼지 안 날 수 있을까. 법전 펼쳐놓고 사소한 문제가 없는지 관련 단속기관에서는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는지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언론의 소임이다.

현재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에서는 ‘신체 보호대'를 사용하는데 보호자의 동의를 받는다. 의료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환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스스로 제거하는 등 환자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그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신체를 묶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 최소한의 시간만 신체 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신체 보호대는 응급상황에서 쉽게 풀 수 있거나 즉시 자를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지만 화재가 발생하자 상황은 법규와 달랐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결박 환자 10여명은 결박을 푸는 데 30초에서 1분 정도가 걸렸고, 화재 당시 3층에서만 결박 환자가 18명이나 있었다.

한쪽 손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다른 손은 침상에 결박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연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결박을 제거하는 상황은 화마가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명을 재촉하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거동이 불편한데 생의 마지막이 이런 날벼락일 줄 상상도 못했으리라. 현재 모든 건물의 방화문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공기 유입을 피하고 내부적으로 불길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잠기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종요양병원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다. 화재 현장에 1초라도 일찍 도착하려고 사이렌을 울리며 신호체계도 무시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의 소화기에서 2분 46초간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 차질을 빚었다.

유족들은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남 밀양문화체육관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열어 장례를 마치고 사고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일부 유족들은 화재이후 대통령이 직접 밀양에 와서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음에도 부실 안전설비 등 개선할 법안들은 국회에서 계류돼 있다고 하소연 했다.

그리고 사고 이후 3년 만인 2021년 10월 6일 법원은 유족 12명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을 했고 경남도·밀양시 안전 의무 소홀을 참작했다. 각 1억∼3억 원의 손해배상 명령을 내리고 경상남도와 밀양시가 화재 예방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기본을 지켰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날짜인 2017년 5월 10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 발생한 대형 화재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비롯해 수 없이 많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한번도 대통령 탄핵을 외친 적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고가 날 때마다 하야설이 나온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진 만큼 몇 번이나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을 것이다.

제2의 세종병원 화재, 얼마든지 재발할 우려를 안고 있으며 다만 운이 좋아 별일 없을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안일한 행정과 무감각한 운영 주체들이 벌인 인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