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중대재해 처벌법 일장일단
[덕암칼럼] 중대재해 처벌법 일장일단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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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부가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중소 사업장이라면 모든 업종·직종에 적용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공식 발표했다.

이미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이거나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이면 모두 해당되었고, 이런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영세 사업장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2년 유예한 것이 시한을 도래하면서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남의 일로 치부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막상 법적용 여부를 발표하자 뒤늦게 발등을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으니 뜨끔한 것이다. 여기서 5인 이상 사업장이면 국내 사업장 통계에서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일까. 전국 83만7,000개에 종사자 규모는 800만 명이다.

정규직원 외에도 기간제, 일용직, 파견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까지 고용인원에 포함된다. 이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고 법인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물론 주의와 감독을 위해 상당한 수준으로 대처했다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 되겠지만 원칙대로 하는 것 자체가 무지와 무관심으로 관련 법 발효의 실효성이 저평가 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사전에 2년이란 유예기간도 주었고 나름 홍보도 했지만 5인 이상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관련법 준수를 위한 비용이 사람 다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주도 알고 있고 보상을 받거나 고용인을 어렵게 하려고 자기의 신체를 상하게 하는 근로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동선이나 행동 습관은 현행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과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과는 별개로 언제·어떤 식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및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에 대해 5인 이상 사업장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론 체계적인 관리로 현재 상황을 대비한 사업장도 있겠지만 먹고 사는 과정에서 사람을 고용하거나 국가 또는 민간기업에 종사하며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양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먼저 고용인은 5인 미만으로 인원을 낮추려고 애쓸 것이며 근로자 또한 경영주를 상대로 악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예측은 이미 정부가 마련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초과 수당과 52시간 근로 시간, 최저임금제의 하한가를 정했으며 고용인과 피고용인과의 안정된 근로환경 마련이 역으로 이용된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자를 위해 마련된 법안이 일부 근로자들의 악용으로 아예 사업을 포기하거나 고용하더라도 서로 경계하며 법의 잣대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과거가 있었다. 이번 증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됨에 따라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은 사실상 비상이 걸렸다.

일단 대부분 명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안다고 하더라도 실행으로 옮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률이 목적이다.

건설·제조업뿐 아니라 사무업, 음식점, 헬스장도 포함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음식점과 서비스업종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왜 이런 법이 생겼을까. 2022년 일하다 다쳐서 사망한 근로자는 644명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매년 700명 가량의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술적으로는 중대재해 처벌법 제정 이후 강화된 작업안전 환경 조성으로 산재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 사정과 숫자는 별개다.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게 되는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5인 이상 업체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고용인과 피고용인간의 경계심을 심회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처음부터 이 법은 뚜렷한 효과 없이 과도한 처벌로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고용주 입장과 시행 하기 전에 미리 짐작하지 말라는 노동자 단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바 있다. 특히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얻은 것 보다는 서로 경계하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바람에 잃는 게 더 많았다는 주장이다.

연간 수 백 명의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지난해 말까지 기소된 사건은 31건이며 이 중 1건은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게 전부다. 그렇다면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든 게 관련법 제정 덕분일까.

경영주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업 등 사업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산재사고 사망자 감소를 온전히 중대재해 처벌법 영향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법을 시행하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정부는 처벌 위주가 아닌 자기 규율방식으로 산재 예방 체계를 전환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처벌만으로는 중대재해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며 결론적으로 사고를 줄이는 게 목적이지 경영주 처벌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법 제정의 목적에 위배되는 부분이라며 노동계도 반박했다. 자기규율 효과라는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5인 이상 사업장은 업종과 무관하게 관련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직원을 5명 이상 채용한 동네 빵집, 식당, 카페 사장님들도 단 한번의 사고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