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2월의 첫날 만감이 교차
[덕암칼럼] 2월의 첫날 만감이 교차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01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24년 2월은 토요일 4번, 일요일 4번, 구정 명절에 대체공휴일까지 겹치니 실제로 근로일수는 19일로 1월에 비해 3일이나 짧은 달이다.

공무원과 대기업 기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달이겠지만 자영업자나 기타 중소기업 특히 5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영주 입장에서는 막막함이 절벽 같은 달이다. 비가 오면 우산장사가 대박 나지만 소금장사는 죽을 쑤는 것과 같은 이치로 세상사가 일장일단이 있다.

이런 만감이 교차하는 시대적 상황이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이득을 얻는 것이라면 전체적인 사회퇴보의 결론에 도달한다. 가령 저출산 문제로 인천에서 1억을 내거는 정책이 인천만 발전하고 인근 위성도시의 신생아들을 빼가는 것이니 전체적인 출산율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지 5일째다. 설 명절을 앞두고 6인, 7인 등 5인 이상을 고용하던 업체들은 고용 인원을 5인까지 맞추기 위해 이번 명절의 정리해고를 위한 고비가 될 것이다.

그나마 1인이나 2인 정도로 자영업을 운영하던 업주들은 아예 가족들을 동원해 자체 인력으로 전환하였고 이 같은 가족이나 친지, 지인 중심의 운영은 결국 종사원들 간의 갈등으로 끝나는 게 현실이다.

같은 노동을 했음에도 임금을 정확히 책정해 주지 못하니 당장의 인건비가 적게 나가는 것이지 결국에는 다른 곳에서 일했을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안 좋게 끝나기에 인간관계까지 망치는 길이 된다.

필자가 사람 사는 세상을 취재하다보면 참으로 해도 너무하다 싶은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빈 건물에서 어렵사리 노력해 나름 살만해지면 임대기간 종료를 구실로 권리금 한푼 못 건지게 하는 건물주의 갑질도 많이 봤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자본주의 특성상 인근 지역에서 동종업계가 화려한 개업을 하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례도 보았다.

이번처럼 아무런 죄없이 충남 서천 특화시장의 화재사건의 피해자로 남은 상인들의 삶은 누가 책임지고 살펴줄 것인가. 명절날 대목을 보려고 물건 잔뜩 받아놓았다가 다 팔아도 시원찮은 판에 물건 값도 치르지 못하고 화재보험조차 들지 않은 상인의 처참한 삶은 누가 살펴줄 것인가.

지역사회에서는 세제 혜택 저금리 대출 등 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또한 다 빚이고 이론만 요란할 뿐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를 보면 이미 안정권에 들은 일부 부유층과 때 되면 월급 나오는 공직자나 안정된 기업의 소속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절대 다수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겨우 호구지책으로 입에 풀칠하기 바쁜 일반 국민들이다.

아웅다웅하며 싸워도 정으로 다시 뭉치던 시대는 지났다. 여차하면 법 대로를 입에 달고 살며 이젠 술집이나 식당에서 혼자 먹고 마셔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혼술, 혼밥 등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혼자 사는 오피스텔과 원룸이 주거문화의 한 축을 이루며 그만큼 인정머리 없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번 2월은 설 명절이 끼어 있어 더욱 짧게 느껴진다. 하나 둘씩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속절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한 해 동안 1,000개도 넘는 폐업이 속출했다. 어제는 정부가 자영업자들 이자를 내 준다며 2월 5일부터 187만 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73만원씩 이자를 환급한다고 발표했다.

5일부터 8일까지 지난 2023년 말까지 금리 4%를 초과한 이자를 낸 1년 이상의 차주를 대상으로 이자환급을 시작한다. 얼마 전에는 채무 탕감으로 한바탕 생색을 내더니 이번에는 빌린 돈의 이자를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다.

빌린 은행이 여러 곳이라면 이자 환급은 더욱 늘어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어렵게 사는 서민들이 힘들게 일해서 은행 머슴처럼 돈을 내야하는 구조라며 가난한 국민들을 위로해 준 덕분이다.

은행은 상여금 잔치 했다가 다시 토해내는 꼴이다. 여기까지는 얼핏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라가 백성의 돈 지갑까지 건드리면 기본이 틀어진다. 당초 빌릴 때 이자가 몇 %인지 알고 빌렸고 그나마 온갖 담보나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겨우 문턱을 넘은 사람들이었다.

이자에 관한 약속은 빌려주는 입장과 빌리는 입장 사이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제3자인 정부가 간섭하고 다시 돌려주라면 훗날 그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볼 것이다. 향후 돈을 빌려줄 때는 더더욱 까다롭고 철저한 대출 조건을 내걸게 되지 않을까.

은행권에서는 최초 환급금과 분기별 환급금을 합쳐 총 1조 5천억이 소요되며 서민 등 취약계층 지원을 더해 2조 1천억 규모의 지원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총선을 두 달 앞두고 187만 명이 혜택을 본다면 외형상 서민구제의 긴급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부가 이런 대책을 발표하자 보이스피싱에 대한 염려가 동반상승하고 있다. 이자를 감면해준다는 과정에 온갖 절차가 있다 보니 그나마 한 푼이라도 받으려던 서민들. 특히 스마트 폰이 대세를 이루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확한 정책적 홍보가 충분해야함에도 정책 시행 5일을 앞두고 발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안 그래도 그럴싸한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가지 할 때는 신중히 고려하고 충분히 홍보한 다음 실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이자 감면의 절차를 대행해 주겠다거나 은행인데 감면 대상자가 되었으니 계좌를 부르라는 전화사기가 얼마나 극성을 부릴까.

지금처럼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고 은행들이 금고문을 열고 천문학적 돈을 푼다면, 만약 대통령이 한소리 안 했으면 그 돈 어디로 갔을까. 또 비워진 금고는 누가 어떤 돈으로 채울까.