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결자해지 제주도
[덕암칼럼] 결자해지 제주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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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결자해지’를 해석하면 자신의 매듭은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만사에는 이 말이 적용되는 예가 많다. 살면서 어떻게 법대로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문제를 만들었으면 그 책임 또한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

오늘은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제주도에 대해 거론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주도 한번 안 다녀온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관광지인 제주도는 행정구역상 대한민국이지만 모든 분위기와 기온, 바람, 주거 문화 등 전반적인 환경 자체가 이국적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금은 신혼여행을 해외로 떠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제주도는 대단한 여행지였다. 한때는 몽골족의 지배하에 약탈지대였고 또 한때는 4·3사건의 근원지로 주민들이 치를 떨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광지로 손꼽히면서 세계 곳곳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건물과 토지는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면 상당한 부동산들이 중국인들 명의로 되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중요한 곳마다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홀대 하는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제주 지역의 관광 적자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그렇다 치더라고 내국인마저 등을 돌리는 작금의 현실은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먼저 손꼽히는 악재가 바가지요금에 불친절 등 관광지의 기본적인 악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여론의 지적과 방문객들의 하소연이다.

일단 먹고 보자는 심산이거나 당장의 눈앞에 놓인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불신을 초래한다. 불신이란 심기에는 쉽지만 해소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보란 듯이 최근 일본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2023년 한해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돈이 13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일본 관광부처의 계산상 외국인 2507만 명 3중 1명은 한국인이며 돈으로는 47조원 중 최소 13조원 이상을 일본관광에 사용한 셈이다. 이제 일본은 주말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이웃 동네가 됐다.

모 홈쇼핑의 경우 일본 여행상품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도는 영영 관광의 불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행객들은 저렴한 가성비를 꼽았다.

일단 가깝기도 하지만 일본의 소도시나 섬세하고 세심한 여행지를 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 제주도는 대항력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 보도된 언론의 제목을 보면 한국인 114만 명이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뒤늦게 할인전을 펼치고 홍보에도 혈안이 됐지만 한번 등돌린 내수 관광의 민심은 쉽게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한때 12만원에 아반떼를 제공하던 렌터카 업체들이 이젠 같은 값에 제네시스까지 내놓았지만 별반 반응이 없는 실정이다.

여행이란 삶의 활력소이자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모처럼 좋은 기분으로 나섰다가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에 실망을 하게 된다면 누가 그런 곳을 찾겠는가.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입소문이다. 일명 구전이라고도 한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소비자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소비자가 왕은 아닐지라도 정성껏 대하는 친절에는 고객도 같이 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진상도 있겠지만 내수시장도 못 지키면서 무슨 관광수지를 올리겠다고 부산을 떨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제품 대비 적절한 가격대를 정해 일어탁수의 부작용도 막아야 하며 돈 들어가지 않는 친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관광상품 중 가장 훌륭한 소재다.

현지 상인들과 업체 종사자 교육에도 예산을 정해 아무나 고객을 함부로 대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 관련 공무원들도 책상에 앉아 서류나 이론으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확인하는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업주들은 행정당국의 열정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 제주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며 내수 관광시장도 천천히 열리는 것이다. 물론 일본인들도 한국에 올 수 있고 각 나라마다 다른 특징과 장점을 찾아 오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주의 관광 적자는 국가나 특정 단체나 기업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제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결자해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주간신문의 취재구역을 제주로 정해 보도한 적이 있었다. 2010년부터 4년간 23, 28, 32, 33, 36대까지 5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한 우근민 지사의 협력으로 제주도를 수도권에 알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관광목적으로 알고 있었던 제주와 실제로 도민들의 삶은 전혀 다른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었고 육지와는 또 다른 척박함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제주도의 삶은 간혹 찾는 육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제주의 삶은 그리 만만찮다는 것과 지역경제 또한 자생적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이지 정부에서 수도권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하거나 예산을 퍼부어 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혹여 제주 관광에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여행객까지 등을 돌린다면 이는 그 어떤 대책으로도 원상복구가 어렵게 된다. 한번 시작된 구전의 위력은 다시 제 모습을 찾기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되기에 지금이라도 모든 민관 협의체가 새로운 각오로 제주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돌아본 제주의 모습은 부동산 경기 불황과 너도나도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아름다운 섬, 코리아 하와이, 다시 내수시장의 활기로 모든 도민들이 잘사는 제주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